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20 - 마이클 조던(2020, 롤랜드 레이즌비)

마셜 2023. 9. 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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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문고

 

농구는 몰라도, 마이클 조던은 아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여전히 많은 농구팬들에게 조던 이라는 이름은 황제이자, GOAT 그 자체이지만, 이제는 그 이름을 낯설어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 시대의 변화에도 익숙해질 때쯤 독서모임에서 추천된 책이 있었으니, 바로 '마이클 조던'

 

 

무려 840쪽, 엄청난 두께를 자랑한다. 

 

 아무리 마이클 조던 이야기라지만, 이렇게 할 얘기가  많은가.. 대단하다...... 생각하며 책을 읽어보니... 책은 마치 용비어천가처럼, 조던의 증조할아버지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자세하고도 풍부한 이야기에 감탄이 절로 나오면서도... 조던의 전성기를 추억하는  나 같은 농구팬(Not 조던의 팬) 입장에서는 언제 NBA 이야기 시작되나 초반부가 지루하기도 했다. 

 

 

간지는 나지만, 읽기는 쉽지 않은 책


 도서관에서 빌려봤지만, 참 멋진 양장본이다. 조던의 색, 레드와 블랙으로 이루어진 표지도 멋지다. 엄청난 두께답게  단지 책상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멋지다는 느낌을 준다. 

 

멋진 레드 앤 블랙 양장본

 인터뷰와 회고 등으로 점철된 이 840쪽 짜리 조던 이야기는 멋진 양장본 만큼 멋진 이야기만 다루지는 않는다. 이야기 중 상당 부분은 개인사, 가정사를 다루고 있는데, 화려한 스포츠스타의 이면은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조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행복하고 본받을만한 부모만은 아니었고, 조던도 논란이 될만한 사생활이 없지 않았다.  

 조던이 활약하던 시점이 인터넷도 없었고, 무엇보다 어린 학생이어서 뭘 몰랐던 시점이라 선수 개인사까지는 그다지 관심도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던이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보게 되었다. 선수들도 혀를 내두를 승부욕, 도박과 내기로 점철된 사생활. 그리고 그 안에서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갈등 농구를 꽤나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충실한 인터뷰와 게임 회고 덕에 몰랐던 농구 상식도 많이 알게 되었다. 읽는 와중에 피상적으로만 들었던 '트라이앵글 오펜스'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전혀 몰랐던 단장 제리 크라우스의 역할도 불스 왕조에 필수적이었음이 와닿았다. 

 

 

함부로 추천하기는 어려운  책

 

 그 외에도 나이키가 1위 스포츠웨어브랜드로 올라서는 데, 조던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나... 필 잭슨이 어떤 사람인지.. 조던이 동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등등을 알고 싶다면, 분명 도전해 볼 만한 책이고... 이야기의 완성도 또한 훌륭하다. 거기에 저자는 절대로 일방적으로 조던을 추앙하지도 않는다. 

 늘 조던이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을 때는 전체 역대기록에서 그 위치를 언급하고, 다른 강팀과 전적이 어떠했는지도 비교한다. 그 시절 농구팬으로서는 그저 감사할 따름인데, 단순히 그러한 완성도를 믿고 젊은 농구팬들에게 추천하기에는 너무 두껍고 너무 디테일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조던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가 이미 생산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넷플릭스 '더 라스트 댄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를 다시 만난다. 1997-98 시즌의 미공개 영상을 포함한 이들의 1990년대 황금시대. 열정으로 가득한 승리의 연대기가 베일을 벗는다.

www.netflix.com

 함께 즐기라고 권할 수야 있겠지만, 재미있는 농구 콘텐츠를 놔두고 800쪽이 넘는 전기를 읽으라고 할 자신은 아무래도 생기지 않는다. 

 

 

 유타 재즈(Utah Jazz) 팬으로서의 아쉬움

 

 어디 가서 농구 이야기, 그 중에서도 NBA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기엔 쉽지 않은 세상이다. 거기에 유타 재즈의 팬이라고 하면 다들 신기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특별한 이유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시절 남자아이들 모두가 조던을 응원할 때, 난 유타 재즈의 팬이었다. 모두가 불스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을 때도 난 여전히 말론과 스탁턴의 픽앤롤의 힘을 믿었고, 그 시절 이후로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유타 재즈가 여전히 우승하길 바라고 있다. 

 (*2023년 여름 현재 유타는 리빌딩 노선과 윈나우 노선 가운데 서 있는 상황이라..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

 

 조던이 NBA를 지배하던 시절,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에 뒤를 이어, 조던을 막아서고자 했던 유타 재즈. 그 팀의 분투가 책에 서 좀 자세히 소개되어, 그들의 픽앤롤 중심 팀 농구가 얼마나 위대했는지도 조명받기를 바랐는데, 아쉽게도 저자 롤랜드 레이즌비는  조던 외에 다른 팀 선수들에게 대해서는 공평하게 많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배드보이즈 디트로이트와 비교해서도, 그저 스몰마켓에 조용한 이미지의 팀 유타는 간략간략하게 소개되고 생략된다. 

 

 조던의 NBA 치세에 있어서, 유타는 그저 지나가는 팀이었던 것도 맞으니... 이야기의 밸런스는 훌륭하다고 하겠지만, 그저 팬으로서 아쉬울 따름이다. 

 

 

 만약 '더 라스트 댄스'를 보고 조던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하셨다면, 혹은 그 시절 조던의 레드&블랙 유니폼에 푹 빠졌던 분이라면 조심스럽게 추천해드리고 싶다. 다만, 온라인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시기 전에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서가에 놓인 책을 한 번 찾아가 보시길... 엄청난 두께와 증조할아버지부터 훑어나가는 대서사시 같은 구성에도 흥미가 반감되지 않는다면, 그때 집어 들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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