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출처 :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홈페이지>
개막 후, 1승도 없이 17연패를 기록중이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이하 '페퍼')이 정말 드라마처럼 2022년 마지막 날, 첫 승을 기록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많은 선수들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많은 배구팬이 선수들의 심정에 공감했을 만큼, 힘든 과정이었고, 그래서 더 값진 승리였다. 웜업존에 모여서 경기 마지막을 지켜보던 어린 선수들이 '제발제발'을 되뇌이다가, 최가은 선수의 이동공격 성공으로 경기가 끝나는 순간 모두 코트로 달려나가는 장면 또한 감동이었다.
마지막 공격이 센터 최가은 선수의 이동공격이었다는 것도 의미가 큰데, 사실 그동안 형편없는 리시브와 약한 센터진으로 비교적 고난이도 공격에 해당하는 이동공격을 자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팀의 시즌 첫 승을 앞둔 긴장되는 순간에 깔끔하게 예상 밖 이동공격을 성공시키는 팀 모습을 보면서.. 이제 조금 여유를 찾는다면,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때, (혹은 지고 있을 때,) 좌우 공격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중앙공격을 자주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팀의 미래를 조금 더 밝게 볼 수 있는 그런 순간이었다.
시즌 개막 전, 전력이 많이 뒤처진다는 것은 배구팬 모두가 알았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연패가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에도 포스팅했었지만, 작년 꼴찌로서 선수영입에서 높은 순위를 행사했으며, FA에서도 수준급 세터인 이고은 선수를 영입한 터.. 다들 작년보다 나아질 것을 예상했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얇은 선수층인 페퍼는 KOVO컵 참가와 국가대표 차출이 모두 악재로 작용했고, 한 게임 한 게임 스타팅 구성도 위태해보일만큼 건강한 선수가 별로 없었다.
여기에 1순위 외국인 선수 선발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니아 리드 선수는 엄청난 점프력과 유연성에도 불구하고, 약한 서브와 기대 이하의 공격 결정력으로 팀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작년 엘리자벳 선수의 활약에 큰 불만이 없었기에 1순위로 니아 리드를 선택한 것이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제 38점을 폭발시키면서 마지막까지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니아 리드는 진정 외국인 선수 전체 1순위, 현 미국 대표다운 모습이었다. 지난 포스팅에서 아쉬움을 적었던 배알못으로서 반성한다..
엉망진창이었던 리시브는 여전히 다른 팀에 비해서 낫다고 볼 수 없지만, 베테랑 국대 오지영 선수를 리베로로 영입하면서, 엄청나게 개선되었다. 받아올리는 리시브 갯수도 늘었지만, 일단 이고은 선수가 안정감 있게 공을 전달 받으면서, 니아 리드의 높은 점프력을 살리는 토스가 가능해졌고, 전에 잘 볼 수 없었던 니아 리드의 파이프 공격은 높은 성공률로 페퍼가 리드를 빼앗기지 않는데 큰 기여를 했다. 마지막 점수를 낸 이동공격도 페퍼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 앞으로 상대방 블로커에게 단순하게 니아 리드의 오픈 공격만 막으면 안되고, 파이프, 이동공격, 속공 등이 모두 가능하다는 인상을 준 것 만으로도 전혀 다른 팀이 될 가능성을 제시한 점이다.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재능과 기량에 비해서, 우승컵 하나 들어올리지 못하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한 이경수.. 친정팀 KB손해보험에서 수석코치로서 꽃길을 걸을 줄 알았더니... 이상렬 감독의 불명예퇴진 후, 팀을 떠나며 불운이 이어졌다. 그 후 신생팀에서 다시 코치로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개막 후 무승 연패중이던 힘든 시점에 대행으로서 팀을 맡았다. 이 정도이면 박복한 팔자인데... 그래도 해가 바뀌기 전 승을 올리며,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리그 순위에 고춧가루를 살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다 시즌 전패 하고, 다시 팀을 떠나는 게 아닌가를 걱정했던 필자로서는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
특히, 여자선수들에게 맞춰 편안한 톤으로 작전타임을 이끌어가는 것도... 감독으로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31일 경기 작전타임에서 이고은 선수에게 블로킹 빼나 안 빼나 똑같으니, 열심히 블로킹하라는 지시를 웃으면서 내려서, 이고은 선수의 미소도 이끌어냈는데... (*참고로 이고은 선수는 170cm이다) 요즘 대세인 부드러운 작전 지시가 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부드럽게 이야기하면서도, 비교적 정확하게 지시를 내려 페퍼 어린 선수들이 움직이는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데, 이 또한 현재 팀 상황에 잘 맞춘 스타일이니... 앞으로 2~3년 더 팀을 맡아서,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만개시키기에도 적절해 보인다.
1승을 했어도 당연히 최하위, 그리고 앞으로 몇 승을 더 할 수 있을지 전망도 밝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얼굴을 볼 수 없었던 박사랑 선수도 블로킹으로 포인트를 올리고, 이민서 선수도 서브 득점을 기록하는 등 조금씩이라도 팀이 기여했고, 그리고, 승리했다. 결국 프로스포츠 실적은 이기는 것이고, 그 승리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경험은 경험이 일천한 신인급 선수들에게 더 큰 발전으로 작용할 터, 2023년에도 좋은 경기로, 더 많은 승리를, 승점을 가져오면서 KOVO의 명문팀으로 거듭나길 빈다.
그리고 장매튜 구단주님! 여기서 만족하지 마시고!!! 내년에 꼭 김연경 선수 영입해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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