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시아쿼터 선발 - 대세는 아웃사이드히터
애초에 엉망이었던 아시아쿼터 지원자 풀에서, 일본 국가대표 출신인 시마무라 하루요가 외면받은 것은 의외였다. 페퍼 장소연 감독이야 애초에 워낙 높이를 선호하니 그렇다 치고, 우승에 기여한 피치가 있는 흥국생명도 굳이 관심 가질 이유가 없지만, 다른 팀들도 선택은 OH였다.
이제 정말 강점이라고는 구슬운 밖에 없다 싶은 장감독이지만, 올해도 역시나 그 구슬운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아시아쿼터 1 픽이었던 와일러가 시즌 개막이 한참 남은 시점에서 부상 재발로 낙마한 것.... 아무리 대면 트라이아웃이 없었다 할지라도, 애초에 비치발리볼 외에 장기 프로리그 경험이 거의 없는 와일러가, 작년에 그 큰 부상을 당해 시즌아웃 당하는 걸 지켜봤으면서도, 굳이 선택한 건 전형적인 위시풀 싱킹이거나, 정보부족이었거나, 아니면 둘 다였을 것이다.
비난여론을 잠재운 선택 - '시마무라 하루요'
어쨌든 좁은 선택지에서 1 픽을 날려먹고, 팬들의 비판까지 엄청난 상황에서, 일본 국대 미들블로커 '시마무라 하루요'를 영입했다는 뉴스는 비난여론을 조금은 잠재웠다. 사실 해외배구를 즐겨보는 팬이 아니어도, 시마무라 하루요의 커리어 자체는 지금까지 아시아쿼터로 왔던 선수들과 레벨이 다르다.
페퍼 탈꼴찌 이끌까? '새 아쿼' 시마무라, 장위의 그림자를 지워라…日국대 에이스 → 리그 베스
페퍼 탈꼴찌 이끌까 새 아쿼 시마무라, 장위의 그림자를 지워라日국대 에이스 → 리그 베스트6 막강 존재감 SC피플
www.chosun.com
시마무라 하루요의 장단점은?
하이라이트와 각종 기록 등을 통해 살펴봤을 때, 시마무라 하루요의 장점은 명확하다. 바로 웬만한 OH 못지않은 공격력, 실제로 하이라이트 필름에서도 빠른 발을 바탕으로 코트 구석구석으로 강타를 꽂아대는 이동공격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작년 장위도 이동공역이 꽤 쏠쏠했는데, 시마무라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장위가 큰 키를 바탕으로 느리지만 직선 스텝으로 높이를 살리면서 앵글샷 같은 예리한 각을 내는 걸 선호했다면, 시마무라는 엄청나게 빠른 발로 앞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좌우로 길게 빠지면서 코트의 구석구석까지 깊게 노린다. 꽤 강타로 들어오고, 이동을 하면서 꼭 안테나 근처가 아니어도 사이드블로커가 따라붙은 상황에 따라 조금 일찍 때리기도, 조금 늦게 때리기도 한다. 물론 리그에서 최고로 허접한 토스 실력을 자랑하는 페퍼 세터진이 이런 하루요의 스피드를 살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한 성깔 할 것처럼 보이는 한유미 코치가 오셨으니, 하루요에게 많이 배우도록 세터들 연습량부터 늘려줘야 할 것이다.
기본기도 꽤 좋아 보이는데, 사실 애초에 기본기로 세계최고인 일본 국대에서 터줏대감이었고, 작년 일본리그 시즌 베스트 6인 선수가 하위리그인 한국에서 기본기가 부족할 리가 없다.
단점은 아무래도 신장과 나이다. 182cm 신장은 아무래도 아쉽고, 다른 팀 미들을 제어하기 쉽지 않은 높이다. 나이는 이제 33살.. 에이징커브가 온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잊지 말자. 작년 시즌 베스트6였다. 아직 한국리그에서 명성에 금이 갈 만한 폼은 아닐 거라 믿는다.
.
그럼 도대체 왜 한국에 왔을까?
NEC 원클럽 레전드였던 시마무라 하루요는 입단 인터뷰에서도, NEC와 인연이 있는 페퍼 입단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전 소속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활발한 이적이 일상적인 한국리그와 달리 일본리그는 팀 개편이 있으면, 주전들이 알아서 자리를 비워주는 문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리그가 이적을 막거나 하겠냐 만은... 그리고 실력과 시스템에서는 한국보다 한참 앞서있는 일본리그이지만, 문화적 차이가 불러오는 특이한 관행이라 할 수 있겠다. NEC도 이번에 팀 개편이 추진 중이라고 하고, 노장이며 모든 걸 다 이룬 하루요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워주면서 도전을 택한 거라고 해석된다.
또한, KOVO 여자부 아시아쿼터 연봉은 15만 달러인데, 이 정도면 일본 기준으로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아래 기사를 살펴보자. 일본 배구를 대표했던 '고가'도 순수연봉은 8500만 원으로 추정된다.
[손태규의 직설] '일본 여자배구 간판 스타' 고가의 연봉이 이렇게 낮다고?…한국배구와 일본배
한눈에 보는 오늘 : 농구/배구 - 뉴스 : 고가 사리나./게티이미지코리아고가 사리나./게티이미지코리아일본 여자배구 대표 주장 고가 사리나가 파리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끝낸다. 한
sports.news.nate.com
어찌 보면 금전적으로는 꽤 괜찮은 도전인 셈.. 한국보다는 팀 충성도가 강한 일본리그에서 자연스럽게 팀을 떠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괜찮은 대우를 해주는 한국을 택한 것인데, 여러모로 납득되는 선택이다.
결국 관건은 리시브
지난 시즌 페퍼 세터진의 실력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물론 리시브 탓이 크지만, 많은 팬들이 어차피 변변한 시간차 토스도 못하고, 속공은 꿈도 못 꾸는 세터진인데 이동공격 스킬이 무슨 소용이냐 자조적인 이야기에 공감할 정도이다. (나도 공감한다) 비시즌 놀지는 않겠지만, 이제 괜찮은 토스만 올려주면 게임당 15점 이상을 뽑아줄 수 있는 MB가 왔다는 걸 최대한 활용하려면, 답은 리시브, 그리고 리시브, 또 리시브다.
더해서 장 감독은 어차피 토스 불안정함을 안고 세터를 기용할 거라면, 그리고 내년에 높이는 현저하게 밀리는 걸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박수빈을 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미 안 좋은 기억이 PTSD 나타나듯 경기 중 흔들리는 두 세터보다 아직은 경험 일천한 토스폼이 깔끔한 어린 선수가 하루요에게 배울 게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리고 웨더링턴에게 하이볼 올려주는 것도 나을 수도 있다.
잘 왔어요. 하루요 선수. 페퍼의 리시브와 토스에 많이 놀라게 되겠지만.... 가끔 잘할 때도 있답니다.
'영원한 친구 -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낭만과 현실 사이 - 여자배구 한국계 3세 라셈 귀화 가능성은? (2) | 2025.05.19 |
---|---|
원 툴 외국인인가 포텐셜 덩어리인가? - 페퍼 배구단 외국인 새 얼굴 조 웨더링턴(Zoe Weatherington) 지명 (6) | 2025.05.12 |
시즌 마무리는 결국 자력 꼴찌 - KOVO 2024-25 시즌 36차전 페퍼저축은행 1:3 패배 (6) | 2025.04.26 |
부끄러운 패배 결과는 최하위 추락 - KOVO 2024-25 시즌 35차전 페퍼저축은행 0:3 패배 (11) | 2025.03.18 |
여전히 꼴찌와 2점차- KOVO 2024-25 시즌 34차전 페퍼저축은행 3:2 승리 (4) | 2025.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