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29. 이게 도대체 무슨 말?? 사람이 개를 물고 지구는 평평하다고? – 정몽구 회장의 뚝심경영 이야기 (6)
"사람이 개를 물었다! (Man bites dog)"
"지구는 평평하다! (The Earth is flat)"
미국의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Automotive News) 의 2004년도 4월 28일자 기사에 나온 표현입니다. 사실적인 보도를 주로 전달하는 자동차 신문에서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일까요?
확인해보니... 이 표현들은 "있을 수 없는 이상하고 드문 일" 혹은 "전혀 말도 안된다"를 뜻하는 영어 관용구라고 합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당시 현대자동차를 다루는 기사에서 이 표현을 서두로 꺼냈습니다. JD파워의 조사에서 현대자동차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토요타를 앞섰는데,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흥분했던 것이죠.
아래에 인터넷판 기사를 찾아 캡쳐해놓았습니다. 내용을 읽어 보면 "현대자동차 차량 100대 당 결함 수가 102로서 104의 토요타를 앞섰다는" 내용이 잘 나오네요. 이를 시작으로 곧이어 뉴욕타임즈, USA투데이 등의 유명 해외 언론에서도 역시 현대자동차의 비약적인 품질 향상을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현대자동차가 품질경영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2000년도부터 달라진 품질에 대한 반응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품질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1999년의 상황을 한번 보겠습니다. 당시 JD파워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차량 1000대 당 결함 건수가 250여개에 달하면서 130여건의 토요타에 비해 더블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어필" 부문 조사에서 전체 37개 제조사 중 36위에 지나지 않았던 현대자동차는 2000년 34위, 2001년에는 30위에 오르더니 2002년에는 28위, 그리고 2003년에는 21위에 올라서며 품질경영의 효과를 서서히 나타냅니다. 결국 2004년 JD파워가 선정하는 자동차 초기품질지수조사에서 토요타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고 드디어 2006년 일을 냈습니다. 중형차 부문 차종별 평가에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토요타의 캠리를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 토요타도 신경이 쓰였던 모양입니다. 그 전에는 현대자동차가 그들의 안중에도 없었지만, 서서히 치고 올라오는 현대자동차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겠지요. 여기에 재미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2004년 말 토요타의 부사장급 임원이 보낸 편지가 현대자동차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현대자동차 품질 성공 신화를 이끌었던 품질총괄본부의 서병기 부사장 앞으로 써내려간 편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각사의 핵심공장을 서로 공개하면 어떨까하는 요청이었습니다. 즉 토요타의 일본 나고야공장과 현대차의 울산공장을 서로 보여주고 좋은 부분을 벤치마킹하자는 쇼킹한 제안이었습니다.
토요타는 단 몇년만에 이렇게 품질 면에서 큰 향상을 이룬 현대자동차를 상당히 의식한 모양입니다. 이러한 제안이 온 것도 충격적이지만, 제안을 받아들였을 경우 누가 더 이득일까?... 후발주자인 현대자동차로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큰 경사 속에서 현대자동차 내부의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졌던 토요타를 앞섰으니 축포를 쏘고 샴페인을 터뜨리며 그간의 노고를 자축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이 던진 쓴 소리가 이러한 잔칫집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오히려 정몽구 회장은 같은 해 6월에 "위기경영"을 선포하며 분위기를 다잡습니다. 그리고 특명을 내립니다.
“잘나갈 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도요타를 따라잡자. 우선 도요타를 배워라.”
숙고 끝에 현대자동차는 토요타의 달콤한 제안을 거절합니다. 토요타 나고야 공장의 선진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면 좋은 부분을 분명히 배울 수는 있겠지만, 한편 그동안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 내에 쌓아온 각종 노하우도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섣불리 승낙할 수 없었던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토요타를 더욱 배우자는 분위기를 사내에 확산시키면서 품질경영을 향한 고삐를 더욱 죄어갑니다.
그런데 잠깐, 토요타가 어떤 회사입니까? 토요타는 원가절감과 인재경영, 무파업으로 유명하고 2008년부터는 세계 최대, 최고 자동차 1위 기업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있죠. 하이브리드, 친환경 자동차 등의 미래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첨단 기술을 자랑하고 있구요. 그리고 토요타는 1937년 토요타자동방직에서 분사하여 설립되었으니, 현대자동차보다 무려 30여년이나 앞선 역사를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토요타가 지금까지 세계 자동차 산업에 미친 영향을 한번 살펴봅니다. 그들은 1951년도부터 "카이젠"(개선)이라는 생산방식을 동원하여 회사의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기 시작했는데요, 이것은 사내 직원과 경영자들이 근무 중 발견해낸 각종 개선 아이디어를 회사의 실제 사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놀라지마세요~ 2004년도에만 무려 53만건의 개선사항을 접수하여 99%를 채택했다는데...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업무에 치여 자신의 과업 이외에는 눈돌릴 여력이 없는 것에 비해 그들의 탐구 정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할만 합니다.
또한 그들이 개발한 "JIT"(Just In Time)라는 부품재고량 제로 제도 역시, 한동안 원가절감의 교과서로 불리울 정도로 글로벌 제조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쳐왔죠. 이것은 "필요할 때 필요한 부품만 수급하여 재고로 인한 각종 문제를 줄이고 제 때 필요한 자동차를 생산하는 혁신" 을 말합니다. 말이 쉽지 일반회사에서 이 제도를 정확히 지키려면 관련 직원들의 집중력과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합니다. 토요타는 이를 바탕으로 최고의 원가절감과 업무효율화를 이루었고, 현재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생산량과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부동의 1위 자동차 회사입니다.
당시 현대자동차의 임원들은 토요타를 분석하는 세미나, 포럼 등을 매주 열었고 토요타의 생산, 노사, 연구개발 등 전 분야를 대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토요타가 현대자동차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도 으쓱하지 않고 토요타에 대한 면밀한 벤치마킹을 수행해나갑니다.이를 위해 기획총괄본부 산하에서 직접 "도요타의 신성장 전략" 이라는 연구서적을 발간한 적이 있었고, "토요타 웨이"를 분석한 자료를 연구소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공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품질경영이 자리잡게되자 현대자동차의 체급도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현대자동차의 질주라고 할 수가 있겠는데요. 1999년까지만 해도 세계 자동차 시장 판매량에서 10위권 밖이었던 현대자동차를 2000년에는 처음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시켰습니다.
그리고 2008년 말 정몽구 회장은 원대한 꿈을 품게 되는데요, 품질경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창조적 품질 경영"을 선포하며 그 비젼을 발표합니다. 그 핵심은 창조적 품질경영과 무결점 품질혁신 활동을 통해 "GQ(Global Quality)-3355"를 달성한다는 원대한 목표였습니다. 여기서 GQ-3355라는 뜻은, 제품 품질은 3년 안에 세계 3위권, 브랜드 인지도는 5년 안에 세계 5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구상이 그저 뜬구름 잡는 허상이 아니었음이 드러납니다. 2년 뒤 2010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량 5위를 달성한 것입니다. 2년전 플랜을 그대로 이루어낸 것이죠. 그 즈음 현대자동차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정말 세계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유래가 없는 폭발적인 성장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품질에 집중한다고해서 마케팅을 줄인 것은 아닙니다. 현대자동차는 품질 향상에 노력하되, 해외와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여전히 지속하며 인지도와 점유율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합니다.
2001년 7월 미국의 대표적 시사전문지 타임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기사를 다루지 않을 수 없었나 봅니다. 그 당시 타임은 "현대차 고속 질주(Hyundai in High Gear)"라는 타이틀 아래 "현대자동차는 10년 10만 워런티 제공을 통해 그들의 품질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999년에 현대자동차에서 처음 시작한 이 제도는 말 그대로 현대자동차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한 이후 10년 또는 주행거리 10만(약 16만km) 마일 범위내에서 무상으로 수리해준다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혜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2년, 2만4000마일 보증이 일반적이었고 포드와 GM은 3년 3만6000마일, 도요타는 5년 6만 마일을 보증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특히 일본 경쟁업체들은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마케팅 방식에... 미친 짓이라며 비웃었다고 하죠.
하지만 정몽구 회장의 뚝심경영이 다시 한번 여기서 발합니다. 그는 대내외적인 비판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10년 10만 마일 보증 마케팅을 추진했습니다. 사실 다른 경쟁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마케팅 해봐야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마케팅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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