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미지: 아시안게임에 7위에 멈춰있는 한국농구협회 / 출처: 대한민국농구협회 홈페이지)
결국 선택은 안준호 감독-서동철 코치였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지원자에, 젊은 지도자도 없었기에 경기력향상위원회가 고심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세 후보(팀) 중 강을준 감독은 오리온 시절의 여러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다시 감독으로 보고 싶은 마음은 없고, 나머지 두 팀은 사실 우열을 가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동소이해 보인다.
문경은 KBL 본부장을 비롯해 현직에 있는 유능한 감독들이 냉정하게 심사했을 테고, 이제 새 출발 하는 상황. 앞으로의 대표팀 앞날에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여느 농구팬들과 다를 것이 없다.
이제는 KBL 열혈팬이라 말할 수도 없고, 사실 남자농구 대표팀이 흘러가는 것도 관심이 잘 가진 않지만, 그래도 몇 가지 눈에 띄는 아쉬움을 적어본다.
1. 왜 공모제인가?
'기회 평등'과 '투명성 강조' 때문에 시행한다는 공모제는 농구협회 상위기관인 대한체육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다. 국가대표팀 운영에서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기에, 이해는 가지만... 사실 공공기관에서 공모를 통해 뭔가를 결정하는 경우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진짜 실력 있는 (비싼) 팀은 번거로워하며 참여하지 않고, 그 정도 기회에 대해 감지덕지인 사람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면, 당연히 정말 실력 좋은 팀을 공모제를 통해 정하기는 어려워진다. 물론 그 결과 최적화된 것이고 최선이라면 할 말은 없으나.... KBL이 여러 시행착오와 잦은 제도변화 끝에 외국인 선수를 자유선발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결국 '공모'라는 제도는 어느 정도 저효율을 감수하는 제도다.
문제는 지금 농구대표팀 현실이 이런 저효율을 감수할 정도로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시안게임 7위를 기록한 것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을 정도로 대표팀 농구는 강하지 못했다. 그리고 추일승 감독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그럼에도 다시 공모제를 통해 충원하는 느낌이라.. 정말 위기감을 느끼긴 한 것인가.. 한숨이 나온다.
2. 한국현실에서 전임감독은 적절한가?
현재 KBL에서 외국인 코치들이 자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농구 순혈주의는 매우 강하다. 대부분 선수들이 대학을 나오며, 대학 팀 수는 12개, 고교 팀 수는 22개, 거기에 여러모로 변화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엘리트스포츠로 초등학생 때부터 농구만 하는 선수들로 육성되며 서로 계속 시합하며 만나는 사이... 형동생으로 챙기는 정서는 이해하지만, 비선출 감독은 상상도 못 하고... 감독 풀도 매우 좁은 현실...
점프볼 기사 본문에서 세게 지적한 것처럼, 이런 현실에서 현직이 아닌 지도자만 감독으로 뽑는다면, 결국 소속팀 없는 지도자들만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거기에 공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경력점수까지 요구하게 되면, 정말 '소속팀 없는 나이 든 지도자들에게 주는 일자리'라는 지적은 비아냥이 아니게 된다.
3. 재공모냐? 지원자 존중이냐?
위원회는 재공모냐, 지원자 존중이냐를 두고 많은 고심을 했다고 한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 10시에 시작해서 끼니도 거르시고 3시까지 숙의를 한 모양이다. 기자가 '오후 3시에나.... 배달음식으로 늦은 식사를 했다'라고 쓴 게 비꼬려는 의도인지.. 정말 이게 기사거리가 될 정도로 큰 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한국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을 결정하는데.. 위원회 위원들이 5시간 회의를 하고, 두세 시간 점심을 '배달'로 늦게 먹은 게 큰 일이라면... 뭐 그런가 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재공모'의 대척점에 있는 선택지가 '지원자 존중'이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적임자가 없어서 재공모를 하고 싶었는데, 부득이하게 선임을 했다면, 그 이유는 국대팀 감독 선임이 시급해서라던가.... 전례를 봤을 때 재공모 해도 나은 지원자가 없을 것 같아서... 가 되어야지. 공정성을 위해 공모라는 방식을 택한 분들이, 지원자의 명예를 생각해서 고심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불공정한 건 아닌가?
4. 결국은 전임 추일승 감독보다 높아지지 않은 기대치
안준호 감독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딱히 추일승 감독보다 나을 것 같진 않다. 물론 선수장악력은 나을 것이고, 인게임플랜도 서동철 코치가 잘 보좌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당장 해외 자원인 여준석, 이현중, 재린 스티븐슨이 아시안게임에는 뛸 수 없고... (모두 차출이 불가능할 거다) 라건아는 은퇴를 하는 이 시점에 국대 성적이 딱히 좋아질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FIBA 주관 대회에서 의미 있는 1승을 거두는 것도 어려워 보이니... 어찌 보면 안준호 감독은 마음을 내려놓고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이것저것 실험해 봐도 괜찮을 것이다.
그래도 농구팬으로서... 곧 다가올 FIBA 아시아컵에 어떻게든 여준석, 이현중, 재린 모두 스카우트해서, 한 번은 세계 수준 팀과 한 번 겨뤄봤으면 좋겠다. 마침 호주와 같은 조... 안 감독에게는 좋은 평가기회가 될 것이다.
농구 전문지 점프볼에서, '소속팀 없는 나이 든 지도자들에게 주는 일자리'라는 표현이 나왔다면 정말 심한 비난이나 마찬가지이다. 평균연령 60세가 넘는 감독-코치 조합이지만, 이러한 비난이 무색해질 만큼, 앞으로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농구를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영원한 친구 -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식 진상질의 필요성 - 젊은 신사 페퍼 조 트린지 감독의 KOVO생활 (174) | 2024.01.02 |
---|---|
쉿! 이러다 또 뺏길라 - LG 2군 주전 포수 김성우 (192) | 2023.12.22 |
로또보다는 주식을 - LG 트윈스 외국인 디트릭 엔스(Dietrich Arthur Enns) 영입 (22) | 2023.12.19 |
Injury begets injury - 염어르헝은 여전히 여자배구 미래인가? 무릎 재수술 (6) | 2023.12.18 |
은혜 갚은 바람의 손자 - 이정후 MLB 포스팅 보상금 최대 248억원 (168) | 2023.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