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팬들에게 조금은 기대가 있었다. 목을 빼고 기다렸던 외국인 테일러 프리카노도 드디어 출전하고, 상대팀 IBK기업은행도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아시아쿼터 자리를 세터 보강에 쓴 팀이다. 그만큼 좌우 공격력이 모두 리그에서 상위는 아니라는 뜻이기에... 일단 높이를 보강하고 빅토리아만 어떻게 봉쇄를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실낱 같은 희망을 가졌지만, 큰 구멍을 메우지 않고 출항한 배처럼, 팀은 한 방에 무너졌다.
그 과정에서 박정아는 지쳐보였고, 장위도 당황한 듯 실수를 연발했으며, 무엇보다도 리시브 효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리시브진은 작년과 별 달라진 바 없는 모습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테일러는? 솔직히 자비치와 별 차이 없는 모습이었다. 굳이 꼽자면 밝은 표정으로 파이팅 하려고 애썼다는 거? 이럴 거면 자비치를 그냥 두지 싶을 팬도 좀 있었을 듯... 그랬다면 적어도 1라운드 2~3 게임에서 높이라도 좀 더 나았을 테니.... 전에 흥국생명에 대체외국인으로 왔던 윌로우도 공격력은 이보다 나았던 것 같고... 대마 소지 사건을 일으키며 시즌 중 흑역사를 남긴 니아 리도도 적어도 높이를 바탕으로 한 파이프 공격이라도 인상적이었는데... 테일러는 뭔가 임팩트를 주는 건 없고, 공격 성공률은 30%를 밑도니... 믿고 데려온 감독과 구단 측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머리가 아플 것 같다.
외국인 선수만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외국인 선수만 오면 뭐라도 될 것 같았는데, 그 마지막 한 장 남은 카드가 별로다 보니 선수들의 실망이 더 컸던 모양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선수들을 안정시킬 방법은 전혀 없었고, 약점도 많은 IBK 기업은행이지만, 리시브가 무너진 상대를 요리하는 걸 어려워할 정도의 팀은 아니었다.
결국 1라운드는 1승 5패로 마감
결국 1라운드는 1승 5패로 끝났다. 이제는 더 이상 딱히 전력 플러스 요인도 없고, 백업도 가장 약한 팀 사정을 생각해보면 이미 이 번 시즌 상위권 발돋움은 물 건너간 느낌이다. 그래도 첫 경기 1승을 따고, 연이어 한 세트 한 세트라도 벌어놓은 덕분에 현재 꼴찌를 면하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하긴 생각해보면, 언제 페퍼가 강팀이었나. 이제 동네북 신세에서 벗어나, 도로공사라도 이길만 하고, 나머지 팀을 상대로도 정신 안 차리면 한 두 세트 빼앗길 수 있다는 압박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작년보다는 나아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다만, 배구에서 1-2-3이, 리시브-토스-공격이라는 걸 모르는 팬은 없는데.. 1도 제대로 못하는 OH들을 내세우고 요행을 바라는 모습은 그만 봤으면 한다. 하이블에서 마무리를 못 지어는 거 답답하고... 세터 입장에서도 너무 머리가 아프겠지만, 1이 안되면 2도 없고 3도 없다. 3 하려고 1도 안 되는 선수를 넣어서, 초반부터 팬들 실망시키는 경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리그 에이스로 자리잡은 빅토리아
페퍼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타 팀 좋은 선수를 보며 한탄하는 건 사실 '포도밭의 여우'도 안될 정도로 의미 없는 일이다. 포도밭의 여우도 철조망을 넘지 못할 뿐... 포도를 알아보긴 한다.
지금 페퍼는 눈 앞에 포도가 있어도 알아보지 못했기에 일단... 여우한테 포도 알아보는 법을 배워야 할 신세다.
딱히 단점이 없어보이는 빅토리아를 왜 장 감독과 스태프는 눈여겨보지 않았을까? 원소속팀과 재계약하지 못한 부키리치는 그렇다 치자. 신장도 좋고 운동능력도, 마인드도... 동기부여도 확실할 선수를 제쳐두고 왜... 뻔히 공격에 힘을 싣지 못하는 자비치를 뽑았을까. 물론 빅토리아가 프로경력이 짧고 검증되지 않은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한국배구는 몰빵, 그리고 몰빵, 그리고 몰빵인데.... 그걸 견딜만한 파워와 체력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상대편 코트에서 날라다니는 빅토리아를 보니, 속만 더 쓰렸다. 그래도 트라이아웃 당시에는 부상 전이었으니, 뭔가 팬들이 못 본 자비치 만의 장점이 있었으리라 믿어본다. 설마... 정말 일부 팬들의 비난처럼.. 잘 모르겠으니.. 그냥 경력 길고 영상 많은 사람들 중에 고른 건 아니겠지.... 그 정도 주먹구구는 아닐 거라 믿어본다.
그나저나 빅토리아는 정말 잘 하네. 그리고 파이팅 넘치고 강하게 때릴 줄도 아는... 정말 페퍼에 필요한 선수였는데... 뭐.. 줘도 못 먹은 주제에... 신세한탄은 여기까지만 하자.
답답해도 이한비보다는 이예림
이제는 이한비는 벤치로 가야할 것 같다. 한두 게임만 가지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지금 팀 리시브 전체가 너무 불안해졌다. 공격이 불안하고 어쩌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 이한비보다는 이예림이 리시브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건 잘 알려진 사실.... 일단 리시브가 이 정도 서브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 다른 모든 게 소용이 없다.
안정적 수비로 기대를 모았던 채선아 선수도 개인사정인지... 얼굴을 볼 수가 없고, 박경현, 박은서 모두 리시브에서 팀에 보탬이 될 실력이 아니다. 아무리 고민한다고 지금 스쿼드에서 어떤 묘수가 나올 것도 아니고... 사실 한 두 번 더 진다고 큰 문제가 될 것도 없다. 지더라도 뭔가 기본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져야 하는데... 지금은 상대 팀 플로터 서브에도 정신을 못 차리며 이 선수 저 선수 모두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일단 이것만이라도 해결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하는 법. 현실이 암울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장 감독은 현실을 직시하고, 조금이라도 리시브가 강한 선수로 라인업을 짜고... 쉽게 무너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1이 안되면 3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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