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으로 소문난 김치찌개집에 가서 다 같이 김치찌개를 먹는데, 나 혼자 밑반찬에 공깃밥만 먹고 있으면 이런 기분일까.. 기록적 연패를 끊기 위해 급하게 오지영 선수를 트레이드해 올 때도 지켰던 1순위 지명권을 허무하게 엿 바꿔 먹고 2라운드 신인부터로 헛헛한 마음을 달래야 하는 페퍼팬은 참 속이 쓰리다. 그나마 다행인 건 찌개가 없으니 반찬이라도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 2라운드부터 뽑은 신인이 팀 빈틈을 메우는데 도움은 될 듯하다.
지난 9월 10일 2023-2024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드래프트가 있었다. 페퍼 팬으로서는 작년에 비해서 영이 흥이 안나는 이벤트...
어쨌든 드래프트는 끝이 났다. 바보짓으로 1순위 지명권을 엿바꿔 먹었어도, 그 외 대어가 없다는 평가여도, 그래도 새 얼굴에 대한 기대는 늘 즐겁다. 아직은 선수층이 얇은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무려 탈고교급 최대어 '김세빈'을 뽑을 수 있었던 1순위 지명권은 도대체 사라졌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글을 한 번 클릭해 보시길...
일단 페퍼의 바보짓을 잘 이용하여, 우승팀임에도 역대급 최대어 '김세빈'을 차지한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하여, 각 팀은 각자 사정에 맞춰 젊은 선수들을 보강했다.
굳이 따져보자면 전체 취업률은 52.5%. 프로세계 입문 경쟁 치고는 지나치게 보일 정도로 관대하지만, 이게 한국배구 현실이고, 어쨌든 떨어지는 선수들이 있는 냉정한 세계인 것도 맞다. 김세빈 이외에는 딱히 관심이 가지 않는 전체 드래프트 리뷰는 건너뛰고, 일단 전체 지명결과를 살펴보자.
미지명이 속출하는 와중에 넷이나 뽑았으니, 구단에서는 변함없이 투자에 인색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은 맞다. 선수 한 명씩 면면을 살펴보자.
개인적으로 선수들의 대표경력 등을 거론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보인다. 프로에 들어온 선수들은 대부분 언제든 각급 대표선수에 뽑힐만한 재능이 있다. 모든 프로 감독들이 기본기 부족함을 부르짖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번뜩이는 뭔가가 있는지, 아니면 혹시나 기본기가 튼튼하던지.. 아니면 신체조건이라도 훌륭하던지.. 셋 중 하나가 오히려 중요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애초에 이 번 드래프트에서 신장으로 배구팬을 매료시킬만한 선수는 없다. 라이트 배구팬 눈에 확 띄는 재목이 없는 상황에서 트린지 감독은 나름 팀에 도움이 될만한 선수를 잘 뽑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2R 1순위 류혜선 178cm OH(OP)
일단 공격에 있어서 몸이 부드러워보인다. 이러면 토스에 맞춰서 스윙을 조절하기도 쉬워서, 믿을만한 공격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보다는 코트 안에서 움직일 때 발도 느리지 않아 보여서, 페퍼 특유의 엉망진창 리시브 후, 이고은 세터의 묘기 토스도 어느 정도는 소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공격 높이는 평범해 보인다. 178cm면 레프트 공격수 치고 작은 건 아닌데, 공격타점은 신장을 잘 활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블로킹에서는 강점을 보일 수 있을 듯 하다. 원포인트 블로커로 가끔 볼 수 있을 듯.
어쨌든 이제는 레프트 두 자리를 놓고 박정아, 이한비, 박경현, 박은서, 채선아가 경쟁하는 가운데 가세한 류혜선 선수... 출전기회를 보장받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야스민 선수가 건강하다면, 센터포지션으로 전향하여 힘을 보태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2R 7순위 박수빈 174cm S
무회전 서브는 위력이 있어 보인다. 이한비/이민서 빼고는 서브도 전반적으로 평범한 페퍼이기에, 원포인트 서버로 일단 엔트리를 차지할 수도 있을 듯.. 하이라이트 영상으로는 점프토스도 잘 하고 다 좋아 보이는데, 백토스 불안은 이 선수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백토스 폼 자체도 이상하고, 굳이 몸을 비틀어 토스를 하는데, 상대팀 센터진에서 몸 각도만 보고도 토스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세터진에 엄청난 엿값을 치르고 지켜낸 이고은이 건재하고, 박사랑도 어쨌든 기회를 줘야하기에,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빈이 박사랑을 제치고 높이보강을 위해 출장하기는 어려워보인다.박사랑이 다른 건 몰라도 높이 막는 블로킹 하나는 손 모양도 높이도 괜찮다)
3R 1순위 이주현 162cm L
파워공격수 정지윤이 졸업한 이후,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약팀 경남여고의 주전세터 이수현, 하지만 프로에서 그녀의 토스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바로 162cm에 불과한 신장 때문.. 트린지 감독도 리베로를 염두에 두고 뽑은 것 같은데, 실제로 영상을 통해서 보기에 풋워크도 경쾌하고, 기본기도 좋아 보인다.
팀 사정을 봐도 오지영이 아프면 당장 문슬기가 출장해야 할 판이기에... 어찌 보면 올해 신인 중 가장 빨리 코트를 밟는 선수는 이주현일지도 모른다.
아쉬운 점은 의외로 박수빈 보다도 토스워크는 안정적으로 보인다는 거... 하지만, 약점을 일상적으로 후벼 파며 상대를 공략하는 프로에서 162cm 이주현을 전위에 세우는 것은 자살행위... 그저 가능성 높은 리베로 자원을 확보한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수련선수 이재은 170cm L
광주여대 리베로 자원 이재은. 최초로 대학 출신 선수를 지명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지역 언론에서는 연고 선수를 뽑지 않고, 광주여대 출신을 뽑아 연고구단 흉내를 냈다며 비꼬는 기사를 냈다.
언론기사 맞나 싶을 정도의 원색적 비난에.. 숫자를 살펴봤다. 전체 드래프트 지원자는 40명, 이중 언론에서 강조한 광주.전남 출신은 4명(광주체고 2명, 목포여상 2명)이다. 일단 왜 광주여대는 연고가 아닌지 모르겠지만, 핵심이 아니니 넘어가자. 4명 중 이 번에 지명된 선수는 아무도 없는데, 페퍼가 류혜선 선수를 지명하기 전에 7명이 지명되었지만, 광주전남 선수는 없었고, 전체 21명 중에도 한 명도 없었는데.. 연고 운운하면서 구단을 비난하기 전에 과연 광주전남 선수들이 지명에 근접한 실력을 가지긴 했었는지를 언급해야 하지 않나. 수련 선수 하나 뽑았으면 되지 않나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4명으로 가장 많은 선수를 지명했고, 이제 박정아 선수 덕에 셀러리캡도 거의 찬 마당에.. 그렇게 가능성만 보고 투자하기도 어렵다.
이채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대학 출신이기에 이렇다할 영상도 없고, 큰 기대를 받지도 못하지만, 어쨌든 이채은은 KOVO 여자부 역사상 최초로 대학에서 지명받은 선수가 되었다. 지명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지, 긴장이 풀리지 않은 표정이 역력한 사진이 인상적... 쉽지 않겠지만, 꼭 출전기회를 잡아서 다시 한번 언론의 관심을 받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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