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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프로 세계 - 페퍼 이고은 2년만에 흥국생명으로 이적

마셜 2024. 6. 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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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인스타그램)

 
  언제든 소속팀을 떠날 수 있는 게, 프로선수의 숙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좀 허망하다. 페퍼 배구단이 야심 차게 영입했던 팀 FA 1호 선수 이고은이 이원정과의 트레이드로 흥국생명으로 이적하게 되었다. 불과 2년 전 페퍼 팬들은 주전세터를 FA로 영입했다며 환영했었다. 그리고 작년 보상선수에서 제외하는 희대의 바보짓으로 김세빈이라는 초고교급 유망주를 날리면서까지 지켜낸 주전세터가 바로 이고은이었다. 팀의 혼란이 극에 달했던 2023-2024 시즌 서서히 박사랑에게 밀리며 벤치를 지키는 일이 잦아졌고, 다음 시즌에는 주전 박사랑-백업 이고은 체제가 될 거라는 예상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팀을 떠날 거라 생각한 팬은 많지 않았다. 
 

페퍼스, 결국 이고은 내보냈다

결국 이고은이 페퍼스를 떠났다.프로여자배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3일 흥국생명과 이고은을 내주고 이원정을 영입하는 ‘세터’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페퍼스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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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를 검색해보니, 흥국생명이 이고은을 영입했다는 제목이 대부분이다. 신생팀이자 비인기팀인 페퍼보다는 흥국생명 관점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게 일면 당연하기도 하고, 페퍼보다는 흥국생명에게 의미가 큰 트레이드로 보인다. 일단 양 팀에 이 트레이드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자. 
 

흥국생명, 주전 세터와 주전 리베로 교체 - 진정한 윈나우

 
 여제 김연경의 활약에도 봄배구에서 고배를 들고 말았던 흥국생명이 그야말로 윈나우를 선언했다. 김연경 나이를 생각하면 일면 당연한 선택인데, 두 건의 대형 트레이드로 단번에 팀의 고질적 약점 해결에 도전했다. 늘 중요한 게임에서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이원정 대신 이고은으로 변화를 택했고, 신연경을 영입하면서 김해란 은퇴 후 큰 약점으로 꼽혔던 리베로 자리를 보강했다. 신인지명권을 과감하게 내주면서까지 윈나우 노선을 분명히 했는데, 미들블로커 자리는 여전히 휑하지만, 이 정도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 보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고은이 뛰기에는 페퍼보다는 흥국생명이 조금 더 나은 환경이다. 신연경을 보강한 흥국생명은 리시브에서는 이제 상위권에 자리잡을 수 있는 팀이다. 안정적인 리시브를 바탕으로 단순한 토스라도 정확하게만 구사하면 되는 환경이라면, 이고은도 세터로서 꽤 경쟁력이 있다.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은 이적을 경험한 이고은, 이제는 베테랑 나이가 되었으니 흥국생명에서 행복한 배구를 하길 바랄 뿐이다. 
 

페퍼, 단 번에 샐러리캡에 여유를 얻다 - 추가적인 팀 재편 가능성

 
 이원정이 이고은에 비해 뛰어난 선수라 보기는 어렵다. 백업세터를 이고은에서 이원정으로 바꿨다고 전력이 좋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비슷한 능력치에 5살 어린데, 연봉도 2억 원가량 적다면, 샐러리캡에 숨통을 터주는 것만으로도 효자노릇은 충분히 한 영입이다. 따라온 지명권은 2라운드를 1라운드로 업그레이드한 것이지만, 사실 페퍼보다는 흥국생명이 상위권에 있을 가능성이 높기에 순서를 확 앞당겼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번 트레이드는 예상외로 빡빡한 샐러리캡에 숨통을 텄다는 데 가장 큰 득이 있다고 하겠다. 이예림 영입설이 있는데,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구단이 추가적인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원정에게는 흥국보다는 페퍼가 편한 환경이 될 듯 하다. 흥국생명에서 이원정만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에 비하면, 압도적 (신생) 꼴찌팀 페퍼에서는 세터가 실수를 좀 해도 덜 주목받을 수 있다. 물론 리시브는 엉망진창이겠지만, 이원정 토스의 문제는 리시브를 가린다기보다는 한 번 멘탈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거였으므로... 기대치가 낮은 팀에서, 의욕 넘치는 국내파 감독과 배구하는 게 여러모로 이원정에게는 기회로 보인다. 
 
 추가적인 영입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페퍼는 작년 김세빈을 잃었던 바보짓에 비하면 정말 프로다운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다른 팀에 질질 끌려가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만으로도 반갑다면 반가운 일. 아무쪼록 어렵게 만든 샐러리캡 여유를 여전히 부족한 뎁스를 강화하는데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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