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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13. 우린 그냥 자동차 회사가 아니거든? –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사 구조

꿈꾸는 차고 2023. 8. 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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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13. 우린 그냥 자동차 회사가 아니거든? –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사 구조 
 
대!한!민!국! 2021년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 그때만 생각하면 저는 손에 땀이 나는 것 같습니다... 동네 근방에서 한국인은 저희 집뿐이라 환호성과 응원이 터지는 곳은 저희가 유일했었죠. 평소라면 Quiet Time을 지켜줘야하는 밤 시간이었지만,  그날만큼은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화면을 보고있으니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구요. 우리 한국팀이 앞설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쳤죠. 대한민국 선수들의 화살 한발 한발에 정말 울고 웃었던 아름다운 저녁이었습니다... 과연 9연패의 화려한 금자탑을 우리 선수들이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 시각 한국에서도 온 국민의 응원소리가 하늘을 찔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1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 장면 (출처 : 조선일보)



종료 시각은 어김없이 다가오고...드디어 우리 선수들의 마지막 한 발이 과녁에 꽂힙니다. 금이다!!! 환호성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가운데, 텅 빈 관중석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남자가 있었으니... 상기된 그의 얼굴이 곧 방송 카메라에 포착됩니다. 이 남자의 정체는 바로 현대자동차 그룹의 회장인 정의선.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정몽구 회장의 장남으로서 현재 50여개의 계열사 약 27만명의 임직원들을 이끌고 있는 그는 기업 경영이외에도 한국양궁협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양궁 경기장에서의 정의선 회장 ( 출처 : 스포츠 조선)

 

관중석에 있던 그가 곧장 양궁 경기장 안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는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을 한 명씩 격려해주고 살포시 안아주는 모습이 여느 흔한 재벌들과는 다르게 소탈하고 인간적으로 보여서 저는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아버지 정몽구 전 회장의 대를 이어 지금까지 30여년간 한국 양궁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안산 선수를 위로해주고 있는 정의선 회장 (출처 : 조선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 양궁의 발전에 큰 역할을 감당해왔다는 사실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지난 도쿄올림픽 이후 그들의 노력이 더욱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험난한 기업경영 세계에서 이렇게 긴 세월 동안 경영 외적인 부분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아울러 자본 지원을 해올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로 여겨집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85년 양궁에 지원을 시작한 이래 흔들림없이 투자를 해왔고, 이에 보답하듯 한국 선수들은 최고의 양궁 실력을 유지해왔습니다. 각종 국제 대회와 올림픽에 출전하여 지속적으로 메달을 쓸어 담으면서 다른 나라들을 크게 압도해온 것입니다. 특히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양궁은 여자단체전 뿐만아니라 혼성과 남자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양궁 국가대표팀은 1984년 이후 올림픽을 포함 여러 국제대회에서 무려 103개의 메달을 땄다고 하죠. 그중에 59개가 금메달이라고 하니 역시 세계 최강답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금만 지원해준 것이 아닙니다. 선수 별로 맞춤형 양궁 그립을 3D로 제작해준다거나 고정밀 슈팅머신을 개발하여 최적의 화살들만 선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점수 자동 기록창치, 선수들의 안면 촬영과 심박수 측정으로 긴장 및 이완상태를 컨트롤 해주는 등, 회사가 보유한 첨단 기술로 선수들의 훈련을 도왔습니다. 또한 국제 수준의 다양한 양궁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선수 맞춤형 화살을 검사하고 불량 화살을 선별할 수 있는 고정밀 슈팅 머신 (출처 : hyundai.co.kr)

 
 
앞서 여러 글들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금까지 험난한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기본이 바로 "뚝심경영"이라고 설명했었는데요, 정회장 일가의 뚝심경영은 스포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끝까지 최선 다하여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업계에 좋은 본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양궁이외에도 축구, 야구, 배구 등의 다양한 프로 스포츠 구단들을 운영하며 연간 약 70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덕분에 각 구단들은 정규리그에서 우승 등 좋은 성적을 유지해올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현대자동차그룹의 좋은 이미지를 홍보하고 형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와달리 현대자동차그룹이 각종 언론들로부터 수많은 비난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9년 전 구 한국전력 부지 매입 당시의 일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4년 서울 삼성동의 구 한국전력 부지를 무려 10조 5천5백억원에 낙찰 받습니다. 10조원이라는 돈은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한반도가 생긴 역사 이래 단일부지 기준 가장 많은 금액의 토지 매매라고 하니까요.

부지만 해도 대략 면적이 7만9341㎡에 달하는 곳으로서 전체 크기가 서울 잠실에 있는 올림픽 주경기장만한 큰 땅입니다. 한동안 한국의 각종 매스컴들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돈낭비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그 정도의 돈이면 유럽의 완성차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각종 첨단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데 대기업으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부동산 구입이라는 어이없는 곳에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서울 삼성동의 구 한국전력 부지 (출처 : 모토그래프)

 
 
그 부지는 이전에 저도 자주 가보았던 곳입니다. 절친한 친구가 그 근처에서 근무해서 그 친구를 만날때 커피 한잔들고 구 한국전력 부지 내 정원을 산책하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오래전에 건축한 곳이라 건물 사이 공간이 아주 넓직하고 전체적으로 마치 공원같이 잘 조성해놓았더군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때 한국전력은 대학졸업자들이 취업하고 싶은 최고의 직장 중에 하나로 손꼽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전력이 전라북도 나주시로 이전을 하게되면서 대한민국 강남의 한 복판 이 금싸라기 땅을 매물로 내놓게 되었고 많은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게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엄청난 가격에 다 떨어져나가고 최종입찰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만 남았다고 하죠. 



터파기 공사중인 요즘의 구 한전 부지. 멀리 잠실 종합경기장이 보임. (출처 : 엠비시 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3개 계열사가 당시 각각 3조원 규모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섰다고 합니다. 이에 대응하여 삼성전자는 4조5천억원을 제시했었고요. 그런데 마지막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삼성전자보다 두 배 이상, 그리고 감정가보다 3배의 가격을 써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예 경쟁의 의지를 무력화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당당히 이 금싸라기땅을 거머쥐면서 새 주인이 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서 이러한 베팅을 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들은 막연히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한 것일까요?
 
앞서 이야기한대로 온갖 매스컴들이 날선 비판을 가했으나 이 부지의 구매 기간 동안 현대자동차그룹의 의지는 확고하며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밝힌 입장은 이렇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단순히 부동산 투자나 중단기 수익창출 목적이 아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들은 100년 뒤를 내다본 미래의 글로벌 신사옥 (GBC : Global Business Center)을 건립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계획은 이렇습니다. 그들은 지하로는 7층에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상 105층 규모의 빌딩을 건설하고 30여개가 넘는 그룹 계열사와 임직원 약 1만3천여명들을 모두 모으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통합사옥 운영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면 미래에 제2의 도약을 하는데 큰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때도 지금도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들은 한곳에 모여있다기보다는 대한민국 전역에 산재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양재동에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사옥이 있지만 계열사를 모두 모으기에는 규모가 작다고 합니다. 저도 오래전에 그곳에 방문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원래 농협중앙회가 쓰려고 건축한 건물이라 제가 둘러보니 현대같은 글로벌기업이 쓰기에는 좀 비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통합사옥의 부재로 인해 계열사들이 부담하고 있는 임대료만 당시 기준으로 연간 2천4백억원이 넘었다고 하니 그들에게 있어서 통합 신사옥에 대한 열망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해가 됩니다.


 

현대 기아 자동차 양재동 사옥 (출처 : 컨슈머타임즈)

 

통합신사옥도 좋지만 이건 너무 비싼것이 아니냐? 라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GBC를 건설하는 것은 또 다른 더 원대한 목적도 있다고 합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점차 높아가는 한국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위상을 GBC를 통해 제고하겠다는 것입니다. 장차 이곳을 세계적인 자동차 관련 명소이자 랜드마크로 만들어 선진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폭스바겐이나 페라리는 초대형 자동차 테마파크를 조성하여 고객들에게 자동차 제품 이상의 브랜드 체험을 선사함으로서 회사의 이미지 향상에 적극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도 삼성동에는 이미 이전부터 코엑스몰과 같은 글로벌 컨벤션센터와 각종 해외기업들이 위치한 테헤란로 덕분에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한때 테헤란로를 매일 자전거로 달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차로 그냥 지나가는 것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길을 지날 때 느낌이 전혀 다른 것 잘 아시죠? 통학 때문에 혹은 출근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그 거리를 달리면서 느낀 바로는 대한민국에서 이곳만큼 글로벌적인 이미지에 부합하는 지역도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강북의 시내 중심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발전되고 규모가 더 이상 팽창하기 어려운 반면에 강남의 삼성동 부근은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많이 보였습니다. 이곳에는 젊은 세대의 유행과 트랜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강남역, 온갖 글로벌 기업들과 상위레벨의 호텔 등이 인접한 역삼역, 선정릉 등 고전문화가 살아숨쉬는 선릉역, 코엑스 국제 전시장과 각종 문화시설들이 위치한 삼성역 등 반경 4km 안에 다채로운 환경들이 참으로 다양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가 근래에 GBC부지와 코엑스 사이, 테헤란로와 맞닿아 있는 영동대로 지하를 복합환승센터로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만약 GBC를 연결한다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입장으로는 자연스럽게 자동차 관련 문화와 관광을 추진한다면 또다른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잘만 조성된다면 전통적인 테마파크와는 개념을 달리하여 K-culture와 융합된 첨단의 한류+자동차 문화 복합단지로 발전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GBC (글로벌비즈니스센터) 2016년 기준 조감도



이를 통해 이곳을 글로벌 네크워크 관리의 중심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것이 현대 경영진의 야심찬 목표입니다. 그러면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이 꿈을 이루고자 가장 염원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는 바로 정의선 회장의 아버지 정몽구 전 회장입니다.



정몽구 전 회장 (출처 : 인사이트코리아)



사실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베팅을 가능하게 할만한 사람은 기업에서도 오너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오너이더라도 정말 통이 큰 인물이 아니라면 이러한 결정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만약에 그 베팅이 실패한다면? 베팅에 성공하였더라도, 사업 상에 혹은 허가 상에 큰 문제가 생긴다면? 그 책임의 소재만도 가히 짐직하기 어려운,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다사다난한 건축일 수도 있는 이 초대형 사업에... 먼저 해보겠다고 손을 들만한 강심장이 오너 이외에 또 있을 수 있을까요? 전문경영인이나 월급쟁이 사장으로서는 좀처럼 결정하기 어려운 참으로 복잡한 사업의 추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지 매입 후 9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상황은 어떨까요? 아직도 여전히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과연 GBC가 성공할 수 있느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이제 과거의 맹렬한 비판은 점차 줄어들고 현대의 판단은 실수가 아니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곳의 실제 땅값 시세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하게 되면서 10조원이 넘던 투자금액이 더이상 과잉 투자나 도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또한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은 정의선 회장은 종전의 계획을 약간 수정보완하여 좀더 효율적인 사업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원래보다 예산을 절감하고서 그 비용 약 3조원 가량을 현재 강력하게 추진 중인 미래 모빌리티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GBC의 원래 목적은 계속 가져가되 건축비용을 아껴 실리경영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후에 연재에서도 다루겠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슈퍼널"을 설립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자동차기업에서 새로운 "탈 것"을 연구하는 미래지향적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기업 슈퍼널이 상상하는 도심항공기와 이착륙장 (출처 : 투데이코리아)


 
새로운 사업계획에 따르면 원래 107층 규모에서 50층 규모의 3개 동으로 GBC를 설계변경하여 좀더 효율적인 건설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이는 70층이상의 고층 건물은 건축비가 최소 30% 이상 더 소요된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만약 건물의 높이를 낮추게 될 경우 국방부가 요청한 레이더 관련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내진설계 비용에서도 훨씬 절감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좀더 미래지향적으로 도심항공기(UAM)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고 상층부에 이착륙장 15곳을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50층 3개동의 수정 조감도 (출처: 스페셜경제)




앞서 예를 든 양궁과 통합신사옥 두 사례는 강력한 오너경영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들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너경영은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신속한 판단 아래 뚝심있게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인데요, 사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금까지 이러한 강력한 오너경영을 기반으로 긴밀하게 움직여 왔습니다. 하지만 오너경영은 오너의 자질에 따라 상대적으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지요.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경영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 현재까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품질과 수익성 등 모든 부분에서 큰 성과를 나타낼 수 있었던 데는 결과적으로 봤을 때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너들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DNA를 잘 활용하여 그들 특유의 과감성과 도전정신을  잘 살린 데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GBC도 그 추진 과정 자체가 오너의 강력한 희망에서 비롯되었고 앞으로 이것은 현대의 오너들에게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과감한 추진력으로 GBC 건립을 정말 완성해낼 수 있느냐 모두가 그 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유입니다.

사실 현대자동차그룹은 더이상 자동차만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무려 50여개가 넘는 계열사들이 완성차, 철강, 건설, 부품, 금융,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운영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자동차 관련 사업에만 주로 집중해온 다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이 수많은 자동차 이외의 비관련 사업체를 소유한 비슷한 경우는 일본의 토요타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경영학 교과서를 보면 "수직계열화"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수직계열화의 뜻은 주력 산업을 뒷받침 하는 기타 산업들을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서 한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상품의 생산과 분배의 여러 단계를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표현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직계열화를 설명하는데, 쉽게 이야기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강판을 원료로 하여, 현대모비스의 부품과 현대트랜시스의 자동차시트를 가지고 현대자동차에서 완성 자동차를 만들고, 이노션에서 광고홍보를 하며, 글로비스를 통해 전세계 시장에 배송하여 자동차를 판매하고, 심지어 고객들이 자동차 할부서비스를 할 때 현대카드를 이용한다고 설명한다면 바로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차량을 전세계에 실어 나르는 현대 글로비스 (출처 : 쉬퍼스저널)



물론 한 기업이 원자재 생산부터 완제품 판매까지 생산과정을 각 계열사를 통해 거의 전담 운영하는 수직계열화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도 많이 존재합니다. 그룹사가 순환출자에 의한 지배구조 확보를 위해 비관련 다각화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고, 순환출자를 통해 오너 자녀에게 불법상속을 한다거나 오너 자녀가 수장으로 있는 계열사들에 일감 몰아주기로 필요 이상의 매출을 쉽게 올린다던지 하는 문제가 드러난 적도 많습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 중에서도 수직계열화를 가장 잘 이루고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 안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는 회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직계열화로 인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국내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확대시킬 수 있었고, 몸집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키운 몸집으로 글로벌 투자를 가속화하여 그동안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을 쫓아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팬데믹이 위세를 떨치던 지난 2020년대 초반,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인해 자동차에 필수로 들어가야할 반도체나 필수 부품들의 수급 문제가 불거져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생산을 중단하는 등 크게 얼어붙었으나 상대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해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 큰 투자 혹은 미래를 위한 대대적인 초대형 투자가 필요한 자동차 사업에서는 임기가 짧은 전문경영인 체체로만으로는 역동적인 사업추진에 역부족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1위 기업인 토요타와 2위 기업인 폭스바겐도 바로 오너일가의 강력한 리더쉽과 전문경영인들의 슬기로운 협력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앞서 연재로 다룬 폭스바겐의 경우 오너인 포르쉐가문이 과반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렸지요.

아무튼 대한민국 재계서열 3위의 자산총액을 기록하고 전세계 3위의 자동차 생산 회사로 등극한 현대자동차그룹이야말로 오너의 강력한 지휘 하에 오늘의 위치에 설 수 있었고, 사업 외적으로도 한국의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면서 그 수익을 국민에게 돌리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GBC를 통해 대한민국 서울을 세계 자동차 문화의 랜드마크로 만드려는 발걸음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수직계열화와 규모의 경제로 이룬 그들의 성공에 대해 원칙적인 기준으로만 비판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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