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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31. 글로벌 경영의 원조, 품질 개선에 매달린 20년 – 정몽구 회장의 뚝심경영 이야기 (8)

꿈꾸는 차고 2024. 6. 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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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31. 글로벌 경영의 원조, 품질 개선에 매달린 20년 – 정몽구 회장의 뚝심경영 이야기 (8)

"글로벌 경영"이란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생산, 판매 및  연구 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수출하는 단순한 국제 경영 활동보다 광대한 범위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글로벌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은 세계 시장을 국경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국가라는 경계를 초월하여 하나의 통합된 대상으로 파악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시장과 경영 환경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 다양한 거점들의 설치가 필수적이죠. 그리고 해외 거점의 활성화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현지 고객 대응 능력으로 경쟁업체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에 규모가 큰 기업일 수록 이러한 현지화에 적극적입니다. 그러면 한국 기업 중에 가장 글로벌화된 회사가 있다면 어디일까요? 아마도 그곳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아닐까 합니다. 

 

 

 

글로벌 시장 이미지 (출처 : 애플경제)

 

 

 

 

대한민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2023년 삼성전자는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아마존, 구글에 이어서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한 위상에 걸맞게 삼성전자는 전세계 총 74개국에 생산거점, 판매거점, 디자인센터, 연구소 등을 포함 232개의 캠퍼스를 운영중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조직인 것이죠. 이렇게 다양한 거점들이 하루에 수집하는 정보의 양만해도 엄청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2023 세계에서 가장 브랜드가치가 높은 TOP20 순위 (출처 : 인터브랜드)

 

 

 

 

 

그러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어떨까요?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삼성전자에 못지 않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전세계 42개국에 486개의 사업장을 운영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기준으로 해외 공장은 현대가 7곳, 기아가 4곳을 운영 중 입니다. 기술연구소도 국내에 3곳, 해외에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독일 등 5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말 큰 규모이지요. 보통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업이 잘 되어 사내 유보금이 넘칠 때, 해외 거점에 투자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되돌아보면 그 반대가 대부분이었죠. 사업이 힘들 때일 수록 거점을 정비하고 투자를 지속하여 그 다음 챕터를 준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삼성전자 빌딩과 깃발 (출처 : 아주경제)

 

 

 

 

그 예를 들어보기 위해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때는 2008-2009년의 세계 금융 위기, 대규모 파산과 불경기가 전세계를 휩쓸었던 시절, 유럽 자동차 시장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유럽의 자동차 수요가 얼어붙는 바람에 생산된 자동차 재고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가자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시름이 깊어갔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대규모 투자를 축소하고 비용절감 방안에 골몰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업의 모습입니다만 이렇게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침체기 속에서 정몽구 회장의 결단은 주위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취한 방법은 바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현지화. 정몽구 회장은 유럽 시장에서 직접 생산과 현지화된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하라고 지시합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2008년 체코의 노소비체 지역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고 "i30" 등의 현지 전략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체코 공장 전경 (출처 : Hyundai Worldwide)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공장 (출처 : 글로벌 오토뉴스)

 

 

 

 

한편 이에 앞서 기아자동차는 2007년 슬로바키아 질리나 지역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완공하여 해치백 모델인 "씨드" 를 출시합니다. 씨드는 국내시장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유럽 맞춤형 현지화 전략 모델인데요, 그래서 디자인은 독일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디자인센터에서, 생산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만 담당했습니다. CEED라는 이름부터가 재미있습니다. 이 차명에는 고객의 니즈를 100% 충족하고 현지화를 이루겠다는 다짐을 내포한다고 합니다. 풀이해보자면 CE는 유럽 공동체(European Community)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ED는 이 차량이 유럽 소비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유러피언 디자인(European Design)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골목이 좁고, 구불구불 다양하다는 특성, 그리고 높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 때문에 해치백이나 왜건의 선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씨드는 이러한 현지의 상황을 적절히 파고들었습니다. 그리고 스포티하고 경쾌한 디자인에 뛰어난 편의성과 가성비로 까다로운 유럽의 소비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씨드는 2006년에 출시된 이래 2년만인 2008년 해치백 C세그먼트에서 유럽 올해의 차 부문 1위를 거머쥐었고, 이 덕분에 동급 세그먼트에서 전통적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폭스바겐의 골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아 시드 (출처 : 기아 닷컴)

 

 

 

 

 

마치 두터운 성채처럼, 후발주자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절대 뚫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유럽시장. 이미 수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진출해 있으며 소비자들 역시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곳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조용히... 일을 내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투자를 멈추고 긴축재정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미래를 바라보고 실시한 대규모 투자와 현지화 덕분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유럽 판매는 2008년 50만6000여 대에서 2020년 85만5000여 대로 증가하게 됩니다. 다른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금융위기로 힘들었던 이 시기를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던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1989년 6월 캐나다 퀘백주 브로몽(Bromont)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한 전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큰 손실을 입고 1994년 철수한 매우 아픈 기억이 있었죠. 절치부심한 현대자동차는 차근차근 준비하여 다음 해외공장들을 설립해나갔고 정몽구 회장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독립시킨 2001년 즈음에는  중국, 터키, 인도의 세 곳에 해외공장을 성공적으로 운영시키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품질경영을 외치며 회사의 기저부터 변화의 바람을 시작한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주요 지역에 현지 공장을 추가적으로 건설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이 빠른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현대자동차 터키 공장 (출처 : 파이낸셜뉴스)

 

 

 

 

최근의 상황을 보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러시아,  터키,  멕시코, 브라질 등 전 대륙에 자동차 생산 네크워크를 구축하였습니다. 총 11곳의 해외 공장 증설 덕분에 글로벌 생산, 판매 체계의 효율적 운영이 탄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해외공장 건설에 대한 주변의 우려에도 2010년 9월 연산 15만 대 규모의 러시아 자동차 공장을 완공했고, 2013년 10월에는 세계 4대 시장으로 부상한 브라질에 연산 15만 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기아자동차는 2016년 북미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하여 연산 4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멕시코 공장을 완공했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에 11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30만 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완공했습니다. 이렇게 20여년동안 8곳의 자동차 공장을 세웠으니 2년반만에 한 곳씩 생긴 셈입니다. 
 

 

 

현대 기아 자동차 글로벌 생산 거점 현황 2019년 기준 (출처 : 중앙일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은 물론,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까지 세계 곳곳에 빠른 속도로 생산기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정몽구 회장의 지휘 아래 현대, 기아자동차가 개발한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이 덕분이라고 합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전세계 공장에서 균일한 고품질의 생산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기에 현지의 자동차 시장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적기의 시점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던 것입니다.이처럼 정몽구 회장을 필두로 하여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숨가쁘게 해외 시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데 큰 힘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이 글로벌 네트워크 거점을 중심으로 직접 발로 뛰며 생산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현지화 및 현장경영으로 성장을 이끌었고, 이 탄탄한 네트워크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수많은 자동차산업 위기에도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브라질 공장 (출처 : 현대 월드와이드)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출처 : 현대 네이버 블로그)


 
 
이러한 현대기아자동차의 성장의 중심에는 항상 정몽구 회장의 뚝심경영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의 강력한 주문 덕분에 브랜드 가치가 땅에 떨어진 현대자동차가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산업과 소재산업을 동시에 성장시키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게 되었고, 그 변화가 두드러지게 시장에서 결과로 나오자 성공의 신화를 써내려간 정몽구 회장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중 하나인 "포춘"은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과감한 결단력과 승부근성"
"무모하리만큼 강한 추진력"
"품질, 기술 중심의 경영전략"
"공격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2010년 미국의 대표 경제전문지 포춘에 등장한 정몽구 회장 (출처 : 뉴데일리)

 
 

 

현대와 기아자동차를 부활시킨 정몽구 회장의 수상 현황을 보면 정말 화려합니다.

 

2001년

 "미국 자동차산업 공헌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

 

2004년

 "비즈니스위크 최고경영자상"

 

2005년

오토모티브뉴스 자동차부문 "아시아 최고 CEO 상"

 

2006년

 "우드로 윌슨상" 수상

- 제28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우드로 윌슨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이 상에서 경제발전에 공헌한 점을 높이 평가받음.

 

2009년 6월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상" 수상

-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과 혁신적인 정신, 글로벌 마인드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세계 5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키워낸 점을 인정받음. 그리고 많은 미국인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미국 내 생산, 판매, 연구개발 활동에 고용돼 있는 등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이 한국과 미국의 경제적 연대관계 강화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음.

 

2009년 12월

- 미국의 모터트렌드는 정몽구 회장을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3위로 선정.

- 2008년 6위에서 3계단을 뛰어오른 성과.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세계 100대 최고경영자상" 수상

 

이렇게 정몽구 회장이 보여준 혁신적인 경영 성과 덕분에 결국 지난 2020년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광을 갖게 된 것입니다.  
 
 

 

 

미국 제이디파워 2022년 상위권을 휩쓴 현대자동차 (출처 : spokanehyundai.net)

 
 
 


자 그러면 정몽구 회장이 이 모든 품질경영을 시작하도록 동기부여가 되었던 JD 파워를 기억하시나요? 정몽구 회장이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고난과 현실을 깨닫고 귀국 즉시 시작한 품질경영은 사실 JD 파워의 컨설팅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었죠. 20여년 전, JD 파워의 뼈때리는 일침에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는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고 매서운 품질경영에 돌입했었습니다. 그리고 정몽구 회장의 지론은 자동차 시장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의 선전은 다른 글로벌 시장에까지 파급될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당시 최대 자동차회사 토요타를 따라잡으라는 특명을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전직원에게 전파했고, 토요타와 선의의 품질 경쟁을 통해 개선되는 모습을 북미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소비자들의 구매인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JD 파워에 호평을 받는 방법이 가장 빨랐기 때문에 그렇다면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도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여년 뒤. 정몽구 회장의 바톤을 이어받은 정의선 회장은 결국 그 목표를 현실로 이루었습니다. 작년 2023년 JD 파워의 내구품질조사 결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7개 차종을 차급별 상품성 1위에 등극시키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 중 가장 많은 최우수 차종을 배출했고 내구품질조사에서는 기아가 1위를, 현대차가 3위, 제네시스가 4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15개 완성자동차 메이커 중 1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2023년 현대자동차그룹은 실적 면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도요타를 뛰어넘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2023년 1분기 영업이익은 6조4667억원으로 토요타의 6조2087억원을 근소하게 앞질렀던 것입니다. 지난 20여년간 매진해온 품질경영의 결과가 드디어 꽃피우게 된 셈입니다. 

 

 

 

2024년 신년사에서 품질을 강조하는 정의선 회장 (출처 :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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