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 30] 불꽃놀이 없는 미국 독립기념일은 붕어빠진 붕어빵?
어제는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 (Independence Day) 이었습니다. 이 날을 앞두고 미국은 며칠 전부터 전운이 감돕니다. ㅎㅎ 그 이유는 어두워질 저녁 무렵이 되면 사방에서 경쟁적으로 기념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약 한달 전부터 화약 소리가 간간이 들리다가 날이 갈수록 소음이 커져가고... 특히 7월4일 당일 저녁이 초절정입니다. 이때 엘에이 뿐만아니라 미국 전역의 하늘은 매케한 연기 위 무지개 색 다양한 빛깔로 가득 물들여집니다.
미국에 온 뒤, 저와 가족은 해마다 독립기념일이 되면 시에서 주최하는 공식 불꽃놀이 행사에 가서 돗자리 깔고 앉아 눈팅만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지인 가족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맛보기라도 경험해보기로 했네요. ㅎㅎ 사실 불꽃놀이 세트는 정말 구하기 쉽습니다. 온라인에서 파는 곳도 많고 그리고 6월만 되면 동네의 길목 곳곳에 아래와 같은 임시 판매처가 수도 없이 생기기 때문이죠. 독립기념일 당일날에는 알바들을 동원해서 춤을 추거나 피켓을 들고 차타고 지나다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불꽃놀이야말로 한철 장사이니 호객행위를 해서라도 다 팔아야겠죠. ㅎㅎ
하지만 불꽃놀이로 인한 안전사고가 심심히 찮게 일어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시에서 지정한 지역에서만 불꽃놀이를 즐기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곳 지역 사정에 밝은 지인 분이 미리 알아봐주신 덕분에 저희는 안전하게 즐길만한 골목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공원 잔디밭 위에서는 이제 불꽃놀이를 할 수가 없고... 하늘로 쏘는 불꽃놀이도 금지한다고 합니다.
불꽃놀이가 들어 있는 상자는 마치 과자 선물세트같이 화려하기가 그지 없습니다. 이 정도 사이즈가 약 150불 정도 하는 걸 보면 가격이 결코 만만치가 않지만 오늘만큼은 날개돋힌듯 팔려나가네요.
저희는 맨 먼저 프링글스 통 비슷하게 생긴 것에 불을 붙여봅니다. 처음에 잠잠하더니만 순식간에 불꽃이 튀기 시작합니다 ㅎㅎ 상자 안에는 도합 십여 종류의 다양한 불꽃놀이가 있고 색깔도 퍼지는 모양도 모두 달라서 재미나게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갖고 놀았던 X랄탄 비슷한 것도 있더라구요. ㅎㅎ
소심하게 저희가 땅 위에서만 터지는 조그만 불꽃놀이만 하고 있는 사이... 이윽고 근처에서 누군가가 하늘 높이 쏘아올리기 시작합니다. 시에서 주최하는 것이 아닌 이상 주택가에서 하늘 높이 쏘아올리는 것은 명뱍한 불법이고 벌금 대상이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읺네요. 주변 사람들 역시 탄성과 함께 사진 찍기 바쁘고요. 뭐 정말 이곳은 소음 수준이 사격장이 따로 없습니다. 따다당 땅땅 ~~~ !!!밑에 제가 올린 동영상을 한번 보세요. 온 엘에이가 쉴새없이 화약 터지는 소리의 연속입니다. 이따금씩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사되는 불꽃놀이의 소리가 정말 너무 커서... 순간 격한 진동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충격 때문에 주차해놓은 자동차들에서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릴 때도 많습니다.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밤이 깊어갈수록 색깔이 드러나서 더욱 아름답네요. 저희 주변에도 수많은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몇번 해보더니 좀 싫증이 났는지... 연기가 자욱한 공원을 뛰며 술래잡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ㅎㅎ
여기에 저희가 있는 곳의 사진만 올려서 그렇지... 정말 주변에서는 엄청나게 불꽃놀이를 터뜨려대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늘로 높이 쏘아올려지는 불꽃놀이들은 개당 500불 이상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엘에이 전역에서 수십만 발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에 들어가는 비용도 정말 만만치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래에는 미국 FOX 방송사가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본 어제 엘에이 밤풍경입니다. 한번 클릭해보세요. 정말 곳곳에서 쉬지 않고 터져대네요. ㅎㅎ 독립을 기념하는 것인지 불꽃놀이를 기념하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외계의 생명체가 있다면 매년 7월4일 북미지역의 반짝거리는 지구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0avCi5BkZTI
이 화약의 소음이 엄청나기 때문에 도시에 따라서 불꽃놀이를 전면 금지하는 곳도 많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이 해외 파병해서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제대 군인들, 베테랑들이 이 큰 소음을 듣고 PTSD 증상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그분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불꽃놀이를 금지하자는 여론도 만만치가 않다고 합니다.
근처 공원 어귀에는 1960년대 전투기가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실제로 베트남 전쟁때 전장의 상공을 가로지르며 특수 임무를 수행하던 실제 전투기라고 합니다. 당시에 전사하거나 사고를 입은 장병들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이라고 알림판에 써있더군요. 집에만 있어도 바깥의 소음때문에 정말 시끄러운 이 독립기념일 저녁이...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행복한 순간이어도 어떤 제대 군인들에게는 전쟁터의 기억이 떠올려지는 좀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내년에도 만약 불꽃놀이를 한다면 오늘처럼 주택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아주 어렸을 적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추석이나 정월대보름이 되면 동네 형들을 따라다니며 조그만 화약들을 터뜨리며 놀았는데요... 긴긴 시간이 지나 오늘 정말 오랫만에 제대로 경험해보는 불꽃놀이였네요... 그때는 불장난하면 밤에 쉬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에도 동네 놀이터 곳곳을 쏘아다니며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던지요.
저녁 내내 어렸을 때의 기억을 소환하며 저도, 지인들도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로 한국의 고향은 달랐어도 다들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더라고요.
드디어 가져온 불꽃놀이 셋트가 동이 나자 함께 한 지인들은 아쉬운지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자고 하네요. 맥도날드 테이블에 앉아서도 불꽃놀이 이야기입니다. 불꽃놀이 너무 재밌다... 다음에는 어떤 종류로 즐겨볼까... 벌써 내년의 독립기념일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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