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31 - 변신·소송(2023, 프란츠 카프카)

마셜 2024. 4. 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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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소송
그러니 벌레가 되라. 벌레임을 느껴라. 그래야 벌레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벌레 같지 않은 삶, 인간다운 삶이란 어떤 것일까? 인간 존재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절실한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변신』, 그리고 『소송』이 보여주는 세계는 그 힘든 질문에 더 끔찍한 상황을 덧붙이는, 우리는 벌레보다 더 비참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저자
프란츠 카프카
출판
살림
출판일
2023.06.14

 

1. 기괴하다. 

  이야기 자체는 흡입력이 있다. 소재 자체가 시대를 떠나, 뛰어난 발상에 근간을 둔 것이고, 더하여 그야말로 색다르기 그지 없다. 또한, 그 소재를 구성하는 장치와 세부적인 설정 자체도 세밀하게 그리고 정교하게 얽혀있다. 결국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데, 그렇다고 유쾌하거나 흥미진진 하지는 않다. 
 결국 한 멤버의 지적처럼, 뭔가 '기괴하다'라는 평이 걸맞는 소설이다. 갑자기 벌레로 변해 고생하는 모습이나 내용도 모르는 소송으로 고생만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모습 모두 독자 입장에서는 참 불편하면서 기괴한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전혀 허황된 전개인가? 그렇지는 않다. 탄탄한 전개와 뛰어난 글솜씨로 카프카는 독자들을 불편하지만, 결말은 참으로 궁금한... 결국은 흡입력이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괜히 유대인들이 자기네 역사인것처럼 욕심내는 작가는 아니다. 
 (*물론 재미도 없었다는 한 멤버의 지적도 기억에 남을만큼, 뭔가 편안하거나 편한 재미를 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2. 한국에서 사랑받는 두 작품 '변신'과 '소송'

 카프카의 여러 소설은 한국에서 여러 판본으로 번역되었지만, 2주 간격을 두고 진행되는 독서모임을 감안하여, 적당한 분량의 이 대표작을 골랐다. 정작 선정했을 때는 몰랐는데, 카프카 작품 중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두 작품이라고 한다. 멤버들 중 어린 시절에 읽었다는 사람이 둘이나 있었던 걸 보면 정말 그런 모양인데, 다른 작품에 비해 어떤 부분이 한국인의 심금을 울렸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3. 결국 발표시점의 시대상을 이해해야 한다. 

 왜 이렇게 암울한 설정의 이야기를 줄지어 카프카는 발표했을까? 결국 카프카가 살았던 시대, 그리고 소설이 발표된 시대를 이해해야 한다. 
 소설은 1차대전 즈음 발표되었고, 그는 독문학을 전공하고자 했던 유대인이었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갔던 주변인으로서의 카프카가 그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가 작품이 투영되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변신'에서의 아버지의 완고함이나 냉담함, 그리고 '소송'에서의 철저한 외로움은 경험이 투영되지 않고서는 표현되기 어려운 것이고, 체코의 유대인이었던 카프카는 어느 순간 자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불안함까지를 합쳐서 명작으로 녹여냈다고 봐야겠다. 
 

4. '드래곤 라자'의 교과서 수록, 언젠가 웹소설도 교과서에

 독문학의 정수이자 명작으로 평가받는 카프카를 읽으면서, 문득 지금 각광받는 웹소설도 언젠가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재평가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이 엉뚱한 의문에, 한 멤버는 이미 '드래곤 라자'가 판타지 소설 최초로 2000년대 초반에 교과서에 수록되었다면서, 20여년이 걸렸으니, 웹소설도 곧 수록될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내가 '해리 포터' 시리즈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걸 보면, 누군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느냐는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것이 명작이고, 어떤 것이 대중소설에 불과한지는 전문가의 구분이라 할지라도, 개개인 독자가 받아들이는 상황도 중요한 것인데, 그런 면에서 엄연한 그러한 구분이 얼마나 오묘하고도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준다고도 하겠다. 
 

5. 작가가 끝끝내 반대했던 표지

 읽었던 판본의 표지에는 새장으로 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한 멤버가 알려준 재미있는 이야기로는 카프카는 출판 시점에 책 표지에 벌레를 넣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출판사는 작가와 협의 끝에 어두운 방에 문이 약간 열려 있는 그림을 표지에 사용했다고 하는데... 우리 집 책장에 꽃혀있는 청소년용 전집에서는 떡하니 메뚜기 모양 벌레가 표지로 나와있다. 책을 읽은 아이가 그냥 메뚜기 모양 아니야? 라고 기억을 더듬는 걸 보니... 세세한 묘사에 충격을 받을지 모르는 청소년들을 위한 배려라고 할 수도 있겠다. 
 
 
 독문학의 명저, 그 극의를 이해하기에는 가벼운 독서로는 부족했다. 인간성 상실이라는 화두를 처절하도록 리얼하게 묘사한 점은 대단히 인상적이었으나, 단순히 그것만으로 독문학의 대문호로 평가받은지는 여전히 궁금할 따름이다. 해마다, 아니 매달 언론에 카프카에 대한 이런저런 인용과 추천이 보도되는 걸 보면, 카프카가 사회에 준 영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현재진형형인 문학세계에 작은 낚시 하나 드리운 것으로 만족하면서, 이 독서모임도 의미있었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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