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34 - 세이노의 가르침(2023, 세이노)

마셜 2024. 4. 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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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2000년부터 발표된 그의 주옥같은 글들.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제본서는 물론, 전자책과 앱까지 나왔던 《세이노의 가르침》이 드디어 전국 서점에서 독자들을 마주한다. 여러 판본을 모으고 저자의 확인을 거쳐 최근 생각을 추가로 수록하였다. 정식 출간본에만 추가로 수록된 글들은 목차와 본문에 별도 표시하였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보고 힘을 얻길 바라기에 인세도 안 받는 저자의 마음을 담아, 700쪽이 넘는 분량에도 7천 원 안팎에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정식 출간 전자책 또한 무료로 선보인다. *필명 ‘세이노(Say No)’는 당신이 믿고 있는 것들에 ‘No!’를 외치고 제대로 살아가라는 뜻이다. 세이노는 지난 20여 년간 여러 칼럼을 통해 인생 선배로서 부와 성공에 대한 지혜와 함께 삶에 대한 체험적 지식을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를 ‘세이노 스승님’이라 부른다.
저자
세이노(SayNo)
출판
데이원
출판일
2023.03.02

 

 독서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 '어쨌든 읽게 된다' 라면, 그다음 장점은 '관심 없었던 책도 읽게 된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도 그래서, 기억이 정확치 않지만, 정체불명의 세이노라는 사람이 쓴 자기계발서가 화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pdf를 통해서 파일이 배포되었다.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음도 알았으나, 딱히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출처: 교보문고)

 

 멤버들의 책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책을 추천한 멤버는 버릴 부분이 없다라고 평할 정도로 극찬했고, 대부분 멤버도 거친 어조와 편견을 지적하면서도 입지전적인 인물이고, 배울게 많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조금은 무료하던 모임 초반 분위기에 웃음이 나왔던 건, 가장 젊은 멤버가 책 내용의 공신력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게, 조선일보에서 조사한 결과 세이노의 자산이 최소 1,000억 원이 넘는다고 했다는 걸 언급하자... 다들 역시 '인증'이 필요하다며 웃게 되었다. 그럼 맨주먹으로 이 엄청난 자산을 일군 이 부자는 왜 700쪽에 넘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을까? 그리고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할까?

 

 일단, 세이노는 대단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더하여 엄청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자명하다. 그야말로 일방향 직진 밖에 몰랐던 사람인데, 부분적으로 실패도 경험했겠지만, 전체적인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실패를 모르고 분야를 바꿔가며 성공을 거듭했다. 이런 사람에게 배울 게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 다만, 책 전반에 걸친 애정 어린 조언(혹은 잔소리)에 대하여, 어떤 부분을 걸러들어야 할지, 어떤 부분 때문에 책이 와닿지 않는지를 되짚어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책 내용에 약간의 반감이 들었다면, 이는 근본적으로 세이노가 아무 '경영자'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삶에 그리고 비즈니스에 강한 주인의식을 표출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고 당연해보이지만, 세상에 근로자 혹은 종업원이 더 많은 걸 생각하면, 이런 경영자적 진취적 주인의식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 책을 읽게 된 사람들은 99.9%, 부자가 되고 싶고, 성공을 통해 더 부유한 삶을 원할 테니, 가르침을 원하는 사람의 방향에 맞는 솔루션이라는 것은 분명 어느 정도 타당하다. 

 

 세이노가 가진 능력이 엄청날 텐데, 왜 대기업을 일구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마음을 먹었다면 정주영이나 여타 기업 창업주처럼 가문에 남을 대기업을 만들수도 있었을 텐데... 아마도 성향 상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축적하거나, 경쟁하며 다른 제품과 품질 경쟁을 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거나,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에 큰 공장을 돌리며 고생하는 것이 남는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성공한 부자의 일대기로는 세 번째 책인데, 정주영, 도널드 트럼프와 또 결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 이 부분도 흥미로웠다. 돈 냄새를 맡으면 공장을 세우고, 모르는 분야도 뛰어들어 기술을 배워가며 자기 사업체를 만들어갔던 정주영, 이런저런 거래를 통해 큰 이문을 남기는데 탁월했던 도널드 트럼프, 어찌보면 이 둘의 장점을 섞어가진 보급형 자수성가 부자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굳이 따지자면 둘 보다는 오히려 김우중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몇 년전 작고한 김우중 회장은 대우그룹의 창업주로 한 때 재계 2위 대기업을 일군 사람이다. 말년에 엄청난 규모의 분식회계와 관련 여러 불법으로 인해, 그룹은 공중분해되고, 경제사범으로 해외에서 긴 기간 도피생활을 하는 추태를 부렸지만, 그의 사업방식은 정주영과는 분명히 달랐다. 분명 대우는 자동차, 건설, 전자, 중공업 등 엄청난 규모의 장치산업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었지만, 정주영의 현대와 달리 대부분 계열사를 인수합병 형태로 사들였다. 남들이 안 해본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저평가된 회사를 사들여서 재정비하는 것에 탁월한 능력일 보였다고나 할까... 트럼프와도 비슷하지만, 기술기반 제조업에도 많이 도전했다는 부분에서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다.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책에 정리된 일생생활에 도움이 되는 법칙 들은 꽤 흥미로웠다. 내가 변호사나 의사나, 공무원이 아니기에 그저 웃으면 바라볼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독자 중 실제 이 직업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면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았을듯... 실제 멤버 중에 이 분야에 해당하는 두 사람도 의견은 좀 갈렸다. 현실과 거리가 먼 조언이라는 의견과 세이노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는 의견... 어쨌든 냉소적으로 비꼬아서 말하는 '원칙'에도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지 않은 걸 보면, 그가 말하는 일상생활에서의 조언은 분명히 실전용이고, 귀담아들을 구석도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독서모임이 끝나고 교보문고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이상할 정도로 책 리뷰에 짤막한 의견들이 좋지 않다. 전반적으로 호평을 했던 모임 멤버들에 비해, 너무 옛날이야기다... 지금 세상에 맞지 않는다 식의 비판이 주를 이룬 책 리뷰 페이지를 보면서... 우리 멤버들도 나이 먹은 사람들인가, 아니면 익명성이 보장되었다면 멤버들도 비난을 쏟아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책 내용이 동어반복이 심하지만, 그리고 너무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특히, 대학과 학교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쌍팔년도 수준이다) 그래도 솔직하기에, 그리고 읽을 사람만 읽어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자신감 넘치게 썼기에... 자기계발서 중에서는 신선하고 눈에 띌 수밖에 없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내용 중 가장 눈에 들어왔던 건 세이노가 제시한 독서의 원칙이었다. 아무래도 각자 관심이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니.... 직업적 특성상 고속승진이나 손님의 마음을 얻어 더 매출을 올리는 게 어렵기도 하고, 현재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많은 책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보니, 가장 인상적이었다. 원칙 하나하나에 친절하고도 와닿는 설명이 붙어있지만, 책을 읽을 분들에게 스포를 할 수는 없기에, 18가지 원칙만 그대로 옮겨본다. 

 

1. 최대한 쉽게 되어 있는 책부터 읽어라
2. 실전을 다룬 책들을 먼저 읽어라
3. 같은 부류의 비슷한 책을 여러 권 읽어라
4. 아는 내용은 넘어가라
5. 외우려고 하지 말라
6. 책을 깨끗하게 다루지 말라
7. 반드시 의자에 앉아서 읽어라
8. 짧은 기간에 한 분야에 대한 책들을 몰아서 읽어라
9. 틈나는 대로 읽어라
10. 경제적 성공을 원한다면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끊어라
11. 일 잘하는 법에 대한 책들을 최우선적으로 찾아내 반드시 읽어라
12. 고전을 너무 믿지는 마라(옛것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13. 청소년이 아니라면 역사 속 인물들의 위인전은 나중에 봐라
14. 화끈한 책은 멀리해라
15. 서평을 읽을 때 주의하라
16. 출판사의 농간에 속지 말라
17. 자주 책방에 들러라
18. 때로는 돈 버는 데 도움이 전혀 안되는 책들도 읽어라

 

 다양한 사업에서 성공을 한 비결이자, 그 경험에서 얻어낸 노하우가 바로 독서를 통해 바로 지식을 습득해 내는 능력이랄까... 그런 것이구나를 통렬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에 다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보다 나은 '부유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고도 통렬한 원칙이었고, 준비도 하지 않고 마구 질문해 대며 답은 나이스하하고 팬시 하게 오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강한 메시지가 될만한 내용이었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적어도 그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자기화'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책 내용보다도 세이노가 높이 평가받아야할 부분은 지금도 고민에 빠진 부자 지망생들에게 메일로 답을 해주고, 자신의 책을 PDF로 카페에 올려놓는 등 가르침에 인색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에 허덕거리고 있는 내가 세이노에게 더 가르침을 청할 일은 없겠지만, '부'에 대해 고민이 있는 청춘이라면, 혹은 진지한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메일을 보내보시라. 단, 욕이 들어간 회신을 받고 싶지 않다면, 먼저 이 책은 읽어보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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