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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과 출혈 사이 - 페퍼 서채원 FA 보상선수로 GS 이적

마셜 2024. 4. 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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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미지 출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인스타그램)

 

 FA 보상선수처럼, 어쩔 수 없이 누군가 선수를 내줘야 할 때, 전력약화가 크지 않은 경우는 '선방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까운 선수가 나가서 아쉬운 경우를 보통 '출혈이 있다'라고 표현한다. 서채원이 FA 한다혜 영입으로 페퍼저축은행 팀(이하 '페퍼')을 떠나게 된 가운데, 많은 팬들은 선방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만, 난 그래도 개인적으로 선방과 출혈 사이 어디엔가 감정을 느낀다. 결국 조금은 아쉽다는 것...

 

 

여자배구 GS칼텍스, FA 보상 선수로 최가은·서채원 지명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가 보상 선수로 미들 블로커 최가은(23)과 서채원(20)을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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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지난 시즌 서채원의 기록은 썩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것을 떠나, MJ필립스에게 완전 주전자리를 내주었고, 게임에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간단하게나마 기록을 살펴보자. 

(출처: 페퍼 배구단 홈페이지)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던 22-23시즌 115세트에서 116득점을 올렸던 것에 비해, 작년에는 겨우 27세트에서 14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공격성공률이 26%에서 40%로 상승한 걸 생각해 보면, 답은 하나, 공격 기회를 많이 받지도 못했던 것인데... 사실 야스민이 강도 높은 몰빵을 견뎌냈고, 미들에서는 MJ필립스가 부족하나마 쏠쏠한 공격을 했으니... 간간이 출전한 서채원에게 기회조차 많이 주어지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그래도 뭐.. 변경의 여지는 없는 게... 블로킹 수치도 반토박, 세트 수치도 하락, 디그 수치도 많이 떨어졌다. 디그야 미들 포지션에 가끔 전위에 출전하는 상황으로 전락했으니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나머지 수치 하락은 서채원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뜻도 된다. 물론 미미한 출전기회의 선수에게 엄격하게 수치하락을 따지는 것도 우습다. 한 선수가 세트별로 블로킹 0.1개를 잡다가.. 0.07개로 떨어졌다고 해서 팀에 끼칠 영향이 얼마나 될까.. 아마 미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GS가 서채원을 지명한 이유는 뭘까?

 일단 서채원 선수가 가진 포텐셜을 봐야한다. 페퍼에서 세 시즌을 보냈고, 두 번째 시즌에는 32경기나 출전한 서채원이 아직 못 보여준 모습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서채원은 아직 20살에 불과하고, 어린 나이에 비해서는 제법 많은 경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가르치면서 즉전감으로도 쓸 수 있는... 어찌 보면 애매하지만 어찌 보면 하이브리드식 지명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세상 모든 하이브리드는 양쪽 장점을 섞어 가지고 있지만, 양쪽 단점도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서채원 영입도 GS에게는 그다지 전력에 도움이 안 될 선택이 될 가능성도 의외로 높다. 

 그 외 서채원의 장점을 꼽자면, 고교때까지 윙 스파이커와 미들을 모두 경험했기에 생각보다 리시브와 기본기가 괜찮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서채원이 걸었던 길 자체가 하이브리드인 셈인데... 181cm인 서채원이 미들로 출전했던 건 사실 페퍼 팀 사정에 기인한 면이 크고... 서채원의 장단점에 맞춘 선택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누가 봐도 리빌딩 기조인 GS에서 포지션을 다시 바꾼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장신 OH'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놓쳐선 안될 부분이 부상 혹은 수술 경력이 전혀 없다. 후보 선수에게 무슨 부상경력을 따지냐 물을 수 있겠지만, 엄청난 기대주였던 염어르헝이 지금까지 걸었던 부상-수술 행보를 생각해 보자. 어쨌든 크게 다친 적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GS는 181cm 즉전감을 확보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정대영, 한수지가 은퇴하고, 문명화까지 은퇴설이 돌고 있는 지금 GS에는 서채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한다고 말할만한 미들블로커도 없다. 서채원 입장에서는 경쟁하기에 괜찮은 환경이고... (물론 페퍼 미들블로커도 무주공산이 마찬가지이지만....) 페퍼 보다는 훨씬 나은 육성시스템을 가진 GS에서 OH로 포변을 시도한다고 해도 기대될 상황이다. 이 경우 신장이 나름 괜찮은 경쟁력이 될 지도...

 

 페퍼 입장에서 보면?

 누가 보호선수로 풀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박은서, 염어르헝을 지켜냈다. 특히, FA 기간 내내 이고은과 염어르헝에 대한 '미련 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언급이 팬들 사이에서 줄을 이었는데... 이고은이야 고액 FA로서 후보로 밀렸고, 이제 나이도 적지 않으니.. 그렇다 치지만, 염어르헝에 대한 야박한 평가는 예상 밖이었다. 

 물론 3년 동안 계속 줄줄이 부상만 제발하고, 한 게임도 풀타임 소화하지 못한 미들블로커.... 그것도 구력도 짧은 선수에게 기대하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야구판에 이런 말이 있음을 잊지 말자. '안고 죽자' 포텐셜이 높은 유망주를 타 팀에 넘겨줘서 스타가 되는 걸 보고 있느니.. 차라리 포텐이 안 터지라도 우리 팀에 데리고 있자라는 뜻인데... 염어르헝이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니고... 서채원이 게임 체인저 정도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라면... 서채원을 보호하지 않은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박은서 선수가 보호로 풀리지 않았는지 여부도 궁금하다. 그야말로 경계인 선수인데... 174cm의 다소 작은 신장이지만, 매서운 공격과 과감한 서브로 상대방을 괴롭히며, 그나마 속시원한 공격을 보여준 거의 유일한 국내선수였다. 하지만, 결국 치명적인 것은 부상...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결장이 잦은 이 작은 신장 공격수를 데려가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페퍼 입장에서는 박정아-이한비 뒤를 받칠 수 있는 OH 후보는 지켜낸 셈... 긴 시간 뛸 수 있는 즉전.. 이왕이면 미들을 원했던 GS 사정이 페퍼에게 좋게 작용했다고 봐도 되겠다. 

 

 결국 서채원은 대구여고를 함께 우승으로 이끌었던 동기 세터 박사랑 곁을 떠나, 2년간 동고공락했던 최가은을 다시 같은 팀에서 만나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때 페퍼의 엉망 미들블로커를 책임졌던 두 선수가 이 번 시즌 GS 미들블로커로 페퍼를 만날 수도 있다는 점... 두 팀 간 미들 더비가 탄생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늘 밝고 활기찬 표정으로 페퍼 중앙에서 분투했던 서채원 선수... 페퍼 팬으로서 마지막 응원은 진심을 담아 격려해주고 싶다. 

 

  "서채원 선수 고생하셨습니다. GS에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셔서, 페퍼와도 좋은 게임 보여주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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