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가입금을 제때 내지 못한데 이어, 선수/직원들 월급까지 밀리며, 농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캐롯 점퍼스가 오랜만에 매우 현명한 선택을 했다.
바로 32살 센터 이정제 선수를 일본 B2. 리그에 임대한 것!!
양재민 선수가 외국인 자격으로 뛰고 있기에, 낯선 리그는 아니지만, 한국 선수가 임대로 진출하는 것은 이제 두 번쨰, 그리고 시즌 중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이색적이다. 잘 알려진 이적사례로 2015년 여름 당시 전자랜드의 김지완 선수가 필리핀 리그에 진출했었지만, KBL시즌 중 임대 형태는 아니었다.
사실 이정제 선수는 203cm라는 큰 신장 외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이다.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지명된 것을 보면, 나름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고, 실제로 32살이라는 적지 않는 나이에도 프로에서 살아남은 것, 그리고 FA를 통해서 이적까지 한 것을 보면.. KBL에서 여전히 필요한 선수임은 분명하다.
다만, 찾아보기 힘든 출전기록이나, 6000만원에 불과한 연봉을 보면, 언제 방출자 명단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캐롯 점퍼스의 경우, 골밑의 기둥 이승현이 이적했다지만, 여전히 이종현, 박진철은 이정제보다 먼저 출전기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들... D리그에도 참여하지 않는 캐롯 점퍼스에서, 아무리 올해 외국인 선수가 현재 1명뿐이라지만, 노력만으로 이정제 선수가 출전기회를 받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KBL보다 다소 수준이 낮다 할지라도, (사실 일본농구가 한국농구보다 더 이상 수준이 낮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장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으로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절대적이다. 아시아쿼터가 의외로 KBL 선수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사례랄까... 앞으로도 일본 진출을 타진하는 선수가 꾸준히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더 흥미로운 건, 캐롯 점퍼스가 이 임대이적을 추진한 이유일 것이다.
재정적으로 백척간두에 서 있는 캐롯 점퍼스 입장에서는 이정제 선수를 일본으로 보냄으로서 당장 월급 지급 부담을 줄였다. 그거 얼마나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최근에 줄줄이 체불 사태를 일으켰던 점퍼스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은 필수이다.
궁금한 건, 과연 임대료(구단->구단)를 받았을지 여부인데... 선수 연봉 수준 등을 생각하면 아마도 임대료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있었다 해도 아주 소액이었을 것이고.. 물론 아주 소액이라 미공개 합의 등을 했다고 할지라도 점퍼스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긴 했을 거다.
어찌보면 비용절감을 위해 선수 임대까지 하는 현실이 궁상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2군도 없고, 출전기회도 거의 못 받는 선수를 타 리그로 보내며, 운영비를 절감했으니, 합리적 선택임은 분명하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이러한 임대이적이 더 활발해져서, 후보급 선수들도 더 많은 경험을 얻고, 구단은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고.. 무엇보다도 KBL 구단들이 선수 가치를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구단을 운영하는 계기가 되길 빈다.
마지막으로 올해 리그가 끝나면 다시 KBL로 복귀하는 이정제 선수, 임대된 구단에 190cm 장신도 부족해서 임대를 추진했다고 하던데...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기량을 끌어올리길 빈다. 그리고 앞으로도 KBL후배들에게 농구에 다양한 길이 있음을 보여주는 선배가 되어 KBL 발전에 또 다른 면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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