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그 시절 낭만 형사물 - 거북이 달린다(2009, 이연우 감독)

마셜 2024. 2. 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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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그 훈한 총격장면도, 피 튀기는 액션도, 치열한 머리싸움도 없지만 흥행에 성공한 형사물이 있다. 

 이제는 정말 옛날 뉴스를 검색해야 찾을 수 있는 이름인 '신창원', 그 희대의 탈주범을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던 2009년도, 코미디 분위기로 덧입힌 신창원 이야기는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배우 김윤석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출처 : 네이버)

 

  2009년 당시만 해도,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어도 영화를 보며 신창원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감독에서 탈옥하여, 신출귀몰 경찰 추격을 따돌리며, 꽤 긴시간 9시 뉴스를 장식했던 탈주범이었다. 여러 여자들의 조력을 받으며 은신했던 점, 형사들 여럿을 때려눕히고 탈주했던 점, 대낮에 추격전에도 빠져나갔던 점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실제로 이 영화는 이러한 대단한 탈주극을 코미디로 잘 살려냈다. 

 

 시골에서 적당히 부패한 형사로, 그럭저럭... 티 안나는 정도의 상납을 받아가며, 조용히 살아왔던 조필성 형사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딸 학교에 일일교사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데... 옆반에 소방관은 소방차 네 대를 동원한다는데, 명색이 형사인데... 뭔가 보여줄만한게 마땅치 않은 점. 여기까지만 해도 귀여운 고민으로 끝날 수 있었으나.. 호랑이 같은 연상 와이프 돈을 꺼내어 내기에 걸면서 일이 복잡해진다. 이 와중에 희대의 탈주범 송기태(신창원 모티브)와 엮이게 된 조 형사는 돈을 날린 것은 기본.. 경찰에서 짤리고, 송기태에게는 죽도록 얻어맞은 뒤 손가락 하나까지 잃게 된다. 

 

  어찌보면 뻔한 이 이야기가 흥행에 성공하고, 당당하게 김윤석 배우 필모그래피에서 한 페이지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젊었던 김윤석)(출처 : 네이버)

 

 가장 큰 원동력은 주연 김윤석을 비롯한 여러 조연배우들의 명연기이다. 느물거리는 말투에, 공처가로서 비루한 삶을 사는 듯 하지만, 희대의 탈주범에 맞서서도 포기를 모르는 조 형사는 그야말로 뭔가 김윤석 삶의 한 모습 같은 캐릭터이다. 김윤석의 연기력이야 원체 잘 알려져 있고, 이후로도 흥행작이든, 망작이든 그 연기력만은 늘 평균 이상 임을 증명해왔는데, 이 비루한 코미디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작품이 뒷받침되면 바로 티켓파워를 보여줄 수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 

 

(명연기를 보여주는 강아지)(출처 : 네이버)
(출처 : 네이버)

 

(남편 때문에 힘들다 견미리)(출처 : 네이버)

 

 그 외 조연들의 연기력도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한데, 조 형사의 절친으로 막장 추격에 적극 가담하는 건달 신정근 부터, 특공무술 필살기를 전수하는 동네사범 김희원, 게다가 사고뭉치 형사 남편 때문에 괴로운 삶을 사는 아내 견미리까지... 툭툭 등장하는 조연들의 연기력은 결코 주연 김윤석에게 밀리지 않고, 극의 재미를 잘 살려준다. 다시 보는 '거북이 달린다'는 메인 줄거리, 주인공과 탈주범 송기태와의 추격극 보다는 조연들의 티키타카가 더 기대될 정도였는데, 순한 맛 마무리까지 영화는 결국 코미디 장르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주연/조연의 연기를 잘 버무려내고 막을 내린다. 

 화려한 경력에, 여러 흥행작을 만들어낸 배우 정경호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각각 필살기를 보여준 조연들 앞에서는 기억에 남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2009년 아직 젊었을 때, 미남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듯 잔혹한 탈주범 역할에 도전함으로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배우임을 잘 보여줬다. 

(뭔가 아쉬웠던 송기태 역 정경호)(출처 : 네이버)

 

  요즘 한국영화 천만시대가 갔다며, 이런저런 비관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확실히... 15년전 OTT가 없던 시절에는 재미있는 코미디를 찾아 영화관을 찾는 경우가 훨씬 많긴 했다. 그래도 대단한 스토리가 없어도, 엄청난 반전이나 참신한 소재가 없어도 탄탄한 연출과 대단한 주/조연 연기력만 있다면, 대작이 아니어도 충분히 흥행작으로 남을 수 있음을 이 영화는 잘 보여준다. 그야말로... 평소에는 꾸물꾸물하기만 하던 거북이도 달려서 엄청난 검거에 성공했듯이, 평범한 장르와 소재에도 좋은 연출과 연기가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15년 전 코미디 형사물은 말하는 듯 하다. OTT 쿠팡플레이에서도 볼 수 있으니, 아직 젊었던 김윤석의 명연기와 그야말로 대단한 조연들의 티키타카를 보고 싶으시다면, 한 번 수작 코미디영화를 클릭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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