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We will rock you - 기사 윌리엄(2001, 브라이언 헬겔란드 감독)

마셜 2024. 2. 3. 04:12
728x90
반응형

 

 한창 영화를 많이 보던 시절을 지나... 이제 막 이것저것 폭발적으로 늘어난 놀거리를 찾아 영화를 좀 멀리하던 나이였다. 그래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랬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분명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명곡 'We will rock yoy'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마상창시합!! 엄청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가 흔치 않았고, 전쟁영화도 활발하게 개봉하지 않던 시절, 중세 기사들의 결투를 연상하게 하는 마상창시합은 충분히 액션/전쟁 영화 덕후들의 눈을 끌 만했다. 

 

(출처 : 씨네21 홈페이지)

 

 이제는 볼 수 없는 故 히스 레저, 그 잘생긴 외모를 잘 살린 포스터이다. 영문 포스터를 보며 느낀 건 '기사 윌리엄'보다는 영문 제목 'A Knight's Tale'이 훨씬 적절해보인다는 점.. 지붕수리공 아들의 극적 성공담을 담은 영화는 특별한 반전도 없이 동화처럼 진행되기에, 정말 tale 이라는 이 단어가 담백해보일 정도로 잘 어울린다. 

 

 이 오래전 영화가 아직도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중세 기사들의 스포츠처럼 행해졌던 '마상창시합'을 제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재담꾼이 나와 분위기를 띄워주면, 철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서로 상대방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격하여 한 방으로 승부를 가리는 이 단순한 대결은 지금 이종격투기가 여전히 인기를 끄는 것처럼, 충분한 볼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출처 : 씨네21 홈페이지)

 

 철갑 기사의 창이 산산히 부서지며, 일격필살의 승부가 갈리는 순간, 열광하는 관중까지 잘 잡아낸 이 사진처럼 영화에서 기사 윌리엄이 평정하는 여러 토너먼트는 마상창시합의 매력(?)과 인기를 잘 보여준다. 그러한 평정을 위해, 아니 가짜 기사로서 명성을 쌓기 위해 윌리엄이 세 명의 스텝들과 수련을 하는 과정 또한 마치 게임의 레벨업 과정을 보여주듯 정형화된 느낌이지만, 관객들의 기대감을 적당히 높여준다.  

 

(불가능에 도전했단 4인방)(출처 : 씨네21 홈페이지)

 

 사실 개인적으로는 마상창시합보다는 갑옷기사들이 벌이는 검투가 더 흥미로웠다. 철갑을 입고, 상대방을 베지 못하는 상태로 검으로 타격을 주고자 때리듯 공격하는 패턴은 일면 우스꽝스러웠지만, '킹덤 오브 헤븐'이나 최근 '고려 거란 전쟁'에서 드러나듯 철갑을 잘 차려입은 무사를 검으로 공격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잘 보여준다. 1:1대결 차원에서도 일격필살로 승부가 가려지는 마상창시합보다는 인파이팅 스타일로 타격을 입혀야 하는 검투가 굳이 따지자면 현대 스타일에 가깝지 않았을까. 다만, 기사의 상징은 기병이고 또한 결투 였을 것이고, 경박하게 상대 갑옷을 두들기듯 때려야하는 검투보다는 정정당당하게 한 방에 승부를 가리는 창시합이 영화 메인으로 다뤄진 것도 당연하다. 극중에서도 여러 종목이 동시에 치뤄지지만, 검투보다는 마상창시합이 훨씬 상금이 높다며, 메인이벤트로 대우받는다. 

 

(개인의 취향, 눈에 잘 들어왔던 검투)(출처 : 씨네21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 또 흥미로웠던 건 이른바 '재담꾼'의 존재였다. 어벤져스의 자비스와 비전으로 잘 알려진 '폴 베타니'가 꾀돌이 도박쟁이로 대단한 연기를 보여줬는데, 홀딱 벗고 열심히 걸어가는 첫 등장도 피식 웃음을 터트리게했지만, 이어진 시합에서 가짜 기사 윌리엄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솜씨가 일품이다. 물론 영화에서의 그는 자신의 장기를 문서 위조로 소개했지만, 실제 재담꾼 제프리 초서가 없었다면,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마상창시합이 훨씬 더 밋밋했을 것이다.

 

(활약하는 재담꾼, 제프리 초서)(출처 : 씨네21 홈페이지)

 

 결국 왕자의 은덕으로 정식 기사가 되고, 비겁한 적을 응징하고, 사랑까지 쟁취하는 이 기사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그 동화적 구성을 위해, 극중에서 관중들은 'We will rock you'에 맞춰 발을 굴러주면서, 어디까지나 이 영화가 낭만적인 '극'임을 환기시켜준다. 하지만, 어쨌든 마상창시합은 경쾌하고 이어지고, 성장형 캐릭터 기사 윌리엄의 분투는 요즘 더 환영받는 성장형 캐릭터이기에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요즘 다시봐도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다. 

 다만, 너무나 뻔한 줄거리에 바탕을 둔 어른을 위한 동화이니, 큰 반전을 기대하지는 말 것.. 조커로서 명연기를 남기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가 왜 헐리우드의 미래로 주목받았었는지 그 매력을 느끼고자 한다면, 그런 차원에서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고편 동영상, 의외로 예고편만 봐도 줄거리가 대번에 연상되는데... 이 것이 줄거리가 뻔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예고편이 잘 구성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래도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평은 별로 없었던 걸 보면, 나름 괜찮은 오락영화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점.. 보기 드문 마상창시합을 다른 오락영화를 찾는다면, 감히 추천해본다. 

 

(기사 윌리엄 예고편)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