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모습 - 한국사

그리고 남은 몇 가지 이야기 - (여담)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마셜 2024. 8.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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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을 다녀온 후,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여운이 남아있다. 이제 곧 기억 속에서 잊혀갈 기념관의 울림에 대해서, 앞의 두 포스팅에서 미처 적지 못한 부분을 두서없게라도 남겨보려고 한다. 

 

1. 운영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국가보훈부'

 박물관이 아니라 기념관이기에, 일면 당연해 보이지만, 아직도 조금은 어색하다. 그저 역사 속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아야 하는 존재로 '임시정부'를 생각했었는데, 이 기념관의 취지는 '보훈'에서 출발한 것이고, 정말 고생했던 선열을 기리기 위한 것임이 잘 드러나는 차이라 하겠다. 그 차이를 잘 살려서, 기념관에 계시는 학예연구사 분들을 중심으로 훌륭한 활동과 연구는 계속해서 폭넓게 이루어지고, 일반 대중들에게 임시정부에서 고생하셨던 분들을 기리는 작업이 계속해서 병행되길 기대한다. 

 

2. 키네틱 아트는 시그니처인가? 낭비인가?

 

 학생들 한 발치 뒤에서 기념관을 돌아보신 교수님께서는 역시나 전문가 답게 색다른 지적을 내놓으셨다. 영상 전시 등이 취지는 좋지만 저렇게까지 화려하게 제작될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단순히 학자가 아니라 많은 프로젝트와 박물관 기획/운영 등에 참여하셨던 분 답게 제한된 예산 안에서의 최고 효과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임시정부기념관의 키네틱 아트)

 

 실제로 기념관 전시 초입에 있는 키네틱 아트는 정말 눈길을 끌었지만, 해설사 선생님의 상세한 설명이 없었으면 그 의미를 음미하기는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동영상들은 담백하게 의도를 잘 전달하고 있었는데, 굳이 화려한 전시물을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관람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고, 그중 많은 예산을 투입한 화려한 전시물이 꼭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 않을까. 울림이 있었던 기념관 투어에서, 합리적 의심을 발견할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그런 날이었다. 

 

3. 너무나 수준이 높았던 해설사 선생님

 역사공부를 하면서 가장 처절하게 깨달은 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소수'라는 거다. 사람들이 살아온 자취가 곧 역사이기에 앞으로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그 과거를 쉽게, 재미있게 이야기해줘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연구에 종사하는 학자들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도 그 사명을 힘들게 수행하고 있지만, 박물관(혹은 기념관)에서 다양한 관람객을 상대로 설명을 해야 하는 해설사 분들은 어찌 보면 극한직업이요. 어찌 보면 최전방에 서계신 분들이다. 

 운 좋게도 광복절 다음날 만났던 해설사 선생님의 전문성은 대단했다. 막힘 없이 설명이 이어졌고, 수많은 전시물 중 중요한 포인트에서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주셨다. '미스터선샤인'의 모티브 인물로 알려진 황기환 지사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풀어내면서, 황 지사를 알아본 학생에게는, '관람객 중 황 지사를 알아본 사람은 처음이다'라는 적절한 코멘트도 해주셨다. 

 교수님께서는 해설이 끝난 후, 일부러 해설사 선생님께 역사를 공부하는 대학원생임을 알리지 않았다고 알려주셨다. 눈높이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관람객들에게도 능수능란하게 해설해주시는 모습에, 박물관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 소프트인프라는 결국 수준 높은 맨파워임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죄송하게도 성함을 제대로 듣지 못해서, 감사 인사를 적을 수가 없는 게 아쉽다)

 

4. 서대문형무소와 한성과학고, 그리고 철거예정 주택가

(서울의 과거, 미래, 그리고 현재를 보는 듯한 기념관 주변)

 

 전에 서대문구 의회가 있던 자리에 지어진 기념관이기에, 이런 의도가 있지는 않았겠지만, 맨 위층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면, 마치 서울의 과거와 미래, 현재를 보여주는 듯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기념관 정면에는 일제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서대문형무소를 볼 수 있고, 기념관 뒤 한쪽으로는 영재들이 수학하는 한성과학고가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곧 철거될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들이 있다. 

 서대문형무소가 서울의 어두운 과거였다면, 영재교육을 대표하는 과학고가 바로 서울의 미래라고 할 것이고, 재개발의 꿈과 철거로 인한 퇴거의 명암이 교차하는 주택가가 바로 서울의 현재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임시정부기념관은 내려다보고 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지만, 그 밝은 미래를 예측은 하기 어려웠던 임시정부 분들은 지금 이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실까. 뭔가 생각이 많아진다. 

 

5. 조선시대 붕당 계보 보다도 복잡한 당시의 정당 계보도

(기념관 내 정당계보도)

 

 언뜻 봐도 동서분열에서 출발하는 조선시대 붕당 계보도 보다도 복잡하다. 독립투쟁이라는 어려운 과정에서 전세계적으로 팽배했던 이념갈등이 겹쳐지고,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진 정치투쟁이라는 복잡한 현실이 결합되었으니, 그 이합집산이 복잡했으리라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여전하다. 그리고 과연 이 모든 계보가 임시정부로 통합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이 든다. 활동의 스펙트럼과 인적 다양성에서 통합이라는 표현이 과한 것은 아닌지... 앞으로도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부분이다.  

 

6. 늘 2% 아쉬운 기념품

 

 

 선물로 받은 마그넷 기념품은 당시 민중들이 귀국한 임시정부 인사들을 환영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귀여운 이미지로 제작된 마그넷에  굳이 진지하게 비판을 가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사실 어디를 가든 나중에 보면 기념품은 2% 아쉬운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 밋밋한 디자인 보다는 차라리 전에 포스팅에서 다뤘던 독립공채를 예쁘게 만든 마그넷은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관람 중 워낙 독립공채 이야기가 인상적이었기도 하고....  물론, 저는 소수에 속하는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중에서도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니..... 이 또한 크게 환영받기 어려운 아이디어겠지만, 임시정부 활동 다양성을 보여주는 기념품이라면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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