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모습 - 한국사

위화도회군 혹은 이괄의 난? 아니면 갑신정변? - 러시아 바그너 그룹 쿠데타 실패

마셜 2023. 6. 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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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위키디피아> 

 

 주말 외국에 있는 친구가  SNS로 러시아에 반란이 일어나, 반란군이 모스크바로 진격 중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가짜 뉴스 아니냐고 태평하게 되묻는 내게,  CNN에도 뉴스화되었다며,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고 재차 강조해 왔다. 그 시간 여전히 한국 포탈 뉴스는 비교적 조용했고, 난 뭐 성공하겠어... 그냥 작은 소요겠지..라고 생각 버튼을 꺼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후 접한 쿠데타 개요는 다음과 같았다. 

 

 1. 요리사에서 푸틴의 오른팔로 인생역전한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최전방에서 우크라이나와 전쟁중이었음. 전선에서 HIMARS 맞아서 프리고진 아들 실종됨(사망추정)

 2. 러우전쟁으로 러국방부장관 쇼이구를 주축으로 한 권력들이 푸틴의 눈과 귀를 막고 원수승진 및 권력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 

 3. 프리고진 러시아국방부에 선전포고 및 회군결정 -> 모스크바의 쇼이구 세력을 추출하러 간다. 

 4. 바그너그룹 후방캠프에서 의문의 미사일 공격을 당함

 5. 프리고진 러시아검찰에 반란죄로 기소당함. 

 6. 모스크바 경비 강화

 7. 프리고진 로스토프 진군 중 총격전, 헬기 격추 등 진행 중

 

 

 그 후 이리저리 떠도는 소식들을 접해보니, 생각보다는 흥미로운 사건이고... 결말조차 예상밖이었다. 그리고 이제 실패한 수순으로 정리되어 나오는 논평들을 보니, 한국사의 이런저런 반란(쿠데타)이 연상되어 더욱 흥미로웠다. 

 

 

푸틴의 ‘더러운 손’ 바그너그룹, 푸틴의 ‘전쟁 명분’까지 부수고 철수

러시아의 용병집단인 ‘바그너(와그너) 그룹’이 막판 모스크바 진격을 포기하고 철수함에 따라 쿠데타 시도가 ‘하루 천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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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그너그룹이 한국에는 생소한 민간군사기업이지만, 푸틴의 장기집권에서도 충실한 사병 역할을 해왔던 것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규모는 무려 약 6만 명에 달하는 걸 보니, 단순한 민간군사기업이라기보다는 푸틴의 러시아를 위해 해결사 노릇을 해온 큰 세력이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그너그룹의 이 실패한 쿠데타는 한국사의 어떤 사건에 비교될 수 있을까?

 

  고조선 이래로 기나긴 세월을 한반도 중심으로 왕정을 유지해 왔던 한민족에게 쿠데타(반란)는 흔한 사건이었다. 실제로 위만조선은 대표적인 성공한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던 사례로 볼 수 있고, 그 후 삼국시대-남북국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 모두 계속되는 반란시도는 역사책에 단골처럼 등장한다. 

 

 

 1. 먼저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이 꿈꾸었던 쿠데타는 아마도 '위화도 회군'이었을 것이다. 

 

 1338년 당시 고려의 에이스 무장이었던, 이성계는 왕명을 받들어 요동을 치기 위해 고려의 거의 모든 가용병력을 이끌고 북진한다. 압록강 하류 섬 위화도까지 진군했던 이성계는 병력을 이끌고 회군하여, 그대로 조정을 장악하고 역성혁명을 시작한다. 

 당시 조정의 실권자였던 최영은 남아있는 병력을 모아 끝까지 저항해보려 했지만, 이미 정예병력은 이성계 군에 모두 편제되어 있었고, 민심 또한 젊고 유망한 전쟁영웅 이성계에게로 기울었던 상황. 큰 피해 없이 이성계는 고려왕조를 장악하고 후일 스스로 조선의 왕이 되는 기초를 닦는다. 

 

 하지만, 프리고진의 모스크바 진군은 위화도 회군과는 기본조건이 많이 다르다. 

 일단 이성계 군이 사실상 고려의 정예군 상당수를 편제받아 거느리고 있었던 것에 비해, 바그너 그룹의 6만 명은 전체 러시아군 규모에 비하면 초라하다. 

 또한, 당시 고려 백성들의 원성이 극에 달해, 젊은 지식인 신진사대부가 이성계를 지지했던 반면, 바그너 그룹은 잘 알려진 것처럼 푸틴의 손발노릇을 충실히 해왔기에.... 이는 개혁적 시도보다는 그저 권력싸움에 불과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위화도회군만큼의 병력의 우위도 명분도 없었던 모스크바 진군, 그렇다면 실상은 무엇에 가까울까?

 

 

2. 모스크바까지 진군했다고 할지라도,  '이괄의 난'에 가까웠을 것이다.

 

  1624년 당시 최전방에서 후금의 침략을 막아야 하는 사령관(평안병사)이었던 이괄은 아들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전한 금부도사의 목을 베고, 바로 반란을 선언한다. 아무리 여러 사정으로 피폐해졌던 조선 국방체계라고는 하나,  일개 지방 군 사령관이 쿠데타를 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괄은 달랐다. 

 이괄은 이미 인조반정 당시 앞장서서 쿠데타를 성공시킨 무장이고, 그 공으로 2등 공신에 올라 평안병사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 당시 평안도는 후금의 예상 침공루트로서 가장 위험한 접경지였고, 이괄이 거느린 1만 2천 병력은 당시 조선군 최정예로 평가받았다. 

 게다가 한양까지 직공을 택하며, 여타 군사거점을 우회하는 전략을 택하여, 거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한양에 입성한다. 

 (인조는 조선 왕 특기를 살려 한양을 버리고 도망쳤다)

 인조를 쫓지 않았던 이괄의 반란군은 추격해 온 관군과 안현에서 일전을 벌이게 되고, 여기서 대패하게 되고, 패주 하는 와중에 부하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면서 쿠데타는 실패로 끝난다. 

 위화도회군보다는 이괄의 난이 여러모로 바그너그룹 쿠데타와 많이 닮아있다. 우선 병력으로는 열세이긴 하나 최정예병으로 정규군을 긴장시켰다는 점, 수도로 직공을 택하여 단숨에 거점을 장악하려는 전술을 펼친 점. 무엇보다도 최고권력자가 본인을 제거하려 하자, 생존의 위협을 느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점.. 또한 일반 민중들이 보기에 그다지 명분 없는 쿠데타에 불과하다는 점도 닮았다. 마지막으로 당시 왜의 재 침공 가능성 때문에, 한양이 함락당하는 위기 속에서도 삼남 지방의 군사를 움직이지 못했다는 점도 우크라이나 전쟁시기를 노린 이 번 쿠데타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비참한 최후를 받기 전에 프리고진은 망명을 택했다는 점인데, 그런 면에서 또다시 떠오르는 역사적 사건이 있다. 

 

 

3. 결국 하루 만에 끝난 쿠데타는 갑신정변과 또 많이 다르다. 

 

 1884년 급진개화파가 우정국 개청 축하연 때, 고관대작을 암살하고 고종과 왕후의 신병을 확보하여, 급진개화정책을 발표하고하는데 성공한다. 불과 500명도 안되는 병력과 소수 일본군으로 쿠데타에 성공한 것. 하지만, 예상외로 청군이 사태에 개입하면서 패퇴하게 되고, 지지를 얻지 못한 민중들까지 반일감정에 공격에 나서자,  급진개화파의 개혁은 불과 3일로 끝나게 된다. 이것이 흔히 회자되는 '삼일천하'로 주요인사들은 왕의 신변을 확보하고 개혁정책을 발표한 지 불과 3일 만에 죽음을 당하거나 일본으로 망명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프리고진이 외국 망명을 선택한 것은 아마도 쿠데타 실패를 예감했기 때문일 것이고, 호기롭게 푸틴 처단과 모스크바 점령을 선언한 뒤 불과 하루 만에 나온 망명 소식은 갑신정변과 조금은 닮았다. 

 하지만, 적어도 당시 지식인들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구시대와 단절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친청 보수세력을 처단했던 정변은 푸틴의 해결사 노릇을 하던 민간군사기업이 토사구팽을 피하기 위해 일으킨 쿠데타와는 명분도 전개도 많이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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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뜻과 달리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갑신정변, 러시아 민중들이 바그너 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서방세계에서는 이 쿠데타를 반기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전쟁은 곧 실전... 녹록지 않은 현실에 요리사에서 민간기업 수장까지 오를 정도로 눈치 빠른 프리고진은 본인의 살 길을 택했고, 사태는 24시간 만에 종결되었다. 

 

 

 골치 아픈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군사대국 러시아에서 일어난 쿠데타는 역시나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푸틴의 권력도 빈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여전히 바그너그룹의 무장병력은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다. 쿠데타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될 가능성이 높아지길 기대했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빈틈을 보인 푸틴의 전쟁의지가 약화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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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쪼록 전 세계인에게 1일 천하의 허망함을 알게 해 준 이 번 쿠데타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기대해 본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계기로든, 어떤 이유로든 전쟁이 끝날 수만 있다면 역사에 정말 '다행'으로 기록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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