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출처 : LG 트윈스 홈페이지)
보유 자산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굳이 위험한 분야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평범한 격언인데, 올해 29년만에 KBO 우승을 달성한 LG 트윈스가 한 장이 비었던 외국인카드를 1선발 후보로 채우면서, 로또보다는 확률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꼭 필요했던 투수 자리를 일본야구에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디트릭 엔스(Dietrich Arthur Enns)로 채운 것.
기록을 살펴보니, 일본에서 선발로서 무려 10승을 달성한 후, 그 다음해 1승 11패를 기록하며, 완전히 페이스를 잃은 모습을 보여줬다. 11패를 기록하도록 퇴출되지 않은 것을 보면 구위 등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던 듯 한데, LG 프런트에서도 오래 관찰해왔다고 하니.... 교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한국야구에서는 통한다고 본 모양이다.
올해 켈리의 헌신으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LG팬들의 스터프형 선발투수에 대한 갈증은 그야말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켈리가 안정성과 제구력으로 팀을 위해 5년간 큰 역할을 했지만,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 당장 에이징 커브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켈리는 투구폼 자체가 전혀 무리하는 동작이 없고, 내야수 출신일만큼 몸의 유연성도 좋은 지라... 당연히, 내년에도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지만, 이제는 새로운 선수에게 1선발을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성공가능성은 어떨까? 외국인 투수 하면 가장 궁금한 구속과 구종 먼저 살펴보자.
최고구속 153
2023년 구종별 평균구속(비율)
직구 148.3km(47.8%)
커터 136.8km(26.3%)
투심 146.7km (6.3%)
첸접 133.6km (9.2%)
슬라 129.0km (7.7%)
커브 122.2km (2.8%)
최고구속 훌륭하다. 하지만, 어디까지 최고구속일 뿐이다.
직구 평균구속도 훌륭하다. 좌완 선발이 148을 꾸준히 던질 수 있다면, 당연히 직구 위주로 승부해야한다.
문제는 직구와 커터의 비중이 매우 높고, 그 외 10% 정도 비중의 변화구가 없다는 점...결국 투 피치 투수인데, 아무리 한국이 일본 하위리그여도..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이 전혀 없다면 1선발로 투수진을 이끌어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영상으로 보여지는 큰 투구폼으로 인한 주자견제 어려움도... 분석이 끝나면, 꽤 어려운 경기를 만들수도 있다.
물론 그 외에 찾을 수 잇는 장점은 많다.
해외리그 경험이 있어, 적응이 어렵지 않으리라는 점. 큰 부상이 없었다는 점. 하이패스트볼을 자주 구사하는데, 순혈 파워히터가 많지 않은 KBO에서는 위력적일 수 있다는 점.
팬심을 섞어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 예상하고, 바램이지만 12승 이상을 기대해본다.
본인이 스프링캠프에 무난히 적응한다면, 아마 시즌 초반에는 빠른 구속만으로도 무난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듯.. 아마 승부처는 많이 준비한 타자들이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한여름부터가 될 것인데, 그 때쯤부터는 일본에서 밀려난 투수도 KBO를 지배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 정도로는 힘겨운지 흥미로운 비교분석이 되지 않을까.
물론 전반기 퇴출설이 나왔던 켈리를 미세한 교정으로 후반기에 다시 잠실예수(?)로 부활시킨 LG 트윈스 투수코치진의 약량도 기대해봐야할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LG는 엔스-켈리, 그리고 오스틴으로 이어지는 남부럽지 않은 외국인 3인방과 계약을 마친뒤, 맘편히 FA 협상에 나서게 됐다. 샐캡이야 터지던 말던 팬들은 어쨌든 숙제 하나를 빨리 끝내준 프런트에 감사할 듯. 부디 FA 협상도 신속하게 '전원 잔류'로 마무리하고, 다소 심심하더라도 긴 스토브리그 마음 편히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잘 왔어요. 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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