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KOVO에서 외국인선수 없이는 1승도 불가능한 모양이다. 물론 김연경이 있는 흥국생명이야 당연히 대등하게 싸울 수 있고, 디펜딩챔피언 현대건설도 모마 없어도 상대에 따라서는 해볼만하다. 그런데 페퍼저축은행에게는 꿈만 같은 일인가보다. 전력누수가 전혀 없는 디펜딩챔피언을 상대로는 어림도 없었다. 1세트 초반부터 연달아 막히는 OH 포지션에서의 공격에 불안했는데... 역시 그런 공격실패는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리시브가 100% 완벽하게 되어도 OP 공격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블로킹을 그 쪽으로 촘촘히 세웠고, 김연견도 어떤 포지션이든 무조건 OH 쪽에서 오는 공격 쪽으로 코스를 잡았다. OP 후위공격은 없을 거라 확신하는 현대건설 전위 모습에... 누구에게나 있으나 우리만 없는 외국인 선수의 허전함에... 예전 김광진 '편지'의 첫 소절이 떠올랐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아마 프리카노가 투입되기 전까지 페퍼는 쌓아올렸던 자신감을 차곡차곡 까먹으며, 이도 저도 안되는 경험만 쌓아올릴 것 같다.
들쭉날쭉 이한비... 이러면 이예림이 낫다.
많이 발전한 이한비 선수지만, 이러면 곤란하다. 어쨌든 OH로 한 자리를 채워줄 것을 기대하고 FA로 3년 계약을 한 건데... 물론 KOVO에서 다양한 강서브를 받으며 공격에서도 제 역할을 하는 게 쉽지 않지만, 이제는 리시브에서 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공격 쪽에 특화된 선수가 가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페퍼는 이미 박정아라는 대형 공격 특화 선수를 데리고 있고, 이한비에 비해서 공격력이 뛰어나고 고액연봉자고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중심으로 OH 라인업을 짤 수 밖에 없다. 나머지 한 자리를 채우면서 어느 정도 리시브를 버텨주지 못하면, 구단 입장에서는 잘못된 투자를 한 것 밖에 안된다.
현대건설 서브가 예사롭지 않았고.... 특히, 어제 모마 서브 컨디션이 좋았기에 버티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이예림이 투입된 후 그래도 리시브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걸 보면... 장소연 감독 입장에서 이게 보기 어땠을지 뻔하다. 외국인 선수가 투입되면, 공격력에 대한 갈증은 완벽하진 않아도 해소가 될 터, 리시브에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면 이한비 선수의 주전 경쟁은 전망이 어둡다.
조금은 늦어지는 느낌의 프리카노 데뷔
일단 시기가 안 좋았던 건 감독 탓이다. 이건 명확하다. 컵대회에서 이미 기량에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팬들의 원성이 들끓기 시작했는데, 어쨌든 시즌 개막시점에서 장 감독 선택은 자비치였다. 여러 고민을 이해는 하지만, 컵대회 후 빠른 결단으로 교체된 후, 시즌 초부터 자기 몫을 훌륭하게 해주고 있는 흥국생명 피치 선수를 생각하면 아쉬울 따름이다.
더하여 현재 행정처리도 더딘 느낌을 주고 있다. ITC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는데, 뭔가 구단 일처리가 미숙한 건지... 프리카노 전 소속구단의 일처리가 느린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두 게임 이렇게 남탓하기 좋은 상황에서 속수무책 패배를 더 경험한다면, 선수들 자신감은 작년만큼이나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제는 행정가로 자기 커리어를 쌓아야하는 이경수 사무국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한 게임이라도 먼저 데뷔시키기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물론 어련히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있겠냐만은....)
이러다 퍼지겠다 박정아
힘들어 보이는 박정아 선수를 염려하는 팬이 많다. 실제로 공격이 많이 집중되고 있고... 상대 블로커들은 기다렸다는 듯 박정아에게 기본 투 블록을 세운다. 나이도 이제는 31살, 적지 않은 나이에... 이러한 공격 집중은 박정아에게 굉장한 부담이 된다. 그나마 박사랑보다는 이원정이 올려주는 토스가 높이를 잘 살리고 있기는 한데... 어제 경기에서도 이다현, 양효진으로 대표되는 높은 블로킹 벽을 이리저리 피해 공격하는 박정아의 모습이 짠하게 느껴졌다.
공격에 숨통을 트기 위해 박은서를 투입해서 몇 점 내면서... 리시브가 흔들리고... 어쩔 수 없는 하이볼에 블로킹 앞에서 무리한 공격을 반복하다가 체력까지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다. 지난 2차전 정관장전 처럼 이한비가 날라다니길 기도하는 방법도 있고, 에라 모르겠다 박정아 선수를 OH로 기용해보는 방법도 있지만, 뭐.... 딱히 대책이랄 것도 없다. 그저 선수들이... 박정아 선수가 잘 이겨내기를 바랄 뿐... 프리카노가 투입된다고 모든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공격부담은 줄고, 높이는 높아져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을테니... 기대를 해볼 수 밖에 없다.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한 패턴으로 4연패를 당하며, 팀은 시즌을 망치기 직전까지 몰렸다. 모든게 외국인 잘못 뽑은 감독 탓이라 비난하지만, 벌어진 일 어쩔 수도 없고, 비어 있는 OP 자리에서 국내선수들이 경험을 쌓지 못한다면, 장 감독을 욕할 것도 없다. 다음 경기는 빅토리아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IBK기업은행 전... 얼마나 배가 아플지... 짐작조차 안되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장감독도... 고만고만한 OH 중에서 리시브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는 과감하게 교체하면서 좀 신속하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길 바란다. 아직은 늦지 않았지만, 앞으로 한 두 게임을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패하면, 올 시즌도 꼴찌는 기본이요. 전혀 나아지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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