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출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인스타그램)
생각보다는 꽤나 관심을 끌었던 2024-2025 KOVO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압도적 꼴찌로 1순위 구슬 추첨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은 다행히 추첨결과에서 1순위를 얻었고, 대부분 팬들의 예상 혹은 바람대로 196cm의 장신 미들블로커 장위를 지명했다.
긴 시간 이것저것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에어컨리그에서 1단계 FA영입에 이어, 2단계 아시아쿼터까지 합격을 했다고 봐야겠다. 비록 리베로 이외 영입이 없었고, 보상선수로 미들블로커가 나갔기에, 아시아쿼터에서 OH 재원을 돌아볼 수 없었다는 건 아쉽지만, 딱히 괜찮은 OH 자원도 없었다는 게 중론. 일단 1순위로서 만족스러운 선택을 했기에 2단계까지는 잘 통과했다고 봐야겠다.
그렇다면 팬들이나 장소연 감독도 모두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이 번 장위 영입, 그리고 이 번 아시아쿼터 지명은 추가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금만 더 들여다보자.
미들블로커가 꼭 필요했던 페퍼, MJ필립스보다는 훨씬 나은 선수가 왔다.
지난 시즌 MJ필립스를 나쁘게 평가하는 페퍼 팬은 별로 없다. 다만, 팀이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좋은 미들블로커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할 뿐이다. 실제로 MJ필립스에 대한 KOVO 구단들의 평가는 냉정해서, 페퍼 뿐 아니라 어떤 구단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실제로 미들블로커가 필요한 팀에서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풀이 딱히 좋지는 않았다는 이 번 트라이아웃에서도 눈에 못했다는 의미이므로, 가장 먼저 지명권을 행사한 페퍼의 선택이 옳았음이 다른 구단 지명을 통해 일부 검증된 셈이다.
KOVO 여자부에 좋은 미들블로커가 드물지만, (사실 어떤 포지션이던 다 마찬가지이다) 페퍼의 국내 MB 라인업은 처참한 수준이다. 가만히 있었으면 막내가 되었을 김세빈을 바보짓으로 날리고, 최가은은 더한 바보짓으로 날리고, 그나마 경험을 쌓았던 서채원은 보상선수로 떠나고... 이제 남은 건 여전히 MB 움직임을 배워가야 하는 하혜진과 이미 인저리프론 취급을 받고 있는 염어르헝뿐이다. 당장 MB를 수혈하지 않으면 170cm 초반의 OH자원이 대신 중앙을 담당해야 할지 모르는 페퍼 상황에서, 아쿼 MB선택은 필수였고, 장위 같은 괜찮은 자원이 있었던 건 정말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일이다.
현대건설이 위파위를 재계약한 것도 눈에 들어오는데, 공격 롤을 양분하며 인도네시아 특수를 일으킨 정관장 메가는 당연하다 치더라도, 위파위까지도 재계약에 성공한 걸 보면, 그녀를 능가하는 OH가 없었던 모양이다. 페퍼의 MB 포지션이 괜찮아서 OH를 돌아보았어도, 위파위를 넘는 포텐셜이 없었다면.... 그냥 장위를 선택하는게 낫다. 결국 최종 종착지는 같았던 셈.
장위, 여러 면에서 기대해볼만하다.
아시아쿼터든 외국인선수든... 변수가 많은 건 마찬가지다. 좁은 풀에서 고심 끝에 선발해도, 개인사정으로 리그 합류가 불발되는 경우도 있고, 부상 발생이나 문화 적응 이슈도 자주 발생한다. 아시아쿼터 한 자리가 이런저런 돌발변수 없이 시즌 내내 안정적이어야 상위권 경쟁이 수월하다는 걸 작년 KOVO리그는 여실히 보여줬고, 장신 중국 MB를 영입한 페퍼팬들은 다음 시즌 성공 여부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다.
일단 장위 선수의 실패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승점자판기 신세였던 페퍼에게 필요한 외국인은 파괴력 있는 공격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아프지 말고, 의욕을 잃지 않고 좋은 체력으로 끝까지 팀의 한 자리를 채워주는 선수여야 한다.
일단 장위는 27살, 장담은 어렵지만 아직 에이징 커브와는 거리가 멀다. 비시즌 장 감독 지도하에 체력훈련만 열심히 한다면, 적어도 노쇠가 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중국리그 경험도 긴 편이기에, 프로 적응도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KOVO 리그 장점으로 '빵빵한 지원'을 꼽는 걸 보면, 보다 경쟁이 치열한 리그에서 이적해 오는 모양새인 장위 선수는 외려 적응에 유리할 수 있다.
동기부여도 가능해 보인다. 최근에 중국리그 내 주전경쟁에서 밀린 모양새인데, 연봉 12만 불이 많다고 생각하고 KOVO에 오지는 않았을 것 같고, 아마 아직은 젊은 나이, 출전이 보장되는 리그에서 자신감을 찾고 상위리그로 재도전할 생각이 아닐까 싶다. 공격 스킬이 뛰어나지는 않다지만, 어쨌든 젊은 나이에 유연성이 뛰어나다고 하니, 백업이 부실한 페퍼에서 많은 공을 때리고 막으면서, 레전드 MB 출신 장소연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경험을 쌓으려는 의지는 충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리그에 비해 하위리그가 된 KOVO, 국내선수들도 해외 좀 가보자!
중국선수들이 대거 지원하자마자, 아시아쿼터 7 자리 중 3 자리를 차지했다.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선수공급구조상으로도 이제 한국 배구리그는 중국의 하위 리그가 되었다. 중국리그에서 주전에서 밀리거나 아직은 유망주인 선수들이 한국을 찾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장신 선수와 대적하는 일이 적은 국내선수들에게 나쁘지 않은 경험일 수도 있다. 김연경이 외인으로 뛰었던 중국리그가 KOVO보다 경쟁력 있음을 인정하는 게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한국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김연경처럼 상위리그를 제패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외인 출전이 한 자리로 줄어든 중국이 어렵다면, 아시아쿼터를 시행하는 태국 리그에라도 도전해봤으면 하는데... 물론 주전경쟁도 수월하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KOVO를 떠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정말 협회 차원에서 적응지원프로그램이라도 가동해서 경험을 쌓게 해 준다면, 배구 경쟁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랭킹에서 한국을 한참 전에 추월한 태국은 승강제를 하는 것 플러스 외국인 TO까지 팀당 2+1로 확대하면서, 아시아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선수 부족을 탓하기 전에 더 적극적 교류와 문호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어린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
배구계 현실 이야기가 나오면 늘 혈압이 오르며, 본 주제와 다르게 리그 운영 관련 쓴소리로 이야기가 새는데, 어쨌든 장위 선수의 페퍼 합류는 여러모로 좋은 관전 포인트이다. 양효진, 정호영 선수가 치열하게 골목대장 다툼을 했던 MB 싸움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후보선수 기량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는 중국리그 수준은 어떨지, 그리고 이런저런 포지션이 허술한 페퍼에서 중앙만큼은 든든하게 막아줄 수 있을지, 다음 시즌 KOVO 개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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