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29 - 오늘도 마십니다, 맥주(2019, 이재호)

마셜 2024. 3. 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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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보문고)

 

 얼마 전에 읽었던 '게임 속 역사 이야기'의 후폭풍이 생각보다 컸다. 독서모임에서 내가 추천한 책이기에... 조용히 혼자 읽지 않고 반공개 상태로 멤버들과 다양한 비판 의견을 교환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이 번에 읽은 '오늘도 마십니다, 맥주'는 그런 면에서 많이 비교가 되었다. 저자가 정말 애정을 가지고 많이 준비를 한 게 글에서 잘 드러났고, 설명은 비교적 충실했다. 개념정의가 먼저 나오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어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전에 읽었던 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게임과 맥주라는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룬 책이기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어쨌든 블로그 혹은 인터넷 연재를 기반으로 모인 글감이 출판되었다는 공통점을 생각해 볼 때, 출판 동기 등과 글의 완성도는 무관하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진리를 한 번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었다. 

 

 맥주에 관한 책을 논하는 자리였기에, 멤버들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혹은 추천하는) 맥주를 한 병씩 가지고 참석하기로 약속했다. 첫 멤버는 두 가지를 추천했는데, 듀벨 스토링에일과 산미구엘이었다. 그 멤버는 청년시절 세계맥주 집 가서 종류도 모르고 마시던 시절에 비하면 지식도 늘었지만, 이 책을 보니 맥주의 세계도 이렇게 넓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열심히 읽었지만 여전히 라거와 에일이 구분이 안된다는 말을 남겼다. 맥주 이야기를 하려고 온라인으로 모인 자리에서 커다랗고 우아하게 둥근 와인잔을 기울이며, 자신은 여전히 맥주맛은 그다지 모르겠고 최근 관심을 갖기 시작한 와인이 확실히 맛있다고 웃었다.

 

 두번째 멤버는 복잡한 제조공정이나 맥주의 세계를 자세히 설명한 것은 좋으나, 그 과정에서 개념정의가 선행되지 않아서 좀 헷갈린다는 지적을 했다.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이 라거니 에일이니 이런 용어들이 그래서 무엇인지를 4~5줄 만이라도 먼저 정의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자연스럽게 이해되도록 풀어쓴 것이 성질 급한 한국인들에게는 뭔가 하나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소맥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는 첫 번째 멤버를 향해 학창 시절 귀족스러운 분 같은 느낌에 소주는 안 마실 줄 알았는데 놀랍다며, 놀리듯 웃어댔고 뒤 이어 반박이 없었던 걸 보면 아마도 두 멤버의 기억에는 서로 공통된 부분이 많은 모양이다. 최애 맥주로는 빅웨이브를 골랐는데, 하와이에 갔을 때 웨이터가 권해줬는데 맛있어서 아직도 즐긴다고 한다. 나 또한 하와이 마트에서 어떤 맥주를 고를까 헤매고 있을 때 지나가던 한국인(아마도 유학생)이 '그거 말고 빅웨이브 드세요. 그건 맛이 없어요.'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코칭해 준 덕에 마셨던 기억이 남아있다. 

(출처: 교보문고)

 

 공통적으로 바디감이 깊다.. 얕다.. 입체적이다... 이런 표현은 뜻도 잘 모르겠고 공감되지 않는다는 평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우린 안되는 건가.. 맥주가 이상한 건가... 반신반의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소맥 이야기를 하니 확 살아났다. 여전히 술자리를 자주 갖는다는 한 멤버는 소맥사(소 반잔+맥 반잔+사이다 반잔) 이야기를 하며 꼭 마셔보라 권했고, 얼마 전 만난 유튜브 스타 소맥이모에 대해 연예인 만난 이야기를 하듯 즐겁게 떠들었다. 

 

 이런 저런 맥주 이야기로 모임은 흘러 다니다가 결국 주세가 개선되어야 더 맛있는 맥주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고, 와인은 직구 경우 30%, 위스키는 100% 초과 등 도수에 따른 높은 주세가 큰 장벽이 된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맥주 한 병으로도 즐거운 멤버들이 고도수 술의 주세를 걱정하는 것이 격식 없는 자리에서 뻗아나간 얘기의 결과인지, 아니면 세상 걱정 지나친 와인 마니아의 불만인지는 여전히 헷갈린다. 

 

(출처:직접촬영)

 

 내가 추천한 맥주는 '크롬버커 필스'로 책 본문 126쪽에도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무려 책의 저자가 추천한 두 맥주 중 하나였는데, 그럼에도 난 별 맛을 느끼진 못했다. 쓴맛은 평범하게 느껴졌고, 즐거운 독서모임과 함께 들이키는 한 잔이 시원하기는 했으나 적어도 수백가지 맥주를 알고 마셔봤을 저자가 추천한 맥주 치고는 그다지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었다. 참고로 저자가 추천한 또 다른 맥주는 '바이엔슈테판'으로 책에 설명되지 않았기에 패스했는데, 맥주전문가가 추천한 맥주를 한 번 마셔보고 싶다면, 먼저 바이엔슈테판에 도전하시길 바란다. 

 

 맥주라는 술의 위치가 그렇듯이 많은 책을 접해온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이 책은 즐겁게 그리고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대단한 문구도 없었고, 저자가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후일담도 멤버들에게 큰 재미를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맥주의 세계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그 역사가 얼마나 긴 지를 어렴풋하게 이해할 수는 있었다. 

 

 편하게 마시는 맥주가 어떻게 생겨나고 퍼져나간 음료인지가 궁금하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책장을 넘겨보시길. 읽기에 쉽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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