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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KSWAGEN 07. "비틀"거리던 회사를 벌떡 세운 - 비틀 이야기 (1)

꿈꾸는 차고 2022. 12. 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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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니 쌍용자동차의 사명이 곧 바뀐다는 소식입니다. 이제부터 KG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앞으로는 큰 부침 없이 쌍용만의 아이코닉한 디자인들을 KG 모빌리티가 잘 계승하고 발전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쌍용하면 코란도였죠! 1980-90년대를 주름잡던 코란도나 90년대 중반 혜성같이 등장했던 무쏘같은 모델로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하길 기대해봅니다. 학생 시절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전시관에서 진행된 무쏘 모델 발표회 때 직접 갔었는데...정말 추억 돋네요. 그리고 과거에 쌍용이 잘 나갈 땐 한국의 회장, 사장님들 죄다 벤츠 엔진 얹은 체어맨 타시고 했는데 말이죠. 

 

 

쌍용자동차 코란도 (출처 : en.wikipedia.org)

 

 

그러면 폭스바겐은 86년의 역사 속에서 제일 유명했던 모델이 무엇이었을까요? 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비틀을 외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폭스바겐하면 비틀, 비틀하면 폭스바겐이지요. 1999년도에 Car of the Century에서 선정한 20세기의 4대 글로벌 아이콘 차량은 포드의 Model T, BMW  미니, 시트로엥 DS, 폭스바겐 비틀이라고 합니다. 각자 그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뿐만 아니라 각각에 담긴 역사 역시도 정말 대단했던 자동차들이죠. 만약에 이중에서 여러분들에게 가장 친숙한 모델을 선택해보라고 한다면 어떤 것일까요? 아마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딱정벌레 차 비틀을 고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1925 포드 모델T 투어링 카 (출처 : en.wikipedia.org)

 

1991 미니 쿠퍼 (출처 : en.wikipedia.org)

 

1956 시트로엥 DS (출처 : en.wikipedia.org)

 

이처럼 자동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비틀이 제일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 고유한 형태가 워낙 독특해서 머리 속에 쉽게 그려질 뿐더러, 차 이름과 디자인이 절묘하게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비틀은 태생부터 국민차를 목표로 했던 이유 때문인지, 디자인 역시도 매우 소박합니다. 특유의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덕분에 멀리서 보아도 대번에 비틀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죠. 사실 비틀 이외에 폭스바겐의 다른 차량 모델들도 찬찬히 살펴보면 디자인이 크게 넘치는 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스타일링이 화려하기보다는 그 성능과 기본적 품질에 중점을 둔다는 목표 때문인 것 같습니다. 폭스바겐 산하에 무려 15개의 자동차 브랜드가 있고,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고급 브랜드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굳이 폭스바겐 브랜드에는 어떤 과장된 특색을 심으려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 비틀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게 된 것일까요? 무척 대중적이고 귀여운 영어 이름이라 처음부터 사용되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고 하네요. 원래 이름은 타입 1 캐퍼(Type 1 Käfer)로서 여기서 Käfer는 독일어로도 똑같이 딱정벌레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아직도 원래 이름 그대로 캐퍼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바로 이 딱정벌레 자동차의 역사가 곧 폭스바겐 초기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폭스바겐은 다행히 공장을 폐쇄 당하지 않았고, 영국군 출신 이반 허스트 소령의 배려 하에 1945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비틀이 생산하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확인하시려면 VOLKSWAGEN 04편을 참고하세요!)  2차세계대전 후 유럽의 궁핍한 경제 상황 속에서 비틀은 금방 큰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비틀이 본격적으로 생산된지 10년만에 100만대의 차량을 돌파했다고 하니, 가히 폭발적인 당시의 인기를 짐작할 만합니다. 

 

1945년 TYPE1 생산 장면 (출처 : thedetroitbureau.com)

 

 

100만번째 비틀이 생산이 되자, 감격을 한 회사 측에서는 금색 페인트로 차량을 단장하고 골드버그 (Gold Bug)라는 이름을 붙여 축하했다고 하네요. 이 백만번째 비틀이 생산되어 나오는 공장 앞에는 축하객들이 무려 15만명이나 운집하였다고 합니다. 이 골드버그는 당시 일했던 근로자들의 자존심과 용기를 한껏 세워준 이후에  폭스바겐의 공장 내 박물관에 소장되었다고 합니다. 

 

 

번쩍이는 백만번째 비틀 골드버그 ( 출처 : media.vw.com)

 

1955년 백만번째 비틀의 출고 장면 ( 출처 : media.vw.com)

 

 

비틀은 딱정벌레로서 매우 딱딱한 갑옷을 입고 있지요. 저는 그 이름 속의 의미에 귀여운 디자인뿐만 아니라 비틀이 자랑하는 강력한 내구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비틀은 오래도록 운행해도 잘 고장 나지 않고, 고장 나더라도 부품을 구하기도 쉬운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의 자동차로 매우 유명했습니다. 애초에 포르쉐 박사가 개발할 당시부터 히틀러가 요구한 조건이 무엇보다 간단한 구조와 쉬운 수리였으니, 결국 자동차 자체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고장 날 부분도 적은 셈입니다. 이외에도 비틀의 개발 초기에 히틀러는 포르셰 박사에게 다음의 요구 조건들을 친필로 적어 전달합니다. “어른 2명과 어린 아이 3명을 태울수 있도록 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시속 100킬로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차량 가격이 990마르크를 넘지 않으며, 유지 보수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이전까지 국민차를 제대로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기에 포르쉐 박사가 비틀의 개발 도중 받았을 스트레스는 이만저만 크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요청자가 독일 최고의 권력자인데다가 정해진 기간 내에 완수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천하의 포르쉐 박사도 긴장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1936년에 가까스로 비틀의 시제품이 나오고 나서 이에 고무된 나치 정권은 독일 국민들에게 "평화에 의한 힘" (Kraft Durch Freude)라는 일종의 청약 예금을 만들어 자동차를 예약하도록 선전합니다. 무려 30여만명이 이 제도에 동참하여 저축을 하였으나,  2차세계대전의 발발로 비틀은 생산이 중단되고 국민들에게 인도되는 것도 물거품이 됩니다. 국민을 상대로 한 거대한 사기와 같은 이 사건은 오늘날의 민주적인 사회에서라면 절대 용인될 수 없을만한 일이지요. 오히려 전쟁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비틀은 자신과 동일한 플랫폼의 군용차로 변형되어 불쌍한 다른 이웃국가들을 공격하는 첨병이 됩니다. 나치 정권에서 부르짖던 평화에 의한 힘이라는 이름이 결국 다른 국가를 위한 평화는 절대 아니었나보네요.

 

포르쉐 박사는 비틀을 개발하면서 체코의 자동차 회사인 Tatra의 모델을 많이 참고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두 차량을 비교해보면 아주 흡사한 외형과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Tatra사는 억울함을 느끼고 포르쉐 박사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 적이 있으나 2차세계대전 당시 체코를 포함 동유럽 지역을 완전 장악한 히틀러에 의해 강제로 고소가 취하됩니다.  사실 포르쉐 박사는 나치 정권의 국민차 의뢰를 받기 전인 1931년부터 Type12 등 비틀과 유사한 형태의 자동차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테스트 중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931년 Tatra사의 V570을 개발했던 인물을 영입하여 개발에 투입하였으니 디자인이 서로 비슷해질 만도 합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20년이 지난 뒤에야 결국 폭스바겐은 과오를 인정하고 1965년에 Tatra사에 배상금을 지불하였죠. 

 

 

Tatra사의 V570과 1세대 비틀의 디자인 비교 (출처 : spiatocka.sk )

 

 

 그래서 비틀은 Tatra사 차량의 내부구조와 매우 비슷하게 수평대향식 엔진을 차량 뒷편에 달아 후륜 구동방식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공기의 힘으로 엔진의 열을 식히는 공냉식 장치를 탑재한 덕분에 독일의 매서운 겨울 날씨에도 동파될 염려가 없어 정비가 매우 용이하고 고장이 적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제작된 이 오리지널 비틀은 아직까지도 전세계에 굴러다니는 차량들이 많을 정도로 내구성이 장난 아니죠. 저희 집 근처 이웃집에도 항상 연갈색의 구식 비틀이 주차되어 있는데 빛 바랜 몸체에 반해 지붕 위 반짝거리는 메탈 짐 거치대가 매우 묘한 조화를 보여 줍니다.

 

 

1세대 비틀 후면의 엔진 (출처 : scatvw.com)

 

 

길거리에서 가끔 보는 오래된 비틀은 원형 그대로인 것도 많지만 차량 앞 보닛 커버를 시원하게 드러내고 특이하게 개조하여 다니는 차량들도 많더군요. 2015년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나오는 개조차량들처럼 일부러 녹슨 표면들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고 말이죠. 역시 비틀은 녹이 적당히 슬어도 멋이 나는 빈티지 모델로서 제격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니아들이 참 좋아할만 하지요.

 

녹슨 빈티지 비틀 (출처 : pinterest )

 

(내용이 길어 VOLKSWAGEN 08 비틀 02로 내용이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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