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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후 첫 3연승 - KOVO 2024-25 시즌 20차전 페퍼저축은행 3:1 승리

마셜 2025. 1. 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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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 배구단 인스타그램)

 

 창단 후 첫 3연승, 그것도 상대는 현대건설

 
 이제는 더 이상 승점자판기가 아니다. 창단 후 첫 3연승을 거뒀고, 4세트 24:22로 몰린 상황에서 4점을 연달아 득점하며, 역전했다. 그것도 2강으로 꼽히는 현대건설을 꺾었다. 승리 순간 선수들의 환호와 감격에 겨워하는 코칭스태프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 
 어제 1월 12일(일) 리그 4라운드 2차전에서 페퍼는 예상을 깨고 현대건설을 꺾었다. 그것도 풀세트 접전도 없이 4세트를 역전하며 승점 3점을 빼앗았다. 리그 1위를 넘보는 현대건설과의 총력전 끝 승리라 더욱 달콤했고, 선수들에게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만한 그런 한 게임이었다. 
 
 

 리그 최장신팀의 위엄

 
 승리의 요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리그 최고의 높이를 자랑해 왔던 현대건설을 높이 우위로 꺾은 건 분명해 보인다. 염어르헝이 라인업에 들어오면서 일단 리그에서 유일하게 MB 둘 다 190cm가 넘는 팀이 되었다. 그전까지 양효진과 이다현을 앞세워 상대팀 중앙을 잘 봉쇄하고, 맡긴 것 찾아가듯 필요할 때 점수를 만들어냈던 현대건설은 이날 중앙에서 득점에 꽤 애를 먹었고, 실제로 중앙에서 만들어낸 득점은 15점(8+7)에 불과했다. 반면 페퍼의 MB는 합계 17 득점(12+5)을 만들어냈는데, 큰 차이는 아니지만, 현대건설를 상대로 중앙 득점 싸움에서 이겼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이런 기록이 아니더라도, 현대건설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린 양뽕놀이(혹은 덩크)도 이 날은 높이가 부담되었는지 통 볼 수가 없었고, 염어르헝은 모마의 연타공격에 일차적으로 속았음에도 가볍게 점프해서 손으로 재차 블로킹하는 명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모마는 엄청난 파워를 가졌음에도 상대적으로 외국인 OP 죽 작은 키 때문에, 큰 선수들이 블로킹에서 집중마크를 하면, 다소 답답해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 날도 장위-염어르헝-테일러-박정아 로 이어지는 리그 정상급 높이에 평소보다는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현대건설을 상대할 때 페퍼가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로 기억될 듯하다.  
 더하여 늘 페퍼의 약한 구석을 찔러대며, 알토란 같이 점수를 뽑아갔던 위파위 선수도 이 날은 부진했는데, 본인보다 10cm 이상 큰 블로커들이 즐비한 상황이 꽤 부담이 되었던 걸로 보여진다. 높이를 통해 어느 정도 위파위와 모마에게 부담을 주고 시작할 수 있다면, 이는 다른 팀이 부러워할만한 상대 우위... 앞으로도 이 높이를 통해 계속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본의 아니게 '脫몰빵배구'
(출처: 네이버 스포츠)

 
  예나 지금이나 KOVO에서 가장 문제이자 화두는 '외국인 몰빵'이다. 이는 남자부 여자부 모두 마찬가지고, 여자부에서도 실바의 투혼(혹은 몰빵)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사실 수비가 약한 국내 OP자원이 출전기회를 잃는 원인으로 지적받으면서, 국대경쟁력 추락이 기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올해 외국인 몰빵과 가장 거리가 먼 팀이 바로 페퍼이다. 분배 차원에서 아름다운 어제 경기 기록지를 보자. 테일러 24득점, 이한비 20점, 박정아 12점, 장위 12점... 드디어 OP가 득점 1위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두 OH가 나란히 뒤를 이어 두 자릿수 득점, 그리고 요즘 공포의 서브를 구사하고 있는 장위가 12점... 이 정도면 김연경의 흥국생명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공격 분배이다. 상대적으로 파워가 약한 테일러를 대신해 이한비와 박정아가 피니셔 역할을 해주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트리플크라운에 빛나는 테일러도 40%가 넘는 공격성공률에 20 득점이 넘는 포인트를 내주면서 자기 몫을 하고 있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공격이 제대로 세팅되었을 대, 우선 마크할 주공격수가 다른 팀처럼 눈에 확 들어올 리 없고, 네 선수를 골고루 활용하는 페퍼를 상대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가, 끈끈한 수비를 바탕으로 난전 끝에 정신 차리면 페퍼에게 승점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에는 세트 후반부면 늘 알아서 무너지며, 범실을 남발하던 페퍼가 이제는 20점대 접전에서도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상대 빈틈을 노리는 경기를 하니,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이런 심리적 우위는 상대적인 것이어서, 앞으로 페퍼도 언제든 예전같이 안된다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아직은 각자 시즌을 포기하기에 이르고, 탱킹도 큰 의미가 없는 KOVO 여자부 4라운드이기에 승점이 간절한 상대팀은 전과 같이 후하게 승점을 퍼주지 않는 페퍼 전에 당황한 기색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3연승으로 기세가 오른 시점, 더 강하게 밀여붙여서 더 승수를 쌓아 올리고,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여전히 발전할 여지가 많은 염어르헝과 테일러

 
 창단 때부터 페퍼를 지켜봐온 팬이라면, 염어르헝 선수가 코트에 건강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할 것이다. 짧은 구력에도 한국배구 대들보가 될 것이라 여겼던 194cm 최장신 소녀, 3년간 두 번이나 수술을 해야 했던 무릎은 늘 물음표였고, 시즌 중에는 길어야 한 세트 얼굴을 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하혜진 부상 이탈이 염어르헝에게는 기회로 다가왔고, 마땅한 MB자원이 없는 장 감독은 염어르헝을 스타팅으로 출전시킬 수밖에 없었다. 장 감독 인터뷰처럼 큰 실수를 안 한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 한 것인데, 현건 전에서도 서브득점과 블로킹 포함 5 득점을 기록하면서, 공격에서도 자기 몫을 해냈다. 특히, 큰 키에서 빠르게 때리는 플로터 서브가 꽤 위력적인데, 장위와 더불어 앞으로 페퍼 MB는 서브에서 상대편을 흔드는 역할을 톡톡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하여 블로킹 싸움에서 염어르헝은 그야말로 국내 최장신 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전술했던 모마의 연타를 가볍게 다시 점프해서 막아내는 모습은 전체 1순위다웠다. 무엇보다도 제발 다시 다치는 일 없이, 시즌 끝까지 한 자리를 지켜주길, 어찌 되었든 염어르헝에게 가장 필요한 경험, 경험, 그리고 경험이다. 
 비교할 것도 없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파워가 약한 테일러 선수.. 하지만, 대체선수 풀도 좁고, 시기도 이미 4라운드..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가운데... 장 감독과 팀에서 어떻게든 활용법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테일러 선수의 높은 에너지레벨과 노력이 더해지면서 어느 정도 자기 몫을 하는 OP로 발돋움한 느낌이다. 사실 배구가 강하게 때려야만 점수 주는 스포츠도 아니고, 비록 엄청난 강타는 아니지만, 이한비-박정아를 보다가 반박자라도 늦게 투 블로킹이 오면 그 틈을 노려 크로스로 요리조리 각을 내거나 약간은 어설프지만 쳐내기를 시도하며 포인트를 내고 있는데, 이게 꽤 쏠쏠하다.. 당장 어제 경기에서도 24득점을 기록했으니, 빅토리아나 실바처럼 몰빵 수준을 책임져주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 걸리기 시작하면 한 게임 5개도 무난히 달성하는 블로킹과 묘하게 지저분한 서브, 그리고 그럴듯한 이동공격, 어설프지만 진심인 후위공격까지.. 이런저런 모든 걸 엄청 열심히 시도하는 테일러도 상대 입장에서는 새로운 타입의 골치 아픈 선수로 자리 잡아가는 느낌이다. 트리플크라운과 3연승으로 선수 개인 자신감은 최고조일터, 다음 경기 흥국생명 전에서 신참 대체선수 마테이코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경기내용을 보여줬으면 한다. 스윙도 조금은 교정되는 느낌이니.. 장소연 감독에게 더 많은 걸 배워서, 리그 후반기에는 명실상부 에이스로서 팀 공격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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