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24 - 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2009, 계승범)

마셜 2023. 11. 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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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온라인 교보문고

 

 저자는 현직 대학 사학과 교수, 활발한 학술활동을 하는 분이다. 

 여러 가지 논문으로 펼칠 수 있는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독자들에게는 참으로 귀한 것이지만, 전문 연구가인 저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으리라. 

 내용과 재미를 차치하고라도, 전문 역사학자가 논문으로 주장할 수 있는 내용들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중역사서는 늘 반갑고, 귀하고, 환영받아야 할 존재다. 

 

 그 주제가 해외파병이라면 더 그렇다. 

 전쟁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그저 은혜에 가까운 일이고, 길었던 500년 조선시대에 해외파병을 통사적으로 정리한 것 자체가 많은 덕후들에게도 신선할 것이다. 

 특히, 동북공정이 날로 심해지고, 조공을 해왔던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는 뉘앙스의 시진핑 발언까지 나오는 시국이라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이다. 

 

 학술서와 대중서 경계에 있는 책 답게, 한 장 한 장 참 잘 읽힌다. 

 

 혹시나 조선은 엄연한 자주국이기에, 조공-책봉 관계는 실리를 챙기는 관계였다는 통념을 받아들이는 독자였다면, 책에서 지적하는 결론은 다소 불편하거나 놀라울 수도 있다. 관련하여, 내정간섭이 분명히 그것도 반복적으로 존재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실. 물론, 중국은 분명히 조선을 외국으로 인식했으며, 명/청과 조선은 각자 필요성에 따라 적극적 (때로는 소극적) 외교로서 조공을 활용했다는 것도 분명히 하게, 저자가 편향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저 우리가 받아들여야할 역사적 사실이 그러하고, 그렇기에 도출해야 내야 할 교훈이 더 쓸 뿐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에 해당하는 두 문장을 골라내봤다. 

 

 '...... 조선은 이렇게 국제 현실과 유리된 채 200년 이상 홀로 살았다........................... 명. 청 교체 이후에 조선의 양반지배층이 택한 '존명의리' 이데올로기 정책이 단기적. 국내적. 지배양반층 차원에서는 성공적이었으나, 거기에는 큰 대가가 따랐던 것이다.'

- 298p

 

 동북공정과 식민지근대화론 사이에서 시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맥빠지는 문장일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외교정책이 지배양반층 차원에서 이유 없는 고집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아주 정확한 판단이었음을 지적했기에 오히려 동북정과 식민지근대화론에 맞서는 논리의 단초라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더 독서와 공부가 쌓인 후 이 책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자신 있게 이 구절의 정말 새 출발의 단초가 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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