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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키 큰 선수 은퇴 - KBL 김승원 선수와 오리온스의 추억

마셜 2024. 6. 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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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삼성 썬더스 농구단 인스타그램)

 

 

 어느새 35세, 최선을 다했던 농구선수 김승원 은퇴

 

 삼성 썬더스의 김승원이 은퇴를 선언했다. 사실 현역으로서 마지막 뉴스가 될 은퇴소식조차도 많이 기사화되지 못했다. 그만큼 KBL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선수였고, 풀타임 주전으로 시즌을 소화한 적도 없었다. 2012년부터 총 네 번의 이적을 경험하며 5개 팀 유니폼을 수집했던 저니맨이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35살이 될 때까지 현역으로 프로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어느 정도 분명 경쟁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제는 커 보인다 말하기 어렵지만, 억대연봉도 받아봤던 김승원 선수, 흔히 벌어지는 KBL 은퇴소식 중 유독 눈에 띄었던 건 한창 농구를 챙겨보던 시절, 그가 오리온스 팬에게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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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기사로도 나오지 못한, 그저 이름 한 번 언급된 김승원 선수 은퇴 소식)

 

 

 신인 시절, 오리온스 팬이 바라봤던 김승원 선수

 

 그때 꽤 농구를 열심히 봤다. 그때나 지금이나 농구가 위기라는 걸 다들 알았지만, 2013년만 해도 스포츠 케이블채널에서는 KBL을 자주 중계할 정도로 겨울스포츠로 입지는 괜찮았었다. 그리고 난 오리온스 팬이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팀.. 야반도주 이미지에 팬이 많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난 최진수가 좋았고, 추일승 감독의 포워드 농구가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 김승원 선수가 입단했던 2012년은 아직은 포워드농구가 무르익기 전, 신인 센터를 배려해 주기엔 팀에 빈틈이 너무 많았고, 그 와중에 적은 시간 출전을 이어가며 경험을 쌓던 김승원은 트레이드 시장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아 예상보다 빠른 이적을 하게 된다. 오리온스와 함께 했던 길지 않은 시간.. 오리온스 팬이었던 내게는 참 괜찮은 센터이자, KBL에서 키워주기 어려운 타입이기에, 그래서 뭔가 좀 안쓰럽고 더 기억에 남는 그런 선수이다. 

 2013년은 그래도 마음먹고 블로그에 농구 글을 좀 썼던 시기라서, 김승원 선수에 대한 글이 좀 남아있다. 오랜만에 들어가 보니 비공개로 해놓았을 정도로 나도 최근에는 신경을 안 썼는데, 은퇴 후 새 출발을 하는 우리 키 큰 김승원 선수를 위해, 정성 들여 썼던 10여 년 전 과거 글을 한 번 소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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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원의 모든 것 : 그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부족한 것

 모든 것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특히나 고연봉 대선배들이 공격에서 정신을 못 차릴 때, 계속해서 활로를 뚫어줬던 중거리슛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캐스터가 오늘 김승원 선수 매우 슛감이 좋다고 했을 때, 한 마디 해주고 싶더군요. "우리 승원 선수는 원래 슛 정확하다고!! 특히 그 위치에서는!!"

 2쿼터였던가요? SK 골밑에서 상대편 두 세명 사이에 끼어 악착같이 공격리바운드를 따내고 다시 골밑슛을 시도하다 파울을 얻어내는 모습은 정말 대견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센터지론에 부합해서 더 이뻐 보였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골밑슛을 시도하는 선수는 블록을 시도하는 선수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키/체공력에서 압도적으로 밀리지 않는 한, 페이크를 쓸 수 있는 권한도 공격자에게 있고, 특히 좋은 그립으로 최대한 공을 높은 위치에서 올려놓는다는 기분으로 슛을 쏜다면 적어도 파울은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외국인 선수들에게 속절없이 골밑을 내준 국내센터들은 그런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망스러웠죠. 바꿔 말하면 기본에 충실해서 골밑슛을 시도하면 파울을 얻거나 성공시킬 수 있는 위치에서 수비를 의식해서 오히려 블록을 자처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오늘 겹겹이 장벽을 친 느낌의 SK골밑에서 끝까지 밀고 올라가 파울을 얻어내는 김승원 선수의 모습은 국내센터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자질을 보여줬다고 감히 평하고 싶습니다.

 너무 흥분했을까요? 하긴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그 장면을 생각하고 흥분하고 있을 지경이니... 그다음에 바로 그의 부족한 것이 보였죠. 어찌 보면 더 쉬운 골밑슛 찬스에서 처음 보는 듯한 왼손 훅슛(?).. 그 거리에서 보기 드문 에어볼이 나왔고.. 그냥 웃음이 나오더군요. 역시나 아직은 세밀함이 부족하구나.. 싶으면서.. 어쩌나.. 아무리 엔트리를 봐도 센터플레이를 전수해 줄 선배는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음에 아!! 최고센터 윌리엄스 선수가 우리 팀이지.. 하면서, 기원했습니다. 김승원 선수가 같이 뛰는 동안 윌리엄스 선수의 골밑플레이를 많이 배우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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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업로드가 많이 늦어졌네요. 그래도 적어놓은 메모를 바탕으로 몇 글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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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원 선수 :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

 김승원 선수를 우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인정합니다. 국내 센터에 대한 애정에는 약간의 프리미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농구의 처참한 현실이죠. 그래도 힘들어하는 2m 이상의 선수들을 보면, 좀 더 힘내라 응원해주고 싶고 그런 마음입니다. 그런 제 성향이 있지만 요즘의 김승원 선수는 "한국 애 큰 애" 수준을 넘어서서, 방심하다간 10점 5 리바운드 정도 쉽게 허용할 수 있는, 함지훈 선수도 곧잘 막는 그런 빅맨입니다.

 언젠가 인터넷 기사를 보니 주태수 선수에게 '위대한 초식공룡이다'라는 찬사를 보내더군요. 생소하지만 쉽게 알아들었습니다. 외국인선수 중에 제 역할을 못하는 함량미달의 선수에게 곧잘 식물센터, 식물선수를 썼었고, 그런 선수를 잡아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라는 뜻이었지요. 요즘 전자랜드의 분투에서 주태수 선수의 역할이 작지 않은 것을 보면 그 찬사가 아깝지 않습니다. 주태수 선수의 커리어를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대학무대에서 최고센터로 군림하다가 프로데뷔 후 속절없이 블루워커로 전락, 백업역할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 폭발, 트레이드... 그 후 긴 시간이 흘러, 유도훈 감독을 만나고, 외국인 수준의 하향평준화 등의 추세를 놓치지 않고 이제 이름 값하는 선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만.. 그 세월은 너무 길었지요.

 김승원 선수는 신인입니다. 주태수 선수의 그 노력의 세월을 단축할 수도 있고, 주태수 선수를 롤모델 삼아 노력하다 보면 그 수준을 뛰어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있어하는 중거리도 코너 쪽으로 범위를 넓히고, 컷인플레이도 의식적으로 많이 시도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리뷰에서 메리트 선수와 조화가 잘 맞을 듯하다...라고 썼었는데, 이 번 게임에서 나름 괜찮은 조합임을 입증했습니다. 리그 MVP급 활약을 보이고 있는 존슨 선수를 상대로도 나름 기죽지 않고 플레이를 펼쳤고... (물론 30점을 허용했습니다만) 메리트 선수도 차라리 정통센터 스타일보다는 존슨 선수처럼 내외곽 가리지 않고 몰아치는 선수 상대로 같이 정신없이 쫓아다니기에 낫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도 김승원 선수, 메리트 선수와 짝을 잘 이뤄서 윌리엄스 선수가 2~3분이라도 더 쉴 수 있도록 해주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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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욱+김승원 > 함지훈

 전 보면 볼수록 김승원 선수의 미래가 기대가 됩니다. 중거리도 능한 것 같고, 다들 걱정한 것처럼 아주 느린 것 같지도 않고요. 무엇보다 국내빅맨들에게는 힘에서 밀리지 않는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일단 그를 출장시킬 수 있는 명분을 팀에 제공하고 있는 거니까요.

 이 날 경기에서도 비록 2득점 2리바운드 1도움이었지만, 김동욱 선수를 도와 함지훈 선수를 아주 잘 막았습니다. 공격이 나름 다변화되어 있는 모비스이지만, 양동근 선수는 전태풍 선수와 경기 내내 난타전, 문태영 선수는 뭔가 아쉬운 모습, 거기에 함지훈 선수까지 이 두 명에게 제압당하니, 공격이 원활하지는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반대로 오리온스 입장에서는 좀 편안한 느낌, 바꿔 말하면 시소게임을 할 때도, 게임이 좀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게시판을 보니 김동욱 선수는 예전부터 함지훈 선수에게 아주 자신감 있게 수비를 한다는 평이 있던데, 글쎄요.. 이유를 잘 모르겠더군요. 굳이 찾자면, 좋은 BQ를 활용해서 넓은 시야로 농구하는 함지훈 선수에게는 포지션은 다르지만 비슷한 정도의 BQ를 가진 김동욱 선수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김승원 선수가 함지훈 선수를 잘 막는 이유는 간단할 것 같습니다. 힘에서 절대 밀리지 않으니까요. 포스트업이 맘대로 안되니 생각대로 풀어가지 못하는 느낌이더군요.


 

 

 이제 코트에서 볼 수 없게 된 김승원 선수의 새 출발을 응원한다. KBL에서 장신 선수로서, 늘 주목받기 어려운 한 시즌 한 시즌을 보냈지만, 그래도 그를 필요로 하는 팀은 많았고, 억대연봉을 받아보고, 10년 넘은 프로생활을 경험한 후 이제 은퇴하는 선수는 충분히 팬들에게 기억될 만한 선수다. 그 특유의 성실함으로 새로운 인생에서는 더 큰 성공을 거두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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