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라면 급여가 며칠 늦어지는 것은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한 달 한 달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기업도 많고, 현재보다는 밝은 미래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현금흐름이 너무나 안 좋으면, 월급이 늦게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제대로 못 벌어온다 할 지라도, 적어도 한국에서 프로스포츠구단은 위 두 경우에 해당되서는 안될 기업이다.
더군다나 이미 가입비를 제때 내지 못해 언론의 큰 주목과 KBL의 엄중경고를 받고서야, 황급히 납부한 전력이 있는 캐롯 점퍼스이다.
이제는 급여까지 8일 미룬 것을 보니.. 미룰 수 있는 대금지급을 모두 미루다가, 이제는 미뤄서는 안 될 대금지급까지 모두 미루려고 했던 있는 모양이다.
외국 프로스포츠리그에서는 가끔 벌어지는 일이라고 게시판이나 뉴스에서 듣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물론 KBL 기준으로 보면, 예전 골드뱅크 클리커스나, 전자랜드 엘리펀츠 등이 모기업 지원 중단으로 많은 고초를 겪긴 했지만, 지금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아예 구단 운영방향을 이렇게 미루면서 버텨보자는 식으로 잡은 느낌이랄까... 천만다행으로 더 늦기 전에 해결은 된 모양이다.
앞으로 더 큰 고비가 찾아올 것이 명확해 보인다. 아직 가입금도 완납하지 못했고, 사실 이 정도 상황이면, 직원들 급여는 얼마나 밀렸을지... 그리고, 거래처 대금 지급은 얼마나 미루고 있을지도 예측불가다. 고양시와 관계가 딱히 돈독할 이유도 없는 구단... 지자체로부터의 도움도 받기 어렵고... 애초에 KBL과는 가입금 납부를 두고 진통을 겪었으니, KBL에서 별다른 지원책을 내놓을 분위기도 아니다. (사실 구단을 내놓지 않는다면.... 물론 그래서도 안되고 말이다)
전성현과 작정현 중심으로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주고 있는 이 번 시즌, 다른 이유로 자주 뉴스에 오르는 팀이 장기적으로 KBL에 기여할지 갈수록 의문이다. 농구게시판에서 일부 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차라리 해체하고 9 구단 체제로 전환하는 게 나을지도... 구단 소유주도 불분명한 '독립구단'이라지만, 지금 소유주 행각은 대단히 위험해 보인다.
어쨌든 돈을 벌고 싶다면 투자가 있어야 하는 법, 자기는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사람들한테 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일을 벌리면... 사람들은 이런 걸 흔히 '사기'라고도 한다.
개인적으로 야구 키움 히어로즈처럼, 자생화를 시도하는 프로농구단이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이런 지저분한 상습적 '연체'까지 해가면서, 몇 안되는 한국 프로스포츠의 장점마저 희생시키는 자생화 구단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다.
아무쪼록 적어도 올 시즌 만이라도 이런 우울한 뉴스가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원한 친구 -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영합니다 - 남자 배구 체이서 매치 (10) | 2023.01.16 |
---|---|
아픈 손가락 정찬헌 - 하지만 왜 LG가? (16) | 2023.01.15 |
유려한 문장 - 흥국생명 배구단 사과문 (6) | 2023.01.12 |
생각보다는.... - LG 트윈스 2023시즌 코칭스태프 구성 완료 (6) | 2023.01.05 |
구단주의 지나친 배구 사랑인가? - 흥국생명 배구단 권순찬 감독 경질 (8) | 2023.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