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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청년은 한국 스쿼시의 영웅이 될 것인가 - 나주영 한국 최초 스쿼시 세계 주니어대회 4강 진출

마셜 2024. 7. 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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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주영 인스타그램)

 

 사실 이 정도면 이미 영웅인지도 모르겠다. 한국 시간으로 7월 16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스쿼시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을 꺾고 한국 최초로 4강에 오른 나주영은 이미 스쿼시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잊을 수 없는 실적을 낸 선구자가 되었다. 

 스쿼시가 워낙 비인기 종목이기에 그다지 화제에 오르지도 못한 이 쾌거를 내가 알게 된 것은 열혈 스쿼시 동호인은 동료 때문인데, 아침부터 관심도 없는 동료에게 스쿼시계에서 이 승리가 주는 의미를 설명하며, 나주영의 대단함을 설파하는 모습을 보며, 과거 아무도 관심 없던 핸드볼이나 아이스하키 중계를 보고, 홀로 유타 재즈를 응원하며 친구들에게 핀잔을 들었던 내 모습이 슬몃 보이는 것 같아 살짝 웃음이 나왔다. 

 

 처절한 비인기종목의 현실을 반증하듯, 이 젊은이가 한국을 대표해 쾌거를 이뤘음에도 온라인 기사도 찾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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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경향에서 경기가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올린 기사가 유일한데, 비인기종목의 주니어대회임에도 자세하고 생생한 기사를 작성해 준 김세훈 기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나주영의 세계랭킹과 이력, 경기스타일까지 언급해 준 기사는 나처럼 스쿼시를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눈에 잘 들어오고, 선수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어떤 느낌의 기사를 주로 작성하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스포츠계 대단한 코치들을 집대성해서 책도 내셨던 분이었다.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명코치와 레전드 선수들의 이름이 가득한 목차를 보니, 다음 독서모임에 한 번 올려볼까...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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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김세훈 기자 이야기로 샜는데, 각설하고, 이제 고3인 나주영의 가능성은 무한해보인다. 아버지도 스쿼시 쪽에서 일하신다고 하니, 기본기도 잘 갖췄을 테고, 180cm이 약간 안 되는 신장도 스쿼시 종목의 특성을 생각하면 큰 문제가 안된다. 대표사진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처럼, 단단한 체구에 잘 갖춰진 잔근육과 동체시력으로 승부를 본다면,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도 있어 보인다. 

 

 문제는 스쿼시 자체가 워낙 비인기종목이다. 이 명승부에 한국 중계가 없었던 건 당연하고, 하루가 지나도록 스포츠경향 기사 1건만 올라와 있는 것 자체가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나주영도 곧 군대를 가야하는데... 스쿼시 종목이 상무 입대가 가능할 것 같지는 않고...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노려봐야 하는데, 이번 8강 상대였던 디펜딩챔피언이 파키스탄 국적이었던 걸 보면, 아시안게임이 세계 레벨에 비해 그렇게 녹록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기대해야 할 부분은 2028년 올림픽에 스쿼시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뭐니뭐니해도 한국인에게 스포츠는 곧 '금메달' 혹은 국제대회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고, 갈수록 올림픽 본선 진출조차 어려운 한국 구기종목 현실에서 세계레벨에서 비벼볼 만한 주니어 상위랭커가 출현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미세먼지니 장마니... 갈수록 실외에서 스포츠를 즐기기 어려워지는 걸 생각해 보면, 앞으로 좁은 실내공간에서도 머리를 써가며 짧은 시간 안에도 간단한 룰로 승부를 가릴 수 있는 구기인 스쿼시는 앞으로 전망은 유망해 보인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승리 순간의 나주영의 모습은 그저 기뻐하는 고3 학생 같았다. 그 젊은, 그리고 밝은 에너지에 미소지을 수 있었고, 스쿼시 팬은 아니어도 승리의 기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 고3의 도전의 끝이 어딜 런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성장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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