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친구 - 스포츠

Injury begets injury - 최장신 염어르헝, 임의해지로 한국배구와 작별

마셜 2025. 6. 4. 17:02
728x90
반응형

(출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인스타그램)

 

 

갑작스러운 염어르헝과의 작별

 

 지난 2일 페퍼저축은행(이하 '페퍼) 팬들에게 국내최장신 염어르헝이 임의해지된 후 몽골로 돌아갔다는 또 다른 비보가 전해졌다. 

 염어르헝이 다친 건 처음이 아니다. 전에 거듭된 부상이 아쉬워서 포스팅을 한 번 했었는데, 그 때만해도 팀에 보탬이 안될지언정, 이렇게 팀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Injury begets injury - 염어르헝은 여전히 여자배구 미래인가? 무릎 재수술

(대표 이미지 출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홈페이지) 간단하게 9연패를 당하며, 현재도 엉망이며 미래도 어두운 상황인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 팀(이하 '페퍼'). 생각보다 주축선수들이 어리지도

george-marshall.tistory.com

 

 '다친 선수는 또 다친다'라는 스포츠 격언이 있다. 특히, 성장기에 크게 다쳤던 선수는 계속해서 그 부위를 조심해야 하고,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재활에 임해야 한다. 그 부위가 하체에 해당한다면 더욱 그렇다. 한쪽 다리를 다치면 제대로 걷지 못하는 회복기간 동안 다른 쪽 근육량, 유연성 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염어르헝 또한 다쳤던 학생 때 다쳤던 오른쪽이 아닌 왼쪽을 지난 시즌 또 다치면서, 양쪽 무릎이 다 시한폭탄이 되어버렸기에 더욱 긴 재활이 필요하겠구나... 짐작은 되었었다. 

 하지만, 거의 한도를 채운 샐러리캡과 별개로 헐렁한 뎁스... 특히, 엉망진창 유망주 뎁스를 생각하면 페퍼가 염어르헝의 손을 놓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구단과 염어르헝은 작별을 택했다. 

 

 

나름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염어르헝

 

 지난 시즌 하헤진 부상으로 정말 베테랑 병사들이 전멸해 버리고, 보충병을 최전방에 내보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던 페퍼 미들블로커 상황 때문에, 염어르헝은 처음으로 풀타임주전을 경험하게 되었다. 우당탕탕 좌충우돌 엉뚱한 플레이도 선보였고, 그 출전은 짧았지만, 보여줬던 가능성은 강렬했다. 

 

 

창단 후 첫 3연승 - KOVO 2024-25 시즌 20차전 페퍼저축은행 3:1 승리

창단 후 첫 3연승, 그것도 상대는 현대건설 이제는 더 이상 승점자판기가 아니다. 창단 후 첫 3연승을 거뒀고, 4세트 24:22로 몰린 상황에서 4점을 연달아 득점하며, 역전했다. 그것도 2강으로 꼽히

george-marshall.tistory.com

 

 중앙에서의 높이만큼은 왠만한 연타를 서서 막을 수 있었고, 생각보다 힘을 싣는 공격 또한 유망주로서는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몇 게임 출전 후 다시 터져버린 부상이었지만....

 

 

고향으로 돌아간 어린 선수의 미래는?

 

 2004년생 최장신 유망주는 고향인 몽골로 돌아갔다. 양부모님도 계시고 말 많고 재미나는 양언니도 있지만, 벌써 무릎 수술 네 번을 겪은 이 어린 선수에게는 고향에서 쉬는 게 심적으로 나을지도 모르겠다. 불안한 건 마침 몽골에 프로리그가 생겨서, 한국 은퇴선수와 지도자들을 영입하고 있는데... 몽골에서 재활에 성과를 내더라도 고향에서 프로생활을 이어가지 않으려나 걱정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약체팀 페퍼가 간절한 마음으로 유망주 복귀를 기다리며 재활에 신경을 써줬어도 부상이 줄을 이었는데... 고향에서 운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을 때, 재활 가능성이다. 집밥 먹으며 다친 마음을 추스르는 것도 젊은이들에게는 엄청난 효과가 있겠지만, 상처투성이인 무릎을 생각하면 푹 쉬는 것과 별개로 꾸준한 재활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텐데.. 그간 영 믿음을 주지 못했던 페퍼 프런트가 이런 것까지 세심하게 챙길 수 있을지 대단히 의문이다.  

 

 

왜 페퍼는 이 유망주를 묶어두지 않았을까?

 

 세상사 다 어른들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리고 아마도 염어르헝 본인이 몽골행을 원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래도 더더욱 휑해진 유망주 뎁스를 생각하면, 배구에 대한 열정을 꾸준히 보여줬던 이 유망주를 가까이 두는게 낫지 않았을까. 작년 염어르헝 연봉은 4500만 원이다. 작년 뚜렷한 활약이 없었던 하혜진 연봉을 큰 폭으로 올려주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페퍼 프런트가... 이런저런 삽질로 많은 몸값을 부담하면서도 내실 있는 선수단을 구성하지 못한 건 잘 알려져 있다. 설마 이 많지 않은 연봉을 아껴서 셀러리캡 여유를 만들려는 알량한 생각을 한 건 아닐까 염려되는데... 설마 페퍼 프런트가 지금까지 다양한 삽질을 했지만, 이런 황당한 이유로 염어르헝과의 관계를 그르치지는 않았을 거라 믿는다. 

 결국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여러모로 지친 염어르헝이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팀이 이를 수용한 것일텐데... 외국생활에 지쳤을 이 어린 선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페퍼의 미래이자 타 팀 대비 비교우위를 보여줬던 유망주이기에 그래도 재활을 지원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작은 가능성이라도 살려나가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프로스포츠를 봐왔지만, 종목을 불문하고 임의해지(탈퇴)되었던 선수가 돌아와서 기량을 되찾고 활약한 사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특히, 부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만큼 기량을 유지하며 경쟁에서 버텨내기가 힘든 프로세계이기에, 그리고 이제 염어르헝은 외국에 있기에 더더욱 가능성은 작아보인다. 

 그래도 그 작은 가능성이 이제 페퍼가 타 팀에 없는 가능성이라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각 팀에 주어진 가능성도 어떤 가치라 한다면, 결국 모든 가치는 상대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법.... 이리저리 유망주를 날려먹었던 페퍼는 여전히 희미한 가능성이지만 가치는 꽤 높다. 그 가능성을 잘 살려서, 언젠가 페퍼 유니폼을 입은 어르헝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