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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KSWAGEN 12. 폭스바겐 최종회 - 전기차로의 폭풍 질주!

꿈꾸는 차고 2023. 1. 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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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대표 전기차 ID 4 (출처 : electrek.co)

 

 

지금까지 11회에 걸쳐 폭스바겐의 역사와 스토리에 대해 다루어보았습니다. 돌아본다면 지난 80여년간 폭스바겐은 “바로 우리의 발전이 자동차의 역사다” 라는 자부심 하에 수 많은 위기를 극복해왔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1990년대가 폭스바겐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였죠. 잘 나가던 폭스바겐이 1990년대에 들어와 연이은 적자로 인해 큰 수렁에 빠졌으나,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독일의 최고 기업에서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당시 폭스바겐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요인을 한번 되짚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다양한 의견들이 있겠으나, 저는 폭스바겐이 "멀티 브랜드" 전략을 극대화하고 이를 적절히 사용해온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누차 이야기했다시피 폭스바겐 산하의 브랜드는 15개가 넘고, 폭스바겐은 그안에 정말 다양한 차종과 세그먼트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능력의 회사라면 보통의 내공이 없이는 단 하루라도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의 대규모이지요. 그런데 폭스바겐은 이 수많은 브랜드들에서 오는 복잡성과 불필요한 중복을 성공적으로 줄이는 마법을 부리면서, 각 브랜드들을 원활하게 포지셔닝했고, 각 분야에서 선두의 위치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폭스바겐은 각각의 브랜드를 운영할 때, 제품 생산과정에서 공동으로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자동차 플랫폼이나 부품을 단일화하거나 설비와 생산재료들을 공동 구매하여 원가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그 일례로 아우디 Q7,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은 생긴 모습과 가격 등 포지셔닝이 다르지만, 차량 제조의 핵심을 이루는 플랫폼은 동일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사실 폭스바겐만의 고유한 것은 아닙니다. 1998년에 현대에 인수된 기아가 요즘 아주 잘 나가는 것도, 현대와 공동 기술 개발 및 부품 공유로 인해 크게 원가 절감을 할 수 있었고, 대신 새로운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하여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됩니다. 

 

 

아우디 Q7,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 (출처 : carguy.kr)

 

 

그러나 폭스바겐은 마케팅 등의 판매전략은 브랜드의 고유성을 살려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동차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폭스바겐 산하의 고급 브랜드들이 한 지붕 밑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죠. 자동차 팬이 아니라면 성격이 완전히 다른 람보르기니와 벤틀리가 같은 그룹 사이라는 사실을 누가 알겠습니까? 또한 폭스바겐이 영국의 벤틀리를 인수하면서, 벤틀리의 영국 공장과 전통적 생산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다 독립적인 마케팅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벤틀리 벤타이가와 람보르기니 유루스 (출처 : motor1.com)

 

 

이 때문에 폭스바겐은 대중 차량부터 시작해서 프리미엄 럭셔리 자동차와 스포츠카, 상용차 등 전 자동차 세그먼트 및 심지어 오토바이도 생산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자동차 그룹입니다. 수 많은 브랜드들과 100여개가 넘는 생산기지들을 전세계에서 운영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운영과 마케팅의 분리 전략"에 성공한 덕분이라 생각됩니다. 각자의 브랜드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브랜드 간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한 브랜드가 위기나 부진을 겪을 때 다른 브랜드가 이를 만회하는 안정성과 상승효과도 동시에 누리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최고급 스포츠카 업체 부가티가 매년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으나 폭스바겐은 부가티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데리고 있다가, 얼마전 크로아티아의 신생 전기차 업체 리막과 전격적으로 합병시키는 마술을 보여줬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폭스바겐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8년 전 디젤게이트를 겪었지만, 폭스바겐의 부침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디젤 자동차가 기존의 가솔린 자동차의 대안이 되지 못함을 스스로 인정해버린 상황이 되자, 이제 폭스바겐은 한발 더 나아가 탄소중립적이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그룹 전략인 "뉴 오토(NEW AUTO)"를 기반으로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주도형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폭스바겐 리더 Herbert Diess가 2021년 새로운 전략 NEW AUTO를 소개하는 장면 (출처 : volkswagen-newsroom.com)

 

 

또한 매년 매출의 5%를 기술개발에 투자하면서 전기차와 차량구독 서비스 등의 새로운 분야에서 이전 보다 훨씬 가속화된 첨단의 모습을 고객들에게 선보인다는 전략입니다. 폭스바겐은 휘발유 차종 출하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 2030년대 초에는 내연 기관차 판매를 완전히 종료한다고 이미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2020년부터는 전세계 시장에 새로운 MED(Electric Vehicle Modular Platform)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전기차 ID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공세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2025년까지 약 100만대의 폭스바겐 전기차가 전세계 도로 위를 달리게 한다는 목표입니다. 

 

폭스바겐 MED (Electric Vehicle Modular Platform) 플랫폼 (출처 : volkswagen-newsroom.com)

 

 

순수 전기차 ID 시리즈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제법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현대기아와 함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입니다. ID시리즈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향후 폭스바겐의 e-모빌리티를 이끌 새로운 전략 모델로 평가 받고 있고, 작년 말 기준으로 당초 예상했던 계획보다 1년 앞서 누적 판매량이 50만대를 돌파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폭스바겐은 보다 고객 친화적인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ID시리즈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폭스바겐 ID 시리즈 판매량 50만대 돌파 (출처 : 오토헤럴드)

 

 

뚜렷한 선도자가 아직 보이지 않는 전기차 시대의 초입에, 폭스바겐은 지난 2021년 그 중심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트리니티”라는 신개념 자동차를 2026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 차량에는 폭스바겐이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비젼과 혁신을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트리니티는 삼위일체라는 뜻으로서 폭스바겐의 세가지 미래 목표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미래의 신기술, 공급망의 간소화,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완전 지능화 및 네트워크화를 이룰 모델이 바로 트리니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트리니티 프로젝트 티저 이미지 (출처 : 오토헤럴드)

 

 

이를 위해 이 새로운 차량에는 레벨4의 자율주행 기술과 고전압, 초고속 밧데리가 탑재될 예정이며,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인간의 일상과 거주 공간으로서 진화된 미래 차량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서 RENAULT 06. 르노의 컨셉카 분석 에서 보여드린 SYMBIOZ CONCEPT에 필적할 만한 모델이 나올 것인지 주목됩니다. 비록 SYMBIOZ는 양산되지 못한 컨셉카였지만, 만약 트리니티가 양산이 된다면 세계 전기차 시장에 끼칠 막대한 영향력이 내심 기대가 됩니다. 삼위일체의 목표 중 하나로서, 폭스바겐은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존 자동차 공장 옆에 총 20억유로 (약 한화 2조 7천억원) 를 투자하여 새로운 첨단 공장을 건설한다고 하니, 그들의 도전은 그저 빈말만이 아님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모델을 발판으로 폭스바겐이 과연 테슬라를 제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의 표준을 세울 것인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재벌집 막내아들과 둘째 아들의 근황은 최근 어떠했을까요?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였을까요? VOLKSWAGEN 06. 편에서 폭스바겐과 불가분의 관계 포르쉐 가문 출신 두 리더들의 경쟁 이야기를 다루었었지요. 재벌집 막내아들이자 포르쉐 박사의 친 막내 손자인 볼프강 포르쉐는 현재에도 아주 건재합니다. 회사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지만, 포르쉐 이사회의 회장으로서 여전히 폭스바겐과 포르쉐의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다시피 포르쉐는 폭스바겐 그룹의 일원이지만, 폭스바겐 지분의 30퍼센트는 포르쉐 가문이 50% 소유한 포르쉐 지주회사가 가지고 있으니, 볼프강 포르쉐가 폭스바겐의 진정한 실력자인 셈이지요. 

 

 

 

페르디난트 피에히와 볼프강 포르쉐 (출처 : 헤럴드 경제)

 

 

한편 포르쉐 박사의 둘째 외손자로서 2000년대 초반까지 폭스바겐그룹의 회장을 역임하며, 앞서 이야기한 멀티브랜드 전략을 도입하여 폭스바겐을 수렁에서 구해낸 영웅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2002년 폭스바겐의 회장을 퇴임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까지 상당한 기간동안 폭스바겐 의사회 의장으로 군림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2009년에는 포르쉐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무력화하여 역으로 포르쉐를 폭스바겐의 품 안에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딱 그때까지는 그가 재벌집 막내아들 볼프강 포르쉐에게 승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2015년에 있었던 디젤게이트가 문제였네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디젤 게이트 사건 이후 폭스바겐 경영진 내부는 혼란에 빠졌고, 그는 회사 내 권력 투쟁에 실패하여 결국 모든 권한을 포기하며 이사회에서 퇴임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말로가 좀 안타깝게 끝났습니다. 그 후 별다른 활동 없이 지내다가 지난 2019년 독일의 한 식당에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살려낸 전설적인 자동차업계 영웅의 마지막 치고는 좀 초라했지요.

 

그러나 천재 경영자 집안의 개척자 정신은 DNA에 각인되어 대대로 유전되는 것일까요?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무대에서 사라지자, 이번에는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막내아들이 뒤를 이어 매스컴을 장식했습니다. 그의 막내 아들이자 포르쉐 박사의 외증손자인 토니 피에히가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를 시작했기 때문이죠. 마치 가문의 업적과 유산을 기념하기라도 하듯이... 회사 이름을 가문의 성을 따라 피에히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포르쉐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지난 2017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가 아닌 스위스에서 피에히 오토모티브를 창업하고 전기 스포츠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피에이 오토모티브의 2019 제네바 모터쇼 마크제로 데뷔 포스터, 오른쪽이 토니 피에히 (출처 : insideevs.com)

 

 

증조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을 입었기에, 지난 201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마크제로라는 전기 스포츠카를 선보였을 때 만큼은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마크제로는 포르쉐와 살짝 비슷한 이미지였지만 나름 잘 뽑아낸 디자인이라고 평가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아직 이렇다 할 차량 양산 이야기는 없네요. 공식 웹사이트도 잘 돌아가는 것 같진 않구요. 과연 피에히 오토모티브는 앞으로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되는 전기 스포츠카라는 영역에서 얼마만큼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토니 피에히는 외증조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성공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미 전기 스포츠카 업계에는 지난 2009년 설립된 크로아티아의 리막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큰 산처럼 버티고 있네요. 그리고 폭스바겐과 포르쉐는 리막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알아채고 재빠르게 폭스바겐 산하 부가티와 합병시켰죠. 쉽지 않은 경쟁 환경이지만, 피에이 오토모티브도 잘  살아남고, 아무쪼록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내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이로서 폭스바겐에 대한 연재를 모두 마치고,  다음 시간부터는 전기 스포츠카 영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리막이라는 회사에 대해 자세히 다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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