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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KSWAGEN 11. 믿던 도끼에 발등 찍혔네? –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꿈꾸는 차고 2023. 1. 7.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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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게이트 (출처 : global-autonews.com)

 

 

미국 나스닥 기술주의 대표격이었던 테슬라의 주가 하락이 계속 되고 있죠. 한때 천슬라라고도 불리우면서 서학개미들의 최고 인기 주식으로 등극했던 테슬라 주가가 2022년 한해 65% 급락하는 등 계속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엊그제도 주가가 12% 폭락했었고 이젠 100달러 마저 버티기 힘들 수 있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테슬라의 회장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에 테슬라 경영에 집중을 못하고 있고,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순자산 2천억 달러 감소를 기록한 유일한 사람이란 불명예스러운 타이틀도 얻었습니다. 그리고 보유한 테슬라 주식을 팔아대는 통에 작년 한 해에만 3조원 이상을 테슬라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더욱 근심에 빠졌습니다. 테슬라 주식은 2년 전만 하더라도 펜데믹 기간 동안 연일 최대 인상률을 경신하던 미국 주식 시장의 최고 수혜자였는데 말이죠. 이쯤 되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2022 테슬라 주가 추이 (출처 : 서울경제)

 

 

이때까지 폭스바겐을 10회 정도 연재하면서 주로 긍정적인 부분들을 위주로 설명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역사를 설명함에 있어서 한번 짚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사건이 하나 있네요. 오늘은 신뢰와 믿음의 상징 폭스바겐이 전세계 폭스바겐 차량 소유주들을 상대로 큰 실망을 안겼던 디젤게이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는 옛말이 아주 들어 맞았던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전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독일이라는 국가가 차지하는 위상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1882년 독일에서 만들어졌으며, 최초의 디젤 자동차도1924년 독일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아마도 당시의 수준에서 자동차 내연기관이야 말로 인류가 만든 기계들 중에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내연 기관 엔진이 구동되는 구조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실린더 속 각각의 피스톤들이 정밀한 시간 차에 의해서 왕복운동이 이루어지고, 세심하게 깎여 만들어진 크랭크 샤프트가 그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화시키는 장면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내연기관 엔진 구동 장면 (출처 : caranddriver.com)

 

수년 전 엘에이 소재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에서 엔진 내부의 모형이 구동되는 장면을 보았을 때 새삼 느낄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어느 것 하나 한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야만 움직일 수 있는 이 내연기관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고안하고 구상했을지…… 인간의 능력에 대해 참으로 경외감이 들더군요. 

 

이러한 내연기관을 처음 만들어내고 또한 그것을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근대 자동차의 역사 속에는 독일 사람 특유의 근면성과 정확성이 큰 유산으로 작용해왔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그와 더불어 그들 나름대로의 강한 자부심도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정체성에 고스란히 녹아 담겨왔고요. 그들 스스로가 큰 자부심을 가지는 만큼 일반인이 보는 독일에 대한 시각도 아주 높은 수준에 속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만해도 어렸을 때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을 여러 번 정독하면서 독일에 대한 큰 환상을 키워왔었죠. 어린 시절 마치 독일 병정들 처럼 줄서서 각잡고 걷는 놀이를 했던 제가 기억납니다. 회사에서 만난 독일계 사람들도 하나같이 일에 성실하고, 신뢰성도 성격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독일 자부심 배지 (출처 : amazon.com)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의 과거 표어가 기억나시나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한때 폭스바겐의 표어는 "DAS AUTO" 였습니다. 이 말을 직역하면 “우리가 자동차다!”라고 읽히겠지만, 그들의 자부심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바로 우리의 발전이 자동차의 역사다”라고 의역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저 허세가 아니었습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모든 것이 파괴 된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그들이, 이제는 15개 이상의 브랜드를 아우르는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 집단이 되어 세계 자동차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그런 자랑스러움을 충분히 느낄 만도 하죠. 

 

 

다스 오토 표어 (출처 : adweek.com)

 

 

이러한 영향력 덕분에 폭스바겐은 독일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독일 제조업의 자존심이자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그들의 발전에는 거칠 것이 없었죠. 스포츠카에서부터 대형 트럭까지..자동차의 모든 차종을 제조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은 전세계에서 폭스바겐이 유일합니다. 거기에다가 소시지와 소스의 제조 판매까지 ! (폭스바겐 브랜드 소시지에 대한 글을 보시려면 VOLKSWAGEN 10 을 확인하세요!)

 

지난  2015년 이러한 폭스바겐에 제동을 건 사건이 하나 터졌으니, 그것은 디젤게이트였습니다.  신뢰의 상징 폭스바겐이 심각한 부정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클린 에너지를 표방하면서 각종 디젤 차량모델들로 전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극적으로 올려놓고 경쟁자들을 저 멀리 따돌렸던 폭스바겐. 그 폭스바겐과 산하의 계열사 디젤 차량에 들어가는 엔진이 오히려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배기가스를 그대로 내뿜어 왔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던 것입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미지 (출처 : carmagazine.co.uk)

 

 

그러나 그 자체가 주는 충격보다 더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단순한 실수나 제품의 하자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폭스바겐은 의도적으로 차량 내부에 프로그래밍 된 센서를 설치하여 실제 주행이 아닌 배기가스 테스트 기계 내에 있을 때만 기준 범위안에서 배기가스 허용치를 따르고, 실제 주행에는 제한 치가 무려 40배가 넘는 배기가스를 배출하도록 기준을 조작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약 80년 동안 유지되어 왔던 신뢰의 폭스바겐 역사는 그만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처음에 폭스바겐은 이를 기술적 문제로 핑계를 대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대로 인정했다가는 전세계적으로 다가올 후폭풍이 너무나 두려웠겠죠. 그러나 미국 정부가 누굽니까. 그들의 조사는 집요했습니다. 최초의 발견은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 연구원들에 의해 이루어졌으나, 미 당국은 폭스바겐의 혐의가 일단 잡히자, 미국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디젤 자동차에 대해서 전면 엄중한 조사를 실시하여 그간의 폭스바겐의 일탈을 낱낱히 밝혀냅니다. 

 

배기가스 조작 원리 (출처 : nytimes.com)

 

 

밝혀진 바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애초에 미국의 엄격한 배기가스 기준을 제대로 따를 수 없음을 알자, 배기가스를 조작할 수 있는 장치를 따로 차량에 설치하도록 한 것입니다. Nitrogen Oxide Trap 이라는 부품이 질소 산화물을 가두어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질소 관련 독성 배출을 저감하는 기능을 하지만, 이 시스템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료 소모를 요구하기에, 차량의 자체 컴퓨터는 이 시스템이 배기가스 테스트에만 가동되도록 했습니다.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산하 아우디나 포르쉐 등 다른 브랜드들도 역시 같은 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결국 폭스바겐은 관련 중역들이 줄줄이 사과와 사퇴를 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약 180억달러, 즉 우리 돈으로 거의 2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을 물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를 수입하는 국가들에게도 줄줄이 소송 당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폭스바겐의 주가는 한 순간에 폭락해버렸구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요? 이 일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가장 신뢰가 가는 분석은 전세계 자동차 시장 1위 굳히기를 위한 폭스바겐의 전략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2010년대 들어와 세계 1위 자동차 생산량 왕좌를 두고 폭스바겐과 경쟁을 하게 된 업체는 바로 일본의 토요타입니다. 그야말로 업치락 뒷치락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듯 그 1위의 자리가 매년 바뀐 적이 있습니다. 

 

 

링 위에 선 폭스바겐과 토요타 (출처 : alltrackworld.com)

 

아마도 폭스바겐 경영진은 토요타를 멀찌감치 따돌리기 위해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급격한 판매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일시에 시장 확대를 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가솔린 내연기관에서 이미 큰 기술력으로 미국 자동차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토요타와 상대하기 어려우니, 대신 독보적으로 자신있는 디젤 차량 기술에 베팅을 하는 무리수를 두게 된 것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디젤 차량은 원래 다른 내연기관 보다 연비도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적지만, 오히려 배기가스에 섞여 나오는 매연의 입자가 유독해서 인간을 비롯 생명체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한편으로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아닌 조작을 하면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사의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환경적으로 더 낫다는 친환경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상당기간 자사 디젤 차량에 대한 경쟁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전략은 그런대로 잘 먹혀들었고, 이는 미국 및 전세계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경쟁업체들에 비해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폭스바겐 클린 디젤 광고 (출처 : nymag.com)

 

아우디의 클린 디젤 TV 광고 

 

 

이 디젤게이트 사건이 일어난지도 벌써 8여년이 지났네요. 전세계를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도 잠잠해졌고, 이제는 기억의 저편으로 가물가물 사라진 것 같습니다. 디젤게이트로 인해 홍역을 치른 폭스바겐은 슬그머니 "DAS AUTO" 표어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뒤로 완전히 회복한 폭스바겐은 다시 한번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워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죠. 전기차 ID 시리즈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전세계를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폭스바겐 정도나 되기에 그 당시 파산하지 않고 8년 전의 그 위기를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물론 배기가스 조작 의혹은 비단 독일 자동차 브랜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미국 심지어 일본 브랜드들도 한때 이런 혐의를 두고 의혹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그간 우리가 믿어온, 정확성과 신뢰성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무한하고 긍정적인 이미지에 큰 의문을 제기한 사건이기에, 그만큼 일반인들에게 더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설마 독일이?? 진짜야?? 하고요...

 

한때 독일은 무엇을 하든 지독할 정도로 철저하며 근본을 중시한다는 생각 덕분에 독일산 제품은 신뢰도가 최고였고, 마치 국가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와도 같았었죠. 그렇기에 BMW, 벤츠, 아우디 등 고급차로서의 인기는 물론이고 대중차인 폭스바겐 역시 그러한 좋은 이미지를 최근까지 잘 이어왔던 것입니다. 

 

폭스바겐이 추락한 신뢰도를 다시 회복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만약 다시 한번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이번에도 전세계 소비자들이 다시 용서해줄 지는 모를 일입니다. 아직은 뚜렷한 선도자가 없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은 그 선도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새로운 시장에서는 이전 디젤게이트로 인해 큰 교훈을 얻었을 폭스바겐을 비롯해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오직 소비자들에 대한 양심을 중심으로, 선의의 경쟁만을 통해 시장을 발전시켜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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