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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건아의 신분은 어떻게 되나요? - 국가대표 은퇴 혹은 연장

마셜 2024. 5. 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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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라건아 인스타그램)

 

  '신분'이라는 다소 어색한 용어가 공론화되고 있다. 동등한 선수 자격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고, 그 과정에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는 프로리그에서 신분이라는 용어가 화두가 되고 있는 것 자체도 눈에 띄는데, 그 대상이 오랜 시간 농구 국가대표로 활약해 온 라건아라서 더욱 농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만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본리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인터뷰가 있었고, 당분간은 국가대표팀 경기도 없기에... KBL 팬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 이상한 '신분' 때문에 라건아는 한국을 떠나게 되는 것인가?

 사실 '신분'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약간의 차별 뉘앙스가 있다. 개념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출처: 두피디아 백과사전)과 같은데, 실제로 공식 법률용어로서 자주 쓰지 않는 이유가 짐작이 된다. 

 

개인의 사회적 지위. 이 경우 신분을 구성하는 요인은 혈통 ·가문 ·직업 ·수입 ·재산 ·권력과 같은 것으로, 사회 ·경제 ·정치 ·법률 등과 관계가 있다. 법률용어로써 신분에 관해서 규정된 엄밀한 정의는 없다

 

 이 묘한 뉘앙스의 용어를 배경으로 라건아 문제는 복잡하게 꼬여 있다. 문제의 개요는 다음 기사를 한 번 살펴보자. 6년간 라건아의 '신분'이 사실상 외국인이었음을 기사는 잘 요약해 준다. 

 

‘KCC 왕조’ 선결 과제는 라건아 신분…“계약 논의, 특별 귀화·외국인 결정 후”

한국프로농구(KBL) 특별귀화선수로 6년간 코트를 누빈 ‘골밑의 지배자’ 라건아(35)의 신분이 외국인 선수로 바뀌게 될까. 13년 만에 정상을 차지한 부산 KCC가 수년간 대항마 없이 리그를 호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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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제 35살인 라건아, 특별귀화로 한국인이 되어, 몰락해가는 한국대표팀에서 고군분투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건만, 농구선수로서의 황혼기인 지금도 그는 소속팀 KCC-협회-연맹과의 복잡한 4자 계약에 얽매여있는 특이한, 유일무이한 한국인 농구선수이자, 국가대표팀 부동의 센터이다. 

 

어디까지 대표팀에서 뛰어야, 라건아는 한국인 신분이 되나?

 

 아마도... 프로농구여맹은 라건아의 대표팀에 대한 기여보다는 프로리그 팀 간 전력 밸런스가 더 중요한 모양이다. 지난 6년간 대표팀 경기마다 센터로서 적어도 골밑 걱정은 덜하도록 한 자리를 채워줬는데도, 아직은 누구도 이제는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KBL에 뛸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오늘 있을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고 하는데... 올 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까지 단기전에서의 라건아의 위력을 보면, 이사회에서 전격적으로 라건아를 한국인 선수로 인정할지 잘 모르겠다. 

얼마나 더 노쇠해야 라건아는 한국인 신분이 되나?

 

 35살이라는 나이, 올 시즌 예년만 못한 모습을 보였던 라건아는 단기전에서는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이며, KCC의 우승을 이끌었다. 아직은 게임 체인저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인데... 이로서 리그 영향력이 약해졌으니, 한 팀이 외국인과 라건아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여론보다는 리그 내 전력 불균형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좀 더 힘을 얻게 되었다. 

 그러면 라건아는 얼마나 더 노쇠해야 한국인으로서 은퇴할 때까지 편하게 KBL에서 뛸 수 있나? 그리고 소속팀이 국가대표 수당까지 분담해야 하는 이상한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나? 어찌보면 불공정 계약에 가까운 이 상황의 유일한 타개책이 빨리 라건아가 노쇠하길 바라는 것이라니 씁쓸하다. 

김연경도 우승을 못했다. 우승 0순위 팀을 잡고자 노력하는 다른 팀들의 노력은 리그를 재미있게 만들 수 없는가?

 

 한 번 생각해보자. 농구를 밀어내고 최고인기 겨울스포츠 자리를 차지했던 여자배구에서 명실상부 GOAT 김연경을 보유한 흥국생명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리그는 치열했고, 이변이 속출했으며, 김연경의 시즌 마지막 시합마다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리그에서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김연경 보유팀은 흥국생명도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별도 연봉제한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발상이 말도 안 된다는 걸 동의한다면, 라건아에 대한 이런 계약 자체도 부당하다고 봐야 하지 않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승 0순위 팀이 있고, 그 팀을 잡고자 노력하는 리그도 엄청 재미있을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한다고 스페인 리그가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악마처럼 선수를 수집한다고 일본야구가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우승할 수 있는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말자. 적어도 프로리그라면, 많이 투자한 팀이 우승에 근접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솔직히 팀을 매각하거나 해체할까봐 걱정되는 연맹이 눈치를 보느라... 누구나 우승권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억지 평준화 리그를 만들려는 것 아닌가? 물론 지난 소노 사태를 보면, 팀 하나가 불안한 상황에 처하면 리그 전체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프로 구단의 생리조차 무시하는 정서가 지배하도록 외면하느니, 그냥 의지가 없는 구단은 해체하고 8팀 혹은 6팀으로 리그를 운영하고, 다른 리그랑 교류전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샐러리캡 등 최소한의 제도 하에서 투자를 많이 하는 구단이 우승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거추장스럽고 이상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자. 절대강팀이 등장하는 것도 프로리그의 묘미 중 하나다. 

 

 이사회 명단도 구글링해서 찾기 어려운 KBL, 오늘 이사회를 통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결정한다고 한다. 농구팬들보다는 훨씬 더 한국농구를 걱정하시는 이사님들께서, 그간 한국농구를  위해 충분히 기여해 온 라건아를 한국인으로 인정하고, 귀화한 한국인 모범사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좋은 결정을 해주시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도 KBL에서 계속 라건아가 활약해 주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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