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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레전드의 아이디어 - 날아라 슛돌이 같은 유소년 배구 방송 프로그램

마셜 2024. 4. 2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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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미

 
 전에 마트에서 우연히 한유미 위원을 만난 적이 있다. 아직은 아기였던 아이가 정말 놀란 듯 큰 키의 한 위원을 한껏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안녕~' 하며 시원한 미소로 말을 걸어주었는데, 순간 배구선수 한유미라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가서 아는 척을 할 관심이나, 용기(?)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그 후 배구중계에서 한 위원의 해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 전문성과 선수들과의 친분, 그리고 여자배구 경쟁력 악화에 대한 우려까지 절묘하게 섞인 해설은 팬들에게 묘한 편안함을 주었고, 유튜브 방송 경험과 국가대표 코치 등 다양한 경험까지 더해진 그녀의 커리어는 해설위원으로서 신뢰도를 올리는데도 큰 메리트가 되었다. 

(출처: 한유미 위원 인스타그램)

 
 길지 않았던 국가대표 코치 생활이 끝나고, 이제 해설위원으로 유튜버로 당분간 전념하나 보다 싶었는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는 기사가 나와서 클릭해 보았다. 
 

[SMSA] 한유미 위원 "'포스트 김연경' 시대 준비, 팬서비스 확대·경쟁력 강화 필수"

'여자배구 레전드' 한유미(42)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스포츠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은 V리그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한유미 위원은 지난 16일 서울시 중국 순화동 KG타워 하

v.daum.net

 
 SMSA라는 행사는 일간스포츠에서 개최하는 전문 아카데미인데, 검색에서 드러나는 강연자 면면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수강생은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 담당자 및 관련 종사자'라는데, 다양한 강연자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강점이 있는 아카데미겠구나.. 정도만 짐작이 된다. 각설하고, 이 아카데미에 한유미 위원이 강연자로 오른 모양인데, 포스트 김연경 시대 준비를 비롯한 여러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 기사화된 것이다. 
 
 사실 한유미 위원이 지적한 것들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대표팀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건 나 같은 배구팬들 모두가 알고, 김연경 은퇴 이후 처참한 대표팀 성적은 그저 민망할 따름이다. 여자배구가 높은 시청률과 많은 관중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지만, 대표팀 실력 저하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도 새삼 놀라운 지적은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시한 '체험 마케팅'은 그리 와닿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여자배구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기약하는 건 일단 '실력'이지, 이런 마케팅이 강화된다고 자연스레 실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분야 종사자 분들께 마케팅은 생업이자 치열한 전쟁이기에 이런 아이디어는 필요하겠지만, 소비자이자 관객인 팬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콘텐츠의 질을 보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도 세상 돌고 돌다 보면 정답은 하나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배구 얘기도 그래서, 많은 배구인들이 유소년 배구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고, 한 위원도 유소년 배구 활성화를 이야기한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한 이 시대, 모든 산업 동력이 꺼져가는 이 시대에 스포츠 분야에서 유소년 선수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정답이긴 해도 창의적이라고 보긴 어려운데, 다양한 경험에 바탕을 둔 레전드 배구인답게, 한 위원은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예전에 축구 예능 '날아라 슛돌이'처럼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이강인을 발굴한 것으로 세간에 잘 알려진 '날아라 슛돌이'는 단순히 축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엄연한 공중파 예능으로 상당 기간 시청률에서도 경쟁력을 보였고, 그야말로 남녀노소 아이들의 공차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할 수 있었던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여자배구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물론 올드한 컨셉이라 지적할 수도 있고, 축구처럼 재능 있고, 스토리가 있는 지원자가 많을 지도 의문이지만, 그래도 지금 배구계는 뭐라도 해봐야 한다. 성공 가능성은 방송 제작진에서 검토해 줄 문제이고, 배구계는 최선을 다해서 방송계에 구애해야 할 때다. 
 당장 김연경도 배구 유망주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고, 이제 어린 선수는 아니지만, 거액 FA가 된 강소휘도 배구를 시작할 때, 놀이공원에 데려가주겠다는 코치의 귀여운 꼬임에 넘어갔다는 스토리를 밝힌 바 있다. 현장에서 그야말로 처절하게 선수 스카우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어린 선수들의 스토리는 계속 발굴하면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만, 몽골에서 온 최장신 미들블로커 염어르헝 선수의 귀화 커리어도 얼마든 스토리가 될 수 있다. 바로 떠오르는 현역 선수들의 사례가 이러하다면, 제작진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콘셉트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날아라 슛돌이'가 국민적 사랑을 받고, 무엇보다 이강인 선수를 배출했지만, 출연했던 당시 어린이들이 모두 선수로서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고, 그 사실을 아쉬워하는 팬도 그다지 없다.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좋은 예능으로서 역할을 했고, 유소년 축구의 세계를 잘 비춰주었으며, 더하여 이강인 선수를 배출했으니 자기 소임을 다했다. 
 만약 한 위원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어, 몇몇 어린이들이 배구공을 만지며 레전드 선수들에게 지도받는 그림이 나온다면, 설사 그 어린이들이 전업 선수의 길을 걷지는 않더라도 협회와 배구계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도전이요 투자가 될 것이다. 어찌 보면 협회와 연맹, 그리고 배구인들이 함께 유소년배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유효성 있는 프로젝트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염어르헝 선수 덕에 알려졌지만, 중고교 배구팀 중 몽골 등 외국인 학생으로 로스터를 채우는 경우가 상당히 많을 정도로 선수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도입된 아시아쿼터가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측면도 있지만, 학생배구에서 경쟁력을 보였으나 국적 문제로 드래프트에 참여가 어려운 몽골선수들(특히 남자부) 때문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정관장 팀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모양인데, 학생부에 들어와 있는 외국 국적 선수들 혹은 외국에서 김연경 선수의 지도를 희망하는 어린 선수를 리쿠르팅하여, 국내 배구계 자원으로 키워내는 것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축구나 야구에 비해 형편없는 유소년 팀 저변을 생각하면, 팀을 꾸려도 시합상대를 구하기도, 제대로 된 스토리를 만들기도 쉽지 않겠지만, 지금 배구계는 이런저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유효성 있는 아이디어는 무조건 실행해야 한다. 마침, 레전드 출신 방송 경험이 풍부한 해설위원이, 그것도 국대 코치경력이 있는 해설위원이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는가... 슬쩍, 아니 공개적으로 대대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추진해 봤으면 좋겠다. 최근에 국대 감독도 외국인으로 나란히 선임하고, 배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한 분임을 잘 보여주고 계신 오한남 협회장님... 늘 애써오셨고, 지금도 바쁘시겠지만, 이런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한 번 과감하게 밀어붙여보시길... 전 배구인과 현역 선수들이 달라붙어서 지원한다면, 정말 유소년 배구 예능을 TV에서 보는 것도 꿈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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