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 삼성동의 구 한국전력 부지를 무려 10조 5천5백억원에 낙찰 받습니다. 처음에 이곳이 매물로 나오자 많은 업체들이 눈독을 들였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경쟁자들보다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써내서 아예 경쟁자들을 따돌려버립니다. 한동안 한국의 매스컴들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엉뚱한 곳에 돈을 낭비한다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의 의지는 확고 했습니다. 그들은 미래의 글로벌 신사옥을 건립 중에 있으며, 여기에 자동차 관련 계열사들을 모두 모아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장차 이곳을 세계적인 자동차 관련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2022년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3위의 자동차 생산 회사에 등극한 현대기아. 그들은 현재 고양에 자동차 테마파크를 운영중이지만, 높아진 현대기아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서는 그 규모가 좀 부족한 듯싶습니다. 기왕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이는 만큼,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 이상의 자동차 문화 명소를 글로벌 신사옥에 꼭 ! 포함시켰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는 역사나 규모 면에서 앞편에서 예를 든 다른 자동차 회사들의 테마파크들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아우토슈타트가 더욱 주목 받는 이유는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폭스바겐의 차량을 새롭게 구매하는 고객들이 직접 아우토슈타트를 방문하여 차량 인수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자동차 출고의 과정을 특별하게 하는 서비스 즉 폭스바겐의 고객을 완전한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일을 이 자동차 테마파크가 수행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례로 이전까지는 고객들이 폭스바겐의 차량을 인수받을 때 여느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딜러샵을 통한 평범한 방식을 사용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고객들이 자동차 테마파크에 직접 방문하여 자신의 새로운 자동차도 인수하고, 더불어 내가 선택한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를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해낸 것입니다.
아우토슈타트에서 가장 이색적이면서 존재 자체로 고객들이 큰 감명을 받는다는 48미터 높이의 카타워(Car Tower)가 그 새로운 방식의 신차 인수를 가능하게 하는 곳입니다. 아연으로 도금한 강철 프레임의 외벽을 전부 유리로 감싼 덕분에 내부에 층층이 쌓은 400대의 고객 인도 차량들을 테마파크 어느 곳에서도 잘 들여다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카타워 두 개가 우뚝 선 모습은 마치 1938년부터 자리잡고 있었던 역사 깊은 네 개의 공장 발전소 굴뚝들을 오마주하기라도 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매우 투명하고 현대적인 카타워들과 전통적인 공장 굴뚝들이 묘한 동질감과 대조를 동시에 이루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카타워의 운용방식은 카타워의 외관만큼이나 인상적입니다. 자동차 공장에서 고객의 차량이 완성되면 전자동으로 약 700미터의 지하터널을 통과하여 카타워에 보관됩니다. 한편 고객이 대기하는 곳에서는 본인이 인수할 차량이 전자동 시스템으로 전달되는 장면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차량을 인도 받은 뒤에는 본인이 직접 차량 번호판을 달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입소문 덕분에 폭스바겐은 자사 차량 구매자들의 약 30%가 이렇게 직접 자동차 테마파크를 방문해서 차량을 인수해 간다고 합니다.
테마파크 안에는 호텔도 있어서, 시간에 구애됨 없이 테마파크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참으로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테마파크 밖 볼프스부르크 시내에도 볼거리가 참 많다고 하죠. 볼프스부르크 캐슬,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Phaeno 과학 박물관, 볼프스부르크 천문대, 거기에 다가 매년 봄에 세계적인 댄스축제가 이 도시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고객들은 차를 인수하러 온 김에 시내 관광도 하고 간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차를 구매할 때 그 인수 과정이 어떠셨나요? 저도 신차 구매를 위해 엘에이 지역의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들의 딜러샵들을 방문해봤지만... 갈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특유의 불친절함이라던지 또 짜증나는 서비스는 때로 해당 브랜드마저 실망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딜러샵에 들어가자마자 저를 맞이한 직원이 저를 너무 기분 나쁘게 만들어 5분만에 핑계대고 나온 적도 있습니다.
평범할 수도 있고, 때론 지루할 수도 있는 새 자동차 인수과정을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체험으로 탈바꿈 시킨다면, 아마 미래에도 폭스바겐을 재구매하는 진정한 팬이 많이 늘어나겠죠. 직접 볼프스부르크를 방문하여 차량도 인도 받고, 테마파크에서 관광도 즐길 수 있게 하는 이 시스템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탐구해볼 만한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미국의 중고차 거래 회사인 카바나도 이러한 폭스바겐 카타워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형 차량 자동판매기를 활용하여 다른 중고차 중계 회사들과 차별화하는데 성공한 사례입니다. 후발 주자로서 미국 소비자들의 기억에 깊이 남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하네요. 대부분은 본인이 구매한 중고차를 집으로 배달받는 방법을 선호하지만, 지점에 와서 직접 차량을 인도 받기 원하는 고객들도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이 고객들이 카타워 안에 들어가 카바나에서 지급받은 특별 코인을 기계 안에 집어 넣으면, 자동으로 투명 타워 안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이 고객의 눈앞으로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저도 지난번에 저의 차량을 팔고 살 때 카바나 차량 자동판매기를 한 번 이용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으나...신기하다는 점 외에 차량의 가격적으로는 그다지 메리트가 없어서 대신 경쟁업체인 시프트를 이용한 일이 있네요.
한편 아우토슈타트 옆에는 축구 경기장도 있습니다! 볼프스부르크 시가 한국의 자동차 도시 울산처럼 독일에서 손꼽히게 부유한 지역인 만큼, 프로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죠. 1945년 공장 내 근로자들 중 공좀 차는 선수들을 선발하여 시작된 볼프스부르크 축구단은 현재 분데스리가 소속으로서 올해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도 진출한 명문 구단입니다. 한국 선수로는 구자철 선수가 십 년 전쯤 활약했었고, 얼마 전 포항스틸러스에서 뛰던 홍윤상 선수가 영입되었죠. 정말 없는 게 없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이네요...없는 거 빼고 다 있는...폭스바겐은 정말...!!
참 그거 아시나요? 놀랍게도 폭스바겐은 자동차 이외에도 생산하는 품목이 더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소시지 입니다. 생긴 모양도 비틀만큼이나 귀엽습니다. 애초에 공장 노동자들의 식사 제공 편의를 위해 소시지를 자체 생산했으나, 맛이 너무 좋았던 게 문제 아닌 문제였다고 합니다! 폭스바겐 산 소시지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자, 소시지 생산 규모를 점차 늘려서 이제는 일반 독일 마켓에서도 폭스바겐 소시지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하네요.
소시지의 나라 독일에서도 폭스바겐 소시지의 맛은 정말 일품이라고 하니...자동차 기술 개발하는 열정으로 소시지에도 R&D를 한 걸까요? 맛이 없으면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더욱 맛나게 만든 걸까요? 아무튼 소시지에는 폭스바겐의 로고가 당당하게 붙어있다고 해요. 2015년에는 폭스바겐 자동차보다 더 많은 수량의 소시지를 생산했다고 하니…폭스바겐이 식품회사인지 자동차 회사인지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맛있게 먹으라고 특제 소스마저 자체 생산한다고 하네요.
바로 이 소시지에 카레와 캐첩을 넣고 감자튀김과 함께 내는 요리를 커리부어스트(currywurst)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볼프스부르크의 명물이라고 합니다. 종전 후 서민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역사와 전통이 있는 요리라고 하니까 혹시 여러분들 중에 볼프스부르크 시와 아우토슈타트에 관람 가실 일 있으면 잊지 말고 꼭! 이 요리도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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