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쿼터에서 괜찮은 뽑기 운으로 1순위 장위를 지명했던 페퍼저축은행이 이 번에도 성공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지명했다. 방금 끝난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페퍼는 1순위로 바르바라 자비치(크로아티아) 선수를 지명함으로써, 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두 외국인 자리를 성공적으로 채웠다.
1단계 FA-2단계 아시아쿼터에 이어, 3단계 외국인 선발도 1순위 지명권을 가져왔고, 호평받았던 선수를 지명했기에 합격이라고는 표현했지만, 이 3단계까지 무난했던 행보가 내년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특히 작년 야스민의 그야말로 처절한 활약에도 저 멀리 홀로이 꼴찌 자리에 서 있었던 팀을 생각하면, 3단계에 걸쳐 영입한 뉴페이스 한다혜-장위-자비치 가 팀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구슬에서 2순위라도 나왔으면 억장이 무너졌을 일... 행운이 그래도 페퍼를 외면하지 않은 것에 안도하면서, 이 번 영입을 어떻게 봐야 할지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서라도 한 번 살펴보자.
일단 높이 보강은 확실히 이루어졌다. MB 포지션에 197cm 장위를 영입한 데 이어, 194cm 자비치를 영입하면서, 전위 높이는 다른 팀이 부담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크게 기대는 않지만 195cm 염어르헝이 복귀하고, OH 한 자리를 187cm 박정아가 잘 이끌어가준다면, 단숨에 그야말로 고공배구를 구사할 수 있다. 이한비도 177cm에 박사랑도 178cm인 걸 감안해보면, 어떤 경우에도 전위는 부담스러운 높이를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장신 라인업이 장소연 감독 구상에 포함되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MB 움직임을 잘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는 장 감독이니, 아무쪼록 경험 부족한 어린 국내선수들을 잘 지도해 주길 빈다.
나이도 괜찮다. 1995년생으로 야스민과 불과 1살 차이.. 작년 야스민의 허슬을 잊을 수 없는 페퍼 팬들은 장신 배구 선수여도 28~29 나이에 에이징 커브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리그를 관전하며 직접 체험했다. 1~2년 정도는 에이징 커브 걱정 없이 전성기 기량을 기대해도 될 나이... 아무쪼록 페퍼에서 기량이 만개하길 바랄 뿐이다.
포지션 상으로는 사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시즌 말미 박정아가 OP로 가고, 야스민이 OH로 가며 좀 재미를 봤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시적 전략일 뿐이고... 사실 외국인 선수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이기도 하다. 선수 풀이 매우 안 좋았다는 게 중론인 이 번 트라이아웃에서 OH를 눈여겨봤다면 더 좁은 선택지 안에서의 선택을 강요받았을 것이다. 잊지 말자. 강팀으로 가는 길이 약점을 메우는 것이기는 하지만, 제한된 자원 안에서 뽑아야 하는 트라이아웃 시스템에서는 그냥 제일 괜찮은 선수를 뽑는 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다양한 리그를 경험했다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스위스, 체코 리그를 두루 경험했는데... 기사를 보니, OP로 벨기에 리그를 평정하고 상위리그인 이탈리아 리그로 진출한 후, 그 후로 유럽의 각종 리그를 경험했다. 마지막으로 뛴 체코리그도 유럽에서 챔피언스리그 포인트 11위 정도 리그이고, 그전 스위스 리그도 8위에 해당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리그에서 계속 경험을 쌓아온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상위리그 진출 욕심이 강한 게 아니었다면, 좋은 대우에 연봉이 아주 박하지는 않은 KOVO는 한 번쯤 가볼 만한 리그로 생각하고 도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커리어를 보면 최고 터키리그에 거의 근접한 리그에서 활약했지만, 이제 28살에 스위스, 체코 리그를 뛰었으니... 좀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아시아 배구를 경험하고픈 마음이 들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트라이아웃에서 포지션을 OH, OP로 적어낸 걸 보면, 기본적인 수비도 조금은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은 박정아가 리시브를 좀 해야 한다. 안되면 2인 리시브라도 쓰던가... 어쨌든 이제는 팀 1순위 전략은 이 전성기 나이 크로아티아 선수 공격력을 100% 활용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이한비 선수도 좀 정신 차리고 리시브를 하고... 나머지 선수들도 한다혜 중심으로 수비에서 잘 버텨줘야 한다.
앞으로도 소소한 영입이 있을 수 있겠지만, 괜찮은 선수들이 방출 시장에 나올 리도 없고... 샐캡도 생각보다 여유가 없는 페퍼의 선수보강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 작년 연이은 바보짓으로 김세빈과 최가은을 내보냈던 것에 비하면, 순리대로 잘 보강한 에어컨리그는 이제 끝이 났다. 이제는 그야말로 연습의 시기... 제일 중요한 건 리시브, 그리고 리시브, 무엇보다도 리시브이다. 이제는 딱히 어리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이한비, 그리고 국대 주장인 박정아... 모두 한다혜 리딩에 잘 따라서 리시브에서 발전된 모습을 다음 시즌에는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대에 선발된 박정아, 한다혜, 박사랑 세 선수는 많은 걸 배워오길 바란다. 특히, 박사랑 선수는 다른 세터들이 수비에서 어떤 포메이션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많이 보고 습득하는 기회가 되길...
잊지 말자. 프로는 열심히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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