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출처 : 흥국생명 배구단 홈페이지>
모든 사람들이 덕담을 나눌만한 새해 첫 출근 날, 배구계에는 믿기 어려운 뉴스가 터졌다. 여자배구 7팀 중 2위를 달리고 있는 흥국생명 배구단이 전격적으로 감독을 경질한 것. 흥국생명 팬들 사이에서야 작전타임이 답답하다는 등의 비판이 많았지만, 어쨌든 1위 다툼을 하고 있는 팀이고... 김연경을 중심으로 분위기도 나쁘지 않게 이끌었기에 전혀 예상치 못한 행보이다. 더군다나 시즌 중에 단장과 감독을 동시에 경질하고, 이 사실을 당일날 통보하는 것 또한, 긴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단에게는 황당한 처사이다.
암튼 구단주 명의로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화된 일이 번복될 리는 없을 터, 여자배구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는 요즘, 배구팬들에게 '황당한 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성균관대 선수 시절 다재다능한 미남 선수로 활약했고, 삼성화재에서 만년 벤치생활에 트레이드라도 시켜달라고 항명할 정도로 강단이 있는 선수였다. 그 시절 반기를 들고도 코치-감독까지 역임한 걸 보면 지도자로서 노력도 인정받은 셈.. 다만, 남자부 KB손해보험에서의 실패와 올해 시즌 중 경질을 생각하면, 지도자로서 팔자가 순탄한 것 같지는 않다.
경기도 없는 날, 느닷없이 터진 우승후보팀의 감독 경질에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추측과 의견이 난무하는 가운데,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해보자.
1. 권 감독은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경질당했다.
2. 흥국생명은 현재 14승 4패로 2위, 문제 삼기 어려운 성적이다.
3. 권 감독은 최근 다음 시즌 신인 지명권을 주고 세터를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4. 권 감독은 김나희 등 노장 선수들을 중용했다.
그리고 기사로 도보된 사실을 정리해보자.
1. 구단 고위층에서 구단 운영에 대한 지시를 감독에게까지 전달했다.
2. 해당 지시에는 특정 선수를 기용하라는 메시지까지 포함되었다.
3. 권 감독은 해당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4. 고참 선수들은 갑자기 경질된 감독의 편에 서서, 출전을 보이콧하려 했다.
5. 하지만 권 감독이 이를 만류했다고 한다. (*대행을 맡은 이영수 코치도 사퇴하려 했으나, 권 감독이 만류했다 한다)
사실 단장이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에 어디까지 관여해야하는지는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이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거리이자 갈등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영화 '머니볼'에서는 단장이 대놓고 특정 선수를 출장시키라고 감독을 압박한다. 한국야구에서도 단장 중심 야구가 옳은지가 큰 화두가 된 적이 있고... 축구 K리그에서 지자체 구단 중 스타 단장을 중심으로 화제를 뿌리는 구단이 일부 있다.
하지만, 단장도 아닌 구단주가 직접 지시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큰 문제이고, 그 지시가 관철되지 않자 승률 78% 감독을 경질했다면 더욱 큰 문제이다.
물론 고위층이 구단 운영에 개입을 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지만, 그 개입 또한 절차와 모양새가 있어야 한다. 이는 배구인을 위한게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 속에 성과를 내야하는 프로구단 또한 조직이기에, 조직 관리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또한, 아무리 한국 프로스포츠 현실이 구단주가 재밌어서 재미로 돈 쓰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지라도,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면 인정할 필요가 있다. 뭐 내 돈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하면, 더 할 말은 없겠지만...
구단주의 배구 사랑이 극진하고, 배구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하여, 혜안을 가지고 감독을 경질할 것이라면..... 쏟아지는 비난은 감수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평생 배구인으로 살아온 감독보다 더 통찰력이 있다면 곧 성과가 나타나겠지. 앞으로 흥국생명이 올 시즌 1위 다툼을 어떻게 이어갈지 참으로 기대된다.
ps. 그리고 이렇게 구단주 배구사랑이 대단한 구단에 김연경 선수가 잔류할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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