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5 - 블랙아웃(캔디스 오웬스, 2022)

마셜 2023. 3. 2. 13:35
728x90
반응형

 인간이라는 존재가 애초에 동물이기에...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완전할 수 없다. 

 하물며 인간이 공동선을 추구하며, 혹은 최악을 피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매사를 결정해야 하는 과정인 '정치'는 즐겁기보다는 때로는 고통스럽고 추하기 짝이 없는 순간순간의 연속이다. 물론 한국정치만 그런 건지도 모른다. 

 

 이 책은 비단 그런 고통이 한국정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현실 또한 흑인들도 속아서 몰표를 던짐으로서 집단으로서 이익을 도모하고 있지 못하다니,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민주당과 좌파세력이 잘 조정하고 있다니.. 어찌 보면 한국보다 더 어두운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라면 한국정치가 미국을 롤모델로 삼기도 어려울 듯..

 

<출처 : 온라인 교보문고>

 어쨌든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저자는 흑인으로서, 미국의 집단으로서 '흑인'이 민주당으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으며, 철저하게 속음으로써 몰표를 던져주며 스스로 개선의 여지를 없애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정치 현실에도 어지러운 나 같은 평범한 독자가 미국정치사에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노예해방을 이끌었던 건 링컨과 '공화당'이며, 그 당시 노예해방을 저지하기 위해 전쟁을 불사했던 것은 '민주당'이라는 사실 등을 폭로하듯이 저술한 건 나름 신선했다. 

 

 특히, 목차별로 다양한 테마들을 정리해가며, 얼마나 흑인이 집단으로서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지 못한 지와 건강한 미국 흑인문화가 망가졌는지, 그리고 좌파 언론과 민주당이 교묘하게(때로는 직접적으로) 이 과정을 주도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한다. 

 

- 가정

- 페미니즘

- 과문명화 현상

- 사회주의와 정부의 선심성 퍼 주기

- 교육

- 미디어

- 핑계

- 신앙

- 문화

- 노예제도

 

 하나 하나가 모두 도발적 테마이고, 흑인집단이 취약계층으로서 봉착한 문제들이다. 일목요연하게 본인의 주장을 정리한 것만으로도...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저자가 박수받을만하다. 

 하지만, 책의 목적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로서 민주당의 전횡(?)을 폭로하려는 의도를 가지다 보니, 저자가 스스로 주장했듯 엄청난 노력파에 스마트한 사람임에도 내용이 그다지 깊이 있지는 못하다. 애초에 이런 다방면의 방대한, 도발적 주제를 깊이 있게 한 권으로 다루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정치적 성향을 서문에서부터 선명히 밝히고, 저술의 목적 또한 숨기지 않았기에, 특별히 눈에 거슬리는 내용도 없었다. 

 물론 부분부분 너무 단정적으로 말한 부분(144p 뉴딜정책에 대한 혹평 등)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논란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에 충실한 글이라 하겠다.

 

 가장 인상깊었던 챕터는 '과문명화 현상'이었다. 비대해지는 정부 역할이나, 끝이 없는 민원의 민원의 청원 등은 사람을 지치게 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거 뭔가 사회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잘 정리해 준 걸 보면, 역시 스마트하게 맥락을 잘 짚었다. 

 

 하지만, '신앙'에 대한 챕터에서는 그런 이미지가 좀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보수주의를 그리워하는 엘리트 흑인으로서, 가스라이팅 당하는 흑인들을 이끌고 다시 가나안으로 가는 길을 직접 열고 싶어하는 심정은 알겠지만, 그저 과거의 건강한 전통으로서 신앙적 전통이 복구되어야 한다니....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가장 큰 가치인 '자유'이자, '다양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발상이 아닌가. 물론 캔디 오웬스가 말하는 신앙의 복구가 이슬람이든, 불교이든, 유대교이든, 몰몬교이든 간에 열심히 믿고, 그 가르침에 충실한 삶은 살라는 것이었다면, 뭐.. 내가 책을 협소하게 읽은 것일 수도 있겠다. 

 

 책을 덮고 나니... 결국 정치에 있어서 남는 것은 '계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추천하고, 좌파와 민주당(미국 한국 모두)을 비판한 독서모임 멤버도 계급적 이해에 충실하자면, 사민주의도 중도우파도 (한국)민족주의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리고 난 이런 현실을 인정한다. 상위 1% 사람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중도 이념에 동화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나머지 90% 혹은 50%의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본인 계급 이해에 충실하면서도 공동체 미래를 걱정하는 판단을 하면 된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이러한 판단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복잡한 지정학적 이해와 북핵이슈 등으로 크게 방해를 받는다. 캔디스 오웬스의 지적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민주당의 가스라이팅 덕에 흑인의 계급적 자각이 크게 방해받는 것이니... 어찌 보면 한국이나 본질은 같은 셈이다. 

 

 나가며..

 미국정치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보실만하다.

 

 단, 심오한 분석이나 엄청한 통찰을 바라지는 말 것. 오히려 본인의 정치성향에 맞추어, 사회현안들을 하나하나 지적해 낸 끈기와 노고에는 박수칠 수 있을 것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