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퍼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야스민, 터키 리그로 떠나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던 것처럼 기억되는 이 번 시즌 페퍼였지만, 사실 야스민은 외국인 선수 중 단연 으뜸이었다. 엄청난 높이과 파워 뿐만 아니라, 준수한 수비와 기대하지 않았던 리더십까지.... 서브가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플로터 서브도 충분히 위력적이었고, 걱정했던 허리는 시즌 끝날때까지 큰 부상 없이 잘 버텨주었다.
하지만, 페퍼 유니폼을 입은 야스민은 이제 볼 수 없다. 이미 슬픈 예감은 있었다. 시즌 말 페퍼 경기를 중계하던 박미희 해설위원이 한 코멘트가 그랬는데, 경기중 야스민의 놀라운 허슬과 활약을 지켜보던 박 위원은 갑자기 이해한다는 듯 툭 한 마디를 던졌다.
야스민 선수도 한 시즌을 건강하게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겠습니까?
약간은 놀란 캐스터가 뭐 들은 얘기라도 있냐며 되묻자, 저라면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라고 얼버무리는 박 위원의 모습에서, 뭔가 타 리그 진출로 기울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고, 이제 현실이 되었다.
아직은 기사화되지 않았지만, 올해 야스민 모습은 터키리그에서 OP로 뛰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KOVO가 고연봉 리그이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강한 샐러리캡이 존재하고, 외국인 연봉상한도 25만달러로 야스민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액수는 아니다. 나이도 27살, 전성기에 다다른 나이 또한 상위리그에 도전하기에 적당하다.
암튼 너무나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페퍼를 떠나는 야스민의 앞날을 축복해줘야 하지만, 당장 페퍼는 주포와 리더를 동시에 잃은 느낌이다. 특히, 작년 1순위로 '니아 리드'라는 애매한 픽을 하며 OP포지션마저 우위를 점하지 못한 과거를 생각해보면, 걱정이 앞선다.
2. 자동문 수준 중앙을 지켰던 미들블로커 필립스, 필리핀 리그로 떠나다.
아시아쿼터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필립스 또한 필리핀 팀과 계약했다는 소문이다. 물론 계약기간에 따라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겠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그리고 중국과 베트남 선수들이 대거 아시아쿼터에 지원할 거라는 정보가 나왔는데, 팀 입장에서도 쏠쏠함을 넘어서 주포로 활용할 수 있는 대어를 다시 노려봐야할 상황이다.
어쨌든 김세빈 선수를 희대의 바보짓으로 빼앗기고, 차근차근 키워보려했던 염어르헝 선수가 프로 와서 두 번째 수술로 이탈한 미들블로커에서 그나마 남들만큼 해주던 필립스도 이제 팀을 떠났다. 그간 묵묵히 중앙을 지켜준 필립스 선수가 다른 리그에서도 부상 없이 행복배구하길 바랄 따름이다.
3. 결국 외국인 선수 두 자리는 대형 공격수와 수비가 뛰어난 OH로 채워야 한다.
이제는 아시아쿼터가 팀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외국인 두 자리로 표현하는 기사와 글이 많아졌다. 사실 맞는 말이다. 정관장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것에 메가의 공헌은 절대적이었고... 상위권 팀들 모두 준수한 보조공격수(혹은 주공격수) OH로 아시아쿼터 선수를 적극 활용하며, 팀의 창이자 방패로 삼았다.
당장 구멍난 미들블로커 진을 메우느라 이런 장점을 갖추지 못했던 페퍼는 시즌 내내 아쉬움을 삼키며, 상대 OH에게 두들겨 맞기를 반복했는데, 이제는 외국인 두 자리로 가장 팀에 필요한 포지션을 메꿀 수 있도록 효율적인 선택을 해야한다.
필립스의 빈 자리도 크지만, 일단 당장 야스민처럼 대형 공격수를 영입해야 한다. 온갖 굴욕을 견디며, 그나마 외국인 몰빵이라도 흉내내는 팀이 되었는데, 만약 몰빵을 견뎌줄 외국인을 못구한다면, 이제 다시 팀은 그저 박정아가 있는 신생팀이나 다를 바가 없다. 아시아쿼터로는 보조공격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기본기가 뛰어난 OH를 구해야 한다. 이제는 박정아가 리시브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페퍼 팬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렇다고 외국인을 제쳐주고 박정아를 OP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리시브 부담을 최소화시켜줄 수비가 강하고 공격도 준수한 OH를 뽑는게 최우선이다.
페퍼는 이제 형편없는 뎁스에도 불구하고 샐러리캡 소진율이 은근 높은 팀이 되었다. 트레이드도 추진이 어렵고, 전체적으로 선수 영입도 신중해야한다는 뜻인데, 결국 그렇다면 공수를 안정시켜줄 OP, OH를 우선 선발해야하는 것은 자명하다. 휑해진 미들블로커 진이 안타깝지만, 어쩔수 없다. 염어르헝 선수가 얼른 복귀를 기도하고, 서채원, 하혜진 선수가 분발해주기를 또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어쨌든 프로는 제한된 조건과 자원으로도 성과를 내야되는 법... 다가오는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신임 장소연 감독 이하 프런트가 요행수를 바라거나 묘수를 꿈꾸지 말고, 팀의 가장 큰 구멍부터 차근차근 메워나가길 바래본다.
Ep2에서 계속....
'영원한 친구 -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퍼의 리빌딩 Ep3 - 특히 페퍼에게 필요한 주전 경쟁 (78) | 2024.04.05 |
---|---|
페퍼의 리빌딩 Ep2 - 칼바람이 필요한 계절, 페퍼의 여름 (76) | 2024.04.04 |
이제는 LG 트윈스도 내야수 수출국 - 김민성에 이어 손호영 롯데로 트레이드 (75) | 2024.03.30 |
결국 김연경 시리즈 - KOVO 여자부 흥국생명 결승 진출 (69) | 2024.03.27 |
역대 최고 미들블로커는 엉망진창 팀을 구할 수 있을까 -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장소연 감독 선임 (76) | 2024.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