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자체적으로 디톡스(detox)를 시작한 지 벌써 9일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주는 장기휴가를 활용하여, 몸에 좋다는 공진단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기간 동안 권유에 따라 술, 커피를 안 하기로 한 것이죠. 그게 뭐 디톡스냐 벌써 오랜 친구 한 녀석은 퉁을 놓더군요. 그냥 그건 니 의지 문제지 뭐 대단하게 이야기하냐고요 ㅎㅎ
사실 맞는 말입니다. 그간 제가 너무 술과 커피에 의존을 했었죠. 아 그렇다고 해서 제가 매일 술을 끼고 살거나 한 건 아닙니다. 그저 밤에 맥주 한 캔 마시는 게 그립고, 매일 업무를 시작할 때는 커피 한 잔이 꼭 필요했던 평범한 회사원이지요. 아마 디톡스가 이런 뜻으로 쓰이긴 어려울 겁니다. 실제로 사전에서 찾아본 디톡스 뜻도 '몸의 독소를 없앤다'이지 저처럼 뭔가 유해한 것을 참아낸다 쪽은 아니더군요.
그런데, 별 것 아닌 이 자체 디톡스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카페인 없이 시작하는 아침은 몸이 무거웠고,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자잘한 실수를 연발했습니다. 밥을 차리다가 밥그릇을 놓쳐서 산산조각 내고, 친구랑 오랜만의 점심에서는 엉뚱한 식당에서 기다려서 친구를 황당하게 만들었죠.
부작용은 헬스장에서 시계를 깨트리면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ㅎㅎ 돈 주고 산 건 아니지만, 나름 편하다 생각했던, 그래도 스마트워치였는데, 별로 높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경쾌한 짝 소리와 함께 금이 가버리더군요.
황망하게 시계를 쳐다보며, 기분 상해하다가 잠이 들고, 그 다음날 수리나 교환을 수소문한 후에야 너털웃음을 짓게 되더군요. 애초에 무료로 받은 시계이니 수리/교환이 안되는 것에 불쾌할 것은 없는데, 겨우 디톡스 3일차(당시 3일차 였습니다)에 별별 사고를 다 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
사진을 찍어놓고 가끔 들여다보는 이유는 남은 디톡스 기간(장기휴가) 더 이상 이런 황당한 실수가 없도록 좀 정신줄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고(?)를 겪었음에도, 그리고 아시안컵에서 난장판 승리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술과 커피를 안하고 있는 스스로를 칭찬하기 위해서 입니다. ㅎㅎ 2월말 사무실로 복귀하게 되면 어쩔수 없이 또 커피머신으로 다가가겠지만 그 전까지는 몸과 마음이 그리고 정신이 좀 깨끗해지길 스스로 바래봅니다.
여러분은 디톡스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본인은 아니라 하셔도 자기 몸을 위해서 뭔가 자제한 적은 누구나 있으시겠죠. 바쁘고 스트레스 받은 현대인, 찾아주신 여러분 모두 디톡스가 앞으로 필요없도록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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