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27 - 게임 속 역사 이야기(2023, 사신청룡(김동영))

마셜 2024. 1. 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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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문고)

 

 독서모임에서 참여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내가 고른 책이 '별로'였을 때다. 

 다른 방식으로 책을 고르는 모임도 많겠지만, 내가 속한 모임은 각자 돌아가면서 책을 고르는데, 심사숙고한 끝에 멤버들에게 권할 만이라 생각했던 책이... 혹평을 받게 되면, 마치 내가 죄라도 지은 것처럼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된다. 

 

 '비디오 게임과 역사'라는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두 가지 소재를 붙여서 끌어낸 이 책은 그 아이템의 참신함 만은 눈에 들어왔으나, 그 외의 장점을 멤버들에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역사를 배우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깊이가 많이 부족하고, 구성이 체계적이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멤버들 중 책에서 다룬 게임을 그다지 즐기는 사람도 없었다. 애초에 활발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위한 책은 아니었는지, 잘못된 내 선택을 되돌아볼 정도였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게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냥 넘어가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그나마 독서모임 책이었으니.. 끝까지 가는구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한 멤버는 도대체 출판사는 이런 책을 왜 출간하는지?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주워들은 출판계 사정을 동원해보자면, 네이버에서 공식 연재활동을 하는 필자 정도 되면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 그리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검증된 필자이고, 아이템이 워낙 좋다 보니, 책이 아예 안 팔리지만 않는다면, 출판하기에 아주 무모한 도전은 아니다. 저자에게 갈 인세 카운트용으로 떡하니 도장까지 찍혀있는 걸 보면, 판매량에 따른 제대로 된 인세계약까지 한 출판이고... 의외로 많이 팔린 책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 작가인 '인')

 

 

사실 바이킹부터 일본전국시대, 그리고 2차대전까지 이르는 방대한 전쟁사를 아무리 특정 게임에 한정한다고 해도 책 한 권에서 이야기로 풀어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많은 주제를 한 권에 풀어내느라 저자는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라 짐작되고, 실제로 들어가는 말에서 1년이 넘게 정리를 했다고 밝혔다. 학부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저자에게는 거의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을 텐데 어쨌든 결과물을 낸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야 할 부분..

 더하여, '게임 속 인물' 챕터에서 '잭 처칠'은 전혀 몰랐던 인물이었으니, 실존인물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희한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알게 해준 고마움도 분명 있는 책이다. 초반 바이킹~해적~기사단으로 이어지는 약간은 광범위하게 정의되는 모호한 집단으로 이야기를 풀지 않았다면 더 좋은 첫인상을 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도 시오노 나나미의 '로도스섬 공방전' 등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기사단 이야기를 다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반가웠고, 그런 면에서는 저자의 도전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현재 역사와 별 관련이 없는 일을 하고 있고, 이 책이 학술서적이 아니라 대중서라 할지라도, 각주와 참고문헌이 전혀 기재되지 않은 부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역사에 대해 짧은 발제문 하나라도 써봤던 사람이라면, 각주와 참고문헌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괴로운 작업을 거친 산물인지를 알고 있을 텐데, 네이버 포스트에서의 명성을 단행본으로 가져올 때, 가능한 부분이라도 참고문헌을 기재했다면 훨씬 더 양서가 되었을 텐데.... 이런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2차 세계 대전 도중 검과 장궁을 사용한 소드 마스터

[BY 사신청룡] 반갑습니다 사신청룡입니다.오늘은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황당하지만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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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관련으로 깊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테고... 마지막 '인류와 바이러스' 챕터에 대해서는 운좋게 독서모임 멤버로 있는 의학 전문가 분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의외로 곤혹스러워하면서... 별 가치가 없는 글이고... 왜 이렇게 어렵게 중언부언 설명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평을 남겼다. 감염병과 전염병의 차이를 이렇게 집착하면서 설명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설명에.... 비전문가의 도전이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그 분야 전문가가 보기에 굉장히 무의미한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느꼈다. 



 나름 저자가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본문 중 지도와 사진에 대해서도 맥락이 안 맞는 경우가 많았다. 흥미롭게 본 '칭키즈칸' 챕터를 보면, 세력판도에 대한 지도는 설명을 돕는 의미에서 좋은데, 엄청나게 큰 정복 판도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바그다드' 지도가 나온다. 당시 융성했던 바그다드를 설명하고자 한 듯한데, 이 지도만 봐서는 당시 얼마나 대단한 도시였는지를 짐작하기도 어렵거니와 칭기즈칸의 정벌에 있어서 바그다드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굳이 지면을 할애하여 일반 독자가 의미를 찾기도 어려운 지도를 삽입한 것은 글의 밸런스를 깨지 않았나 싶다. 출판 과정에서 저작권 저촉을 걱정하지 않고 원하는 자료를 넣을 수 있는 게 저자의 특권이요. 그런 사진 자료들을 정리해 주는 게 편집인과 출판사 역할이라면, 둘 중 누군가는 뭔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게임 <어쌔신 크리드>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사진들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책에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면을 더 부각한다. 

 추천자로서 멤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하면서 모임은 끝이 났다. 앞으로는 꼭 5장 이상 읽어보고 책을 추천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사실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섣불리 책을 추천한 내 잘못이다. 밤잠을 쪼개가며 PC게임을 즐기던 시절은 이미 과거로 가버렸는데도 내가 몰랐던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교보문고에서 책 본문까지 소개했을 정도로 어느 정도 홍보가 되었던 책이다. 단, 책에 관심이 가시는 분은 위 사신청룡의 네이버 포스트를 먼저 클릭해보실 것.. 그 후에 구매하셔도 늦지 않을 것이다. 

(출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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