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16 - 미래학교(EBS 다큐프라임 [미래학교] 제작진, 2019)

마셜 2023. 6. 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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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문고

 
 수능 킬러문항 논쟁과 사교육 경감대책이 온 세상 이슈를 뒤덮은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독서모임에서 한 달 전에 읽은 책을 뒤늦게 리뷰해 본다. 
 믿고 접할 수 있는 EBS 콘텐츠, 그리고 '2019 한국방송대상 교육예술분야 작품상'에 빛나는 책. 독서모임 멤버가 추천해서 집어든 책 중에서도 여러모로 기대가 증폭되는 책이었다.
 
신나게 읽고 나니, 여럿에게 꿈과 희망을 혹은 미래에 대한 어렴풋한 시야를 주는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깨달음을 얻는 사람 중에 난 포함되지 않겠구나 싶어서 슬퍼졌다. 
 그런 미래의 가능성을 믿기엔 난 너무 어른이 되어버렸고, 교육의 힘을 믿기에는 그 이면을 너무 보았다. 
 
 어쨌든 이런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고, 책 자체는 유익하다는 점은 분명히 밝힌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부터 적어본다. 
 
1. 정현숙 피디와의 인연 - 청소년과 함께라면 행복한 분
 
 저자는 '제작진'으로 되어있지만, 저자 소개란에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분은 정현숙 피디이다. 업무 관련으로 한 번 만나 뵌 적이 있는 분인데, 다른 건 기억에 남지 않지만, 정말 아이들, 청소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기대를 거는 분이다. 
 행사 내내 학생들을 바라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진심 어린 미소로 격려하시는 걸 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저렇게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도 이 프로젝트도 모두 피디님께는 진심 행복한 일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프로젝트 기획 의도도, 교사들의 고충도 더 와닿았고, 청소년들을 디지털네이티브 본연의 모습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가장 기초적인 책의 메시지도 더 이해하게 되었다. 
 
 
2. 책보다는 영상이 편하다  vs  아니 굳이 영상을 볼 필요 없다.  
 

 
 사실 나는 EBS 동영상을 보지 않았다. 독서가 다소 시간에 쫓겨 이뤄진 것도 있었지만, 아마 시간이 충분했어도 책 내용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될까 봐 보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책 내용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별다른 해설이 필요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멤버는 영상을 보았기에 내용이 더 잘 이해되었다며, 영상을 추천했다. 
 영상 또한 완성도는 높다는 평이므로 독서 전에 영상을 감상할지는 여러분의 선택일 듯...
 
 
3. 너무나 실험적이기에 비현실적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너무나 실험적이다. 방학 때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진 학습 프로그램이며, 참여학생은 20명에 불과했다. 거기에 이 중 외국학생은 소수. 아주 글로벌한 프로젝트라고 보기도 어렵다. 
 사실 이러한 한계는 실험적 프로젝트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이 미래학교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것은 엄청난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었다는 점이다.
 학교시설을 개조해서 사용했으며, 학생들 모두에게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이 충분하게 구현되었다. 각 과목 관련으로 열의 넘치는 교사가 소수정예로 학생들을 지도했고, 무엇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모였기에 팀플레이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환경이 구축되었다. 
 
 이러한 환경을 찾아 오늘도 그리고 미래에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더 좋은 학교로 진학하고자 애쓰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미래학교가 선진 인프라를 갖추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우리가 미래 학교를 준비하기 전에는 패러다임 변화 등을 생각하기 전에 훨씬 더 많은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영원히 불가능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4. 미래학교의 수평적인 팀플레이/인공지능 위주 학습이 학력저하를 조장하지는 않을까?
 
 한 멤버가 지적했을 때, 일리 있는 지적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평가가 상대적으로 순위를 매기지 않고, 성취도가 엄격하게 매겨지지 않는다면, 결국은 학력저하를 초래하지 않을까? 이미 사교육이 사회악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 이런 자유로운 교육이 학생/학부모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지... 씁쓸하지만 불안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5. 그래도 가능성을 봤다. 
 
 현실이 지옥이어도, 사람은 실존을 통해 희망을 봐야 한다. 특히, 그러한 현실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펼쳐져 있다면, 희망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눈에 뜨였던 구절들을 남겨본다. 
 
 (본문 205p~)
 '조금이지만 저는 다른 아이들보다 미리 미래를 경험한 거잖아요. 제가 성인이 될 무렵에는 '세상이 이렇게 바뀔 거고, 이런 게 가능해질 거다.'라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요. 예전에는 '중학교는 대학 진학을 위해서 버텨낸다.'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말이죠. 미래가 그렇게 머지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지금 공부하는 걸 조금씩 융하바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게 항상 머릿속에 있죠.'
 
 '싱가포르는 입시에 대한 압박이 아직 심해요. 저는 초등학교 때 성적이 좋은 편이라, 대학 조기진학이 가능한 대신 이후에도 시험을 계속 잘 봐야 해요. 제가 미래학교에서 시험을 싫어했던 것도 이런 이유죠. 싱가포르에서 계속 부담스러운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드론 코딩에 대해서 '진짜 공부가 아니라.'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이번 방학에는 학교 공부가 아니라 진정한 내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어요.'
 
 '제가 프로그래머지만 아이는 한 번도 제 직업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어차피 내년부터는 코딩이 노르웨이 정규 과목으로 도입된다면서 저한테 코딩을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나름대로 자신감을 내보이면서 말이죠.'
 
  좋은 인프라와 열의있는 교사를 통해 지원하면, 짧은 기간에도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꿈을 다시 고민해 볼 수 있는 청소년들.. 우리가 봐야할 가능성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6. 부모로서 반성 - 난 디지털 네이티브 키드의 부모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
 
 사실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 아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과 여타 나와 다른 행동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라고, 책은 아프게 콕 찔러준다. 
 
 (본문 230p)
 아무래도 사춘기를 거치는 아이들이니까 하루가 다르죠.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에 대해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눕니다. 너무 의존한다는 판단이 들면 가족끼리 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죠. 함께 나들이를 가고 운동을 하는 등 끊임없이 조정해야 해요. 저 역시 아이들이 볼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책이 출판된 지도 3년이 넘게 지났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더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 
 책 내용이 구체적 지식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노력해야 하는지, 아이들도 자기 미래에 대해 얼마나 불안감을 느끼고 얼마나 깨달음을 갈구하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들이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EBS 영상이라는 친절한 자습서까지 있으니 더 든든하기도 하다.)
 정연숙 피디의 다음 프로젝트가 궁금해지면서, EBS에서 (혹은 외부에서) 계속 좋은 프로젝트로 청소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해주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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