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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잠실 야구장 - 잠실 돔구장 건립

마셜 2023. 9. 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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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야구장에 대한 추억을 글로 다 풀기는 어렵다. 

 너무나 많은 순간순간,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게임이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인데, 테이블 석이 설치되고, 최첨단 전광판이 들어오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낡았지만 그 모습 그대로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있었던 잠실야구장이 이제는 떠날 때가 된 모양이다. 

 서울시가 잠실 주경기장을 비롯한 스포츠 시설 들을 MICE 단지로 개발할 계획을 발표한 것. 먼 미래의 포부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였는데, 2026년 착공, 2032년 완공예정이라는 기사를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생각보다 얼마 안 남았네. 

 

 

3만석 규모 ‘잠실 돔구장’, 이르면 2032년 생긴다... 2026년 착공

3만석 규모 잠실 돔구장, 이르면 2032년 생긴다... 2026년 착공

www.chosun.com

 

 잠실 돔구장 이야기, 시장님 얼굴이 첫 사진으로 등장한 것은 좀 그렇지만, 뭐.. 어쨌든 서울시 소유 시설인 것도 맞고, 어쨌든 모든 것은 서울시 결단에 따라 결정될 사업임에 분명하다. 야구기사에 등장한 정치색 짙은 기사... 가 다소 불편하지만, 일단 넘어가자. 

 

 훌륭한 계획이고, 시설이 많이 낙후된 것도 맞다. 그리고 잠실 일대 지역이 대단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시민을 위하려 더 훌륭한 활용계획을 세워야 함도 당연하다. 이러한 적극적 시정에는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런데... 그럼 공사기간 동안 야구는 어디서 하지?

 설마 시장님께서 중요한 건설사업을 하신다는데... 야구가 뭐가 중요하냐는 마인드로 4대 일간지 야구기사를 작성하지는 않았을 테고... 공사기간이 무려 여섯 시즌에나 해당한다면, 그리고 KBO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서울의 잠실구장이라면, 이는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6년간 한국 야구 경쟁력 전체를... 그리고 지금도 사실 안정적이라 볼 수 없는 야구의 산업화 가능성을 후퇴시킬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런 걱정은 아재 야구팬인 내 얘기만은 아니어서, 많은 야구인들과 언론들이 우려를 쏟아내었다. 

 

 

“6년간 야구는 어디서 하나요”… 잠실 대체구장 논란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새로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대체 구장 확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돔구장 공사 기간만 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잠실을 홈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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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서울시 대책을 보니, 대체구장 이야기는 특별히 언급이 없고, 공사계획을 짠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동남권추진단' 차원에서도 대체구장은 특별한 고려대상이 아닌 모양이다. 하긴 법적으로 보면, 잠실야구장과 주경기장은 모두 서울시 소유 시설이고, LG, 두산 두 구단은 그저 임대를 받은 사업자인데, 낙후시설을 다시 짓는 공사에서 임차인의 입장을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는가...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아직은 두 구단의 입장을 고려할 단계가 아니기도 하다. 

 

 좋다. 서울시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닌데, 그럼 이 문제를 야구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를 생각해 봤다.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바로, 야구계가 일치단결해서 밤새워 고민한다 해도, 야구장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백가쟁명식 대안이 며칠간 난무했었던 야구게시판에서도 무릎이 탁 쳐지는 솔루션은 없었다. 목동야구장? 현재 아마야구경기를 소화하기도 바쁘고.... 시설낙후와 교통불편은 이미 유명하다. 고척야구장? 아무리 키움히어로즈가 팬 적고 모구단이 없는 구단이라지만, 이미 몇 년간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프랜차이즈화를 위해 애써왔는데, 그냥 상도에 의해서도 키움을 밀어내고 고척을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이게 안되니 잠실 주 경기장을 개조하여 사용하게 해달라고 두 구단과 KBO가 요청한 것인데, 서울시는 안전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Dead End인가?

 결국 답이 없는 건가? 하는 느낌에 날 선 비판은 쏟아지고, 누구 탓이냐, 어쩌겠냐..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지만, 결국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엄청난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 

 앞으로도 피곤하고도 기나긴 힘겨루기와 논쟁이 오고 가겠지만, 결국 잠실주경기장 쪽으로 결론이 날 것 같은데... 소극적이고도 답답한 이 논쟁이 맘에 안 들었는지, LG 염경엽 감독이 전체 야구계를 강하게 비난했다. 

 

 

'6년간 떠돌이 신세 전락' 염갈량 작심발언 "동대문 야구장을 없앤 것부터 잘못, 야구인들 반성해

이틀 전 서울시가 잠실 돔구장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셋방살이를 해야 하는 LG 염경엽 감독은 쓴소리를 남긴 데 이어 야구인의 반성을 이야기했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잠실 돔구장 계획

n.news.naver.com

  지금은 운동장이라는 명칭이 아예 사라진, DDP. 한참 전 고고야구의 영광을 함께했던 동대문야구장 스토리까지 끄집어내며 적극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 야구계를 비난한 것...

 현역 프로감독으로 쉽지 않은 발언일 텐데, 용기를 낸 것에는 당연히 박수를 보낸다. 

 사실 동대문 야구장이 존치되었다면, 아마야구나 기타 경기 소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거고, 지금 DDP 활용을 보면, 야구장과 결합된 문화공간으로 유지되기에는 공간이 부족했을까 라는 의문도 든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서울시의 보도자료를 한 번 찾아봤다. 

 

[설명자료] 잠실 돔구장 공사기간 중 대체 구장 관련, 서울시의「대책없는 일방통행」이라는 보

서울시대표소통포털 - 내 손안에 서울

mediahub.seoul.go.kr

 어렴풋이 서울시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 결국 돈 문제로구나....'

 

 2014년 광주에 챔피언스 필드를 건립할 때, 공사개요는 다음과 같았다. 

 

 - 2만2262석 규모의, 28개월 공사기간

 - 공사비 994억원, 스포츠토토 복권 기금 298억원, KIA에서 300억원을 지원

 

 2023년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건설공사비가 폭증한 요즘, 예상 공사비는 서울시 추산 약 5,000억이라고 한다. 

 야구계에서 얼마를 지원할지 조율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구계(구체적으로는 LG, 두산 두 구단) 입장 때문에 1,600억원 규모 강변 돔구장이 아니라 잠실 돔구장으로 선회했음을 굳이 밝히면서, 6년간 셋방살이를 하라는 서울시.. 어찌 보면, 아직은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 빨리 얼마를 낼 건지를 밝혀라. 그걸 포함해서 의논하자라는 압박으로 느껴진다. 

 

 광주에서의 야구 상징성이 남다르다고는 하나, 어쨌든 공사비 3분의 1이라는 큰 부분을 기아가 부담했고, 이번 잠실에서도 두 구단은 어느 정도 공사비를 분담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장기임차인으로 할인은 커녕 해마다 올리는 사용료를 부담해 온 두 구단 입장에서는 억울하나... 6년간 잠실을 떠나 떠돌겠다는 각오를 하긴 어려울 터..  지원해야 할 의무는 없으나, 정서상 안 할 수도 없는 이 판국에.. 서울시가 교묘하게 압박하고, 이에 대해 아직까지 두 구단은 참을성 있게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돈 내겠다는 얘기 하기 전에, 뭘 해주실 건지 명확히 알려주세요...'

 

 서울시 보도자료에서도 아직은 논의가 진행 중이며, 언제든 야구계 이야기를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즉, 협상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진지하게 (돈을 포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

 

 뭐 서울시도 발표만 해놓고,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으니, 어느 시점에는 서울시와 두 구단 간 진지한 대화는 있을 테고, (아마도 비시즌...) 설마 주경기장도 못 가고 쫓겨나서 여기저기를 전전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아쉽다. 

 왜 애초에 한 지붕 두 구단이라는 이상한 구조를 만들어서, 이런 네이밍 협상에서도 파트너십 구성을 어렵게 만드는지...

 잠실스포츠시설 재개발이라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3년 후 착공, 6년 완공이라는 엄청난 속도전은 불가피한 것인지.. 물론 돔구장 위주 기사니.. 전체 공사는 이런 속도전은 아니겠지만... 주경기장 먼저 공사하고, 그다음 야구장 하고, 그다음 학생체육관 하고... 이렇게 차근차근해나갈 수는 없는 것인지.. 아 물론 그럴 경우 공사비는 늘고, 치적은 분산되고, 시민들의 조급증은 커지겠지만... 이미 서울은 한 세대만 향유하는 시설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시설을 고민해야 할 대도시인데... 애초에 조급증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닌지.

 

 암튼, 

 오세훈 시장이 친히 미국 스포츠 컴플렉스까지 방문하여, 느낀 바를 투영한 프로젝트라고 하니, 궁극의 스포츠 산업화를 이룬 MLB의 노하우가 꽃피는 잠실이 되길 바란다. 그 만개가 비록 내가 노인이 되고 나서라도, 어쩔 수 없다면 천천히 가시길... 급히 추진되는 대규모 건설공사...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경계해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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