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1 -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김도영, 2022)

마셜 2022. 12. 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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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도서>

 

 독서 모임 멤버의 추천으로 교도관의 일상을 소개하는 책을 읽었다. 

 에세이를 좀처럼 읽지 않는데, 다른 이의 추천으로 잘 고르지 않는 장르를 읽었으니, 독서모임의 순기능을 잘 누린 셈이다. 

 읽기 시작하기 전에 뒷 페이지를 넘겨보니, '초판 2쇄'이다. 일단 1,000부 넘게 팔린 에세이, 어느 정도 기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책, 역시 현직의 이야기는 집중하면 분명히 들을 것이 있다.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저자 김도영은 매일 교도소에 들어가는 사람, 바로 ‘교도관’이다. 수용자와 함께 철창 안에서 생활하는 것과 다름없지만 ‘절대 보안’이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세간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www.aladin.co.kr

 

 법무부 소속 공무원인 교도관은 일상생활에서 만날 일이 없지만, 어떤 직업인지 이미지는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 있다.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덕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친했던 선배가 군복무를 대신하는 경비교도관 생활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 디즈니+

감옥을 배경으로 미지의 공간 속의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린 에피소드 드라마.

www.disneyplus.com

 

 만약 이 드라마가 없었다면, 이 책의 내용이 더욱 새로웠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없었다면 대중의 관심 자체가 적어서 책의 출판이 더 힘들었을 지도.. 드라마에서 교도관들이 대부분은 선한, 책임감 강한 좋은 교화 담당자로 그려졌기에.. 어쨌든 교도관들의 고충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책은 재미있었다. 에세이라는 장르답게 솔직하고, 쉬웠다. 느꼈던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보자면.... 

 

 1. 주인공 교도관은 본인 임금을 공개하면서까지 교도관의 처우가 열악함을 호소했다. 

 사실 호소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스러운 자리는 월급을 많이 줘야 한다'는 나로서는 호소처럼 들렸다. 

 재미있는 건, 현직 공무원은 겸직금지(혹은 이중취업 금지) 원칙에 따라, 공무원 이외 다른 영리활동은 금지된다. 다만, 강의나 저술 등 직무 관련 활동은 허용된다. 이 부분을 저자도 이야기하는데, 적은 임금에 다른 길을 찾다보니, 저술까지 오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2. 상담심리학 필요성 : 나를 이해한다.

 친한 직장동료 중 상담심리학 전문가가 있는데, 책을 펼치기 전 만난 식사 자리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한 교도관이 있더라.. 이런 식으로 내가 이야기를 꺼냈었다. 공부를 하면 범죄자와 대화하는데 도움이 될지를 의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동료는 답했다. 범죄자를 이해하기보다는 그런 불편한 상황에서 근무해야 하는 본인을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될 거라고...

 책을 통해 저자는 이런 저런 범죄자와의 일화를 이야기하지만, 그들을 딱히 이해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오히려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키는데.. 아마도 상담심리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통해 자신을 잘 이해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직종이던, 사람과 대화하고, 일해야하는 서비스업 성격이 있는 직종이라면 상담심리는 공통적으로 필요하리라. 다만, 그 공부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것인지, 그 공부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최근 상담심리를 공부한 다양한 직종 사람들이 오히려 자격증 소지자로서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나 위험천만한 이야기이다. 

 

3. 깊이는 아쉽다. 

 전반적으로 깊이는 부족하다. 아니, 어찌 보면 내가 기대가 너무 컸다. 책 초반에 저자는 선배로부터 전수받은 노하우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 살인자를 제압하는 법

  - 강간범과 대화할 때 필요한 것

  - 조폭과 마약사범에게 지시할 때 참고 사항

 그런데 책이 끝날때까지 이 노하우는 밝히지 않는다. 어찌보면 내가 너무 수사물을 많이 보았을지도... 하지만 여전히 허전하다. 이런 노하우를 배웠다고 적었으면서 그 노하우는 일절 말해주지 않는다니... 현직 공무원으로 언뜻 이해도 되지만, 그래도 조금은 섭섭하다. 마치 더 보고 싶으면 유료강의를 들으세요 라고 말하는 무료 공개강의 같았다고 할까. 

 지금도 박사과정에서 공부를 하고 계신다고 하니.. 보다 전문적인 다음 저술을 기대해본다. 

 

4. 어느 직업에나 각각의 애환이 있다. 

 사실 어느 직업에나 각각의 애환이 있다. 다른 직업의 애환을 이해하는 것은 좋고, 상호존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교도관의 애환을 이야기한 것은 많이 와닿았으나, 휴대폰 사용금지로 인한 연락두절에 대한 에피소드 등은 다른 여러 직종에서도 같은 애환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사명감을 가지고 애쓰는 분의 진솔한 이야기는 와닿았지만, 교도관 직종만의 애환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어쨌든 책은 재미있다. 적어도 다음 책이 기대될 정도는 된다. 다만, 어디까지나 에세이 임을 명심할 것... 너무 큰 기대는 다소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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