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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의 리빌딩 Ep2 - 칼바람이 필요한 계절, 페퍼의 여름

마셜 2024. 4.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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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홈페이지)

 

 시즌을 망친 프로스포츠 구단에게 비시즌은 평화로울 수 없다. 적절한 성과 보상과 떠나는 선수에 대한 안배와 같은 행복한 고민은 목표를 달성하거나 팬들에게 인정받을만한 실적을 낼만한 팀에게 주어지는 것이고, 올해 페퍼에게는 과감한 선수단 정리와 강도 높은 훈련를 통한 리빌딩이 필요하다. 

 두 가지 중 후자는 신임 장소연 감독이 잘 해줄 것이라 믿고, 과감한 선수단 정리는 신임 이경수 사무국장 중심의 프런트가 신속하게 그리고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하는 부분이다. 

 

1. 과감한 숙청이 필요한 페퍼 선수단

놀라운 페퍼의 샐러리캡 소진율 99.4%

 

 올해 형편 없는 경기력으로 최하위를 기록한 페퍼의 샐러리캡 소진율은 놀랍다. 샐러리캡 19억원 총액 중, 18억8천만원으로 99%가 넘는 소진율을 보였는데, 옵션캡 6억원을 모두 소진한 건 놀랍지도 않다. 아무튼 이렇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면서도 압도적 최하위를 기록했다면, 그야말로 가성비에서는 최악인 페퍼 구단이라는 건데, 당장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미래를 봐야하는 젊은 구단이 돈은 돈대로 쓰면서, 성적은 이 모양에 주전은 모조리 FA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면, 정말 암울하기 짝이 없다. 

 신세한탄은 여기까지 하고, 페퍼 구단은 스스로 일어나기 위해 노력을 해야한다. 일단 기분 좋게 선수들에게 연봉인상을 해주는 건 그만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주전 중 박정아, 이한비, 이고은, 채선아는 FA 선수이기에 연봉 인상이 필요없다. 그리고 그 외의 선수들은 박사랑 선수를 제외하면 인상요인이 거의 없다.  

 더하여 선수간 괴롭힘 사태로 팀을 떠난 오지영, 이민서, 문슬기 선수 연봉을 제외하면 샐러리캡 소진율은 82.6%로 내려간다. 팀 이미지 실추 등을 생각하면 전화위복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사태였지만, 어쨌든 그나마 다행으로 샐러리캡에는 여유가 생겼고, 페퍼는 다시 FA나 트레이드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신상필벌 차원에서 숙청에 버금가는 선수단 정리는 필요하다. 실명을 거론하는 건 자제하겠지만, 박사랑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인상요인이 보이지 않고, 타팀의 백업에 비해서도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 1.5군급 페퍼 선수들 중에는 당장 방출 통보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이름이 몇 명 보인다. 

 제발 구단이 여유가 생긴 샐캡 의식하지 말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선수들은 과감하게 방출하며 로스터 정리에 나서길 바란다. 그게 선수들 텐션을 올리는 방법이기도 하고, 좋은 선수를 꾸준히 영입하면서 강팀의 기틀을 만들어가기 위한 기초작업인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 그래도 FA는 영입해야 한다. 

 다행인 건 올해 FA 중에 좋은 선수들이 포지션별로 꽤 많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페퍼 선수 중에는 FA가 적어서 딱 1명(김해란, 리베로) 뿐이다. 김해란 선수가 이적해도 팀에 엄청난 타격이 올 것 같지 않은 걸 감안하면, 페퍼는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FA에 참전할 수는 있다. 더 마음이 편한 이유는 어떤 포지션도 든든하다고 말할 수 없기에 아무나 가성비 좋은 선수를 보강해도 된다는 점... 물론 좋은 매물이 많아보일수록, 거래에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 법이다. 

 박은진(A), 이주아(A), 이소영(A), 강소휘(A)

 

 4천왕급 네 명이 FA자격을 취득했는데, 모두가 강팀으로 이끌 수 있는 국대 주전 선수들이다. 다만, 그만큼 엄청난 연봉을 지급해야 할 거고, 박정아 선수를 봤을 때, 대형 FA가 영입되었다고 모두 제 몫을 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페퍼는 당장 내년보다는 빨라도 2~3년 후를 봐야 팀이기에, 이런 영입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한 명 이상은 반드시 영입을 해서 선수단에 계속해서 긴장을 조성하고 좋은 선배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필립스가 떠나며 큰 구멍이 생긴 (물론 필립스가 있을 때도 미들이 괜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미들블로커 진에 국대급을 한 명 수혈해서 남부럽지 않은 중앙을 구축했으면 한다. 

 

 

 건강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이 전제되어야 한다. 2군 시스템이 요원한 한국 현실에서 치열한 경쟁을 위한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실력이 처지는 선수들을 방출하고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작업을 매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신인드래프트가 늘 흉작이라는 평을 받은 여자배구 현실에서 신인에게도 큰 기대를 걸 수 없다면 더 그럴 수 밖에 없다. 모기업으로부터 받은 예산 소진한다는 나이브한 생각에서 적당한 혹은 애매한 선수들도 모두 재계약하고, FA는 간당간당한 샐캡 때문에 B급으로 면피하는 현상유지 식의 선수단 운영을 하면 안된다. 아직은 강팀을 숨이 헉헉대도록 따라가야하는 페퍼의 현주소를 페퍼 프런트가 직시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움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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