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coup d’État - 서울의 봄(2023, 김성수 감독)

마셜 2024. 1. 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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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모두 군인)(대표이미지 출처 : CGV 홈페이지)

(출처 : CGV 홈페이지)

 
1. coup d’État(쿠데타) - 12.12 군사반란
 사실 역사가 스포일러이기에, 흔히 12.12 사태로 일컬어지는 하나회의 권력장악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아니었고, 쿠데타였음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현대사에 관심이 없거나, 쿠데타의 정의를 모호해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한 번 짚고 넘어가자. 사전에서 찾아본 쿠데타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지배계급 내의 일부세력이 무력 등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기습적인 정치활동.

 

 

쿠데타

지배계급 내의 일부세력이 무력 등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기습적인 정치활동. 동일 체제 내에서 지배자의 교체를 목적으로 하며, 혁명과는 달리 민중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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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의는 이념적으로 별로 특별할 것도 없고.. 그저 네이버 제공 두피디아 사전에서 찾은 것이다. 상식으로, 그리고 학계에서도 통용되는 이 개념에 슬프게도 12.12는 너무나 부합한다. 
 

1979년 당시 군부 중 하나회 세력이 무력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기습적인 군사행동

 
 정치성향 상, 혹은 이념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5공화국 시절이 (사실 공화국이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적어도 경제는 좋았다 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엄연한 사실은 사실이다. 
 12.12 사태는 계획된 군사반란, 즉 '쿠데타'이다. 
 

(출처 : CGV 홈페이지)

 
2. 실로 오랜만의 천만 한국영화 '서울의 봄'
 불과 6개월 전, 한국영화 개봉작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며, 한국영화 자체가 위기라는 주장이 있었다. 이는 일부 언론만의 주장이나 소수의견이 아니었고, 최동훈 감독 등 유력 영화계 인사와 많은 언론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를 냈었다. 
 하지만, 2023년말~2024년초로 이어지는 즈음, 되돌아보니 평범한 진리에 직면한다. 결국 영화가 재미있으면 된다. 생각해보자. '서울의 봄'은 엄청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그리고, 상영관에서 꼭 보아야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엄청난, 특색있는 영상미가 있는 작품도 아니다. 그리고 기상천외한 소재도 아니다. 오히려 나처럼 12.12를 다룬 다양한 정치드라마를 봤던 세대로서는 뻔한 얘기를 영화로 잘 살릴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물론 화려한 캐스팅에... 검증된 연기력은 기대할만한 요소이지만... 그럼에도 흥행에 실패했던 한국영화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다소 평범하고 뻔한 조건에서도, 영화는 무척이나 재미있기에 대성공했다. 아니 아직도 그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관객수 천만을 넘기고, 여전히 상영을 이어가고 있으니, 최종 박스스코어가 기대된다. 
 잊지말자. 한국영화가 계속 깐느와 아카데미를 석권하는 강력한 작품성과 상업성을 유지하려면..... 일단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
 
3. 진정한 군인, 장태완과 정병주
 군인들끼리 치고받는 이야기이니, 실제 12.12 한가운데 서 있었던 군인 이야기를 해보자. 장포스로 알려진 장태완 장군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참군인으로 기억되고 있고, 본인도 12.12 재판에서 증인으로서 자기 역할을 함으로서 진정한 군인으로서 자기 임무를 완수했다. 

(정우성이 넘지 못한 장태완 장군)(출처 : CGV 홈페이지)

 
 장태완 장군 역할을 정우성이 맡았다는 것 부터가 화제였는데, 판세가 완전히 기울었음에도 군인으로서 끝까지 옳은 길을 가는 캐릭터는 꽃미남 정우성이 연기를 했던, 성우 김기현이 연기를 했던 멋질 수 밖에 없다. 감독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만들고자 극중 수경사령관 이름을 이태신으로 바꿨다는데, 정우성의 차분한 분노와 명연기에도 캐릭터는 장태완 장군을 벗어나지 못한다. 육사 출신이 아닌 갑종장교 출신으로 장성에 오르고, 하나회 출신이 모든 병력을 장악한 상황에서도 단독으로라도 반란군를 치려했던  장태완 장군을 넘어서는 캐릭터를 창작하기는 너무나도 어려웠으리라.  
 

(더 기억해야할 정병주 장군)(출처 :CGV 홈페이지)

 
 장태완 장군 중심으로 이루어진 영화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는 못했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정병주 장군. 실제로 예하 병력이 양쪽으로 출동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그 날의 특전사령관임에도 반란군에 협력하지 않았기에, 그는 매우 심한 박해를 받았다. 자신의 부하들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심한 부상을 입었고, 자신을 끝까지 지키던 부관 김오랑 소령은 총격전 끝에 전사했다. 
 놀라운 건 정 장군과 김 소령은 장태완 장군과 달리 갑종 출신이 아니었고, 육사 출신이었다. 정 장군은 대다수 하나회 멤버의 하늘 같은 선배였고, 김 소령은 한참 후배였다. 그럼에도 끝까지 반란군에 협력하지 않은 것은 특히 기억되어야 할 부분.... 정병주 장군이 전두환, 노태우 정권 하에서 어떤 고초를 겪고 세상을 떠났으며, 김오랑 부인이 어떻게 의문사하게 되었는지는 너무나 참혹하기에 영화평에서 다루고 싶지 않다. 
 

(끝까지 싸우는 군인, 김오랑)(출처 : CGV 홈페이지)

 
 김오랑 소령 역을 맡은 정해인은 그 훈훈한 외모 만큼이나, 적절하고도 탄탄한 연기로 짦은 총격전 장면을 잘 살린다. 부관으로서 사령관을 지키기 위해 권총 한 자루에 의지하여, 동료, 선배 특전사 병력을 막아서는 그 순간.. 아마도 그는 본인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끝까지 싸우는 것이 어찌보면 그에게는 정말 평범한 군인의 본분이었을까. 
 
5. 결국 술자리에서의 작당은 성공으로

(술자리에서의 작당)(출처 : CGV 홈페이지)

 
 영화는 슬프지만 블랙코미디 같은 쿠데타 모의가 술자리에서의 작당에서 시작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망설이는 하나회 멤버들을 일장연설로 제압해버리는 전두환.. 그 카리스마와 판단력은 높이 설만하지만, 칼이 예리하다 해서 다 유용한 건 아니다. 그 칼날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때나 유용한 법.
 어설프게 급히 이루어진 작당모의는 더 어설픈 군부의 대응으로 성공한다. 전두환을 초기에 체포했다면, 하나회의 기만에 속지 않고 공수부대를 육군본부로 진입시켰다면, 초기에 수경사에서 그냥 반란군 본부를 포격해버렸다면... 많은 If가 남지만, 쿠데타를 저지하기에는 군 감찰망이 너무나 강하게 퍼져있었고, 비밀사조직 힘은 너무 강했다. 그리고, 유능한 군인이었단 반란군 수괴들은 작전판에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진격하여 목표를 달성했다. 
 

(작전판 위의 쿠데타)(출처 : CGV 홈페이지)

 
 좌천당할 수는 없다는, 반란군 군부세력의 위기감과 권력욕이 쿠데타를 저지하려는 장태완, 정병주, 김진기 장군의 처절한 사투를 이겼다는 역사적 사실이... 당시 군부의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준다고도 하겠다...
 
6. 역사 OX
 문) 장태완 장군은 당시 수경사 병력을 이끌고 진격했었다? 
 답) X, 실제로 장태완 장군이 어떻게든 반란군을 치려했던 것은 사실이나, 당시 연병장에 모인 병력이 100여명 남짓에 특히 장교들이 대거 이탈한 것을 확인하고, 포기했다. 
 
 문) 행주대교에서 장태완 장군이 공수부대를 단신으로 막았다?
 답) X, 사실 사령관이 그런 목숨을 거는 행동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 최근 인터뷰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당시 공수부대가 행주대교를 건널 때 다소 혼란은 있었지만, 기습적인 침투나 전투는 없었다고 한다. 
 
 문) 노재현 국방장관이 한미연합군사령부로 향한 것은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답) △, 물론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에 병력 동원을 요청했던 것도 확인된다. 오히려 그 곳에서 계속 시간을 끌었다면, 반란군이 명분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한미연합사가 실상을 좀 더 파악하여, 반란군에게 상당한 압박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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