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감독의 장점, 꺾이지 않는 구슬 운
작년 외국인 지명도 망하고, 올해 아시아쿼터 지명도 망하고, 여러모로 선수 보는 눈이 없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지만, 그래도 확실한 장 감독의 장점 하나... 구슬 운은 좋다. 물론 꼴찌니까 1순위를 뽑을 가능성은 높지만, 그래도 아래 순위와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데... 이 번에도 2순위 구슬을 뽑아서, 팀의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사수해 냈다.
아마 장 감독은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몇 년은 더 수명이 길어지지 않았을까? 그만큼 외국인 지명 실패 데미지는 컸고, 팀이 결국 꼴찌로 시즌을 마쳤기에, 팬들도 감독을 비난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비시즌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시아쿼터 1순위로 의외의 와일러를 지명하더니, 그 와일러가 부상으로 낙마했다는 황당한 뉴스를 전해주면서, 여전히 감독도 프런트도 초짜라는 날선 비난을 자초했다. 이제 팀 전력을 올릴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인 외국인드래프트였기에, 괜찮은 선수가 없다는 우울한 뉴스에도 팬들은 이런저런 기대를 거두지 않았는데, 장감독은 또다시 의외의 픽을 했다. 배구팬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선수, 바로 조 웨더링턴을 지명한 것
작지 않은 변화, 키 보다는 파워
2001년 생 유럽리그 경력이라고는 그리스리그 밖에 없는 아직은 젊은 OP.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키가 184cm에 불과하다는 거다. 페퍼가 계속 꼴찌만 하고 있어도 외국인만은 엘리자벳, 리드, 야스민, 자비치 모두 최소 180cm 후반 선수를 뽑았었다. 작년에는 아시아쿼터에서도 장위를 뽑아서 높이만큼은 리그에서 수준급인 팀을 꾸렸는데... 이제 184cm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고, 장위가 떠나니, 갑자기 땅꼬마 팀이 된 기분이다.
하이라이트 영상만 봐도 시원시원해 보이는 파워를 높이 산 선택으로 볼 수밖에 없다. 높이를 중시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던 장 감독의 기조가 변한 것 자체는 풀이 워낙 별로였다니 이해 못 할 게 없지만, 워낙 이런저런 걸 다 못하는 팀이다 보니, 파워 보강보다는 이제 높이마저 포기하는 건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벌써부터 잘해봤자 모마 하위호환이라는 냉정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어쨌든 KOVO 외국인은 뚜껑을 열어봐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법. 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할 따름이다.
다시 배워야 할 서브, 눈에 띄지 않는 블로킹, 기대할 것이라고는 엄청난 오픈공격 파워뿐
서브는 뭐... OP인데 원포인트를 써야 하나 싶을 정도로 별로다. 물론 단편적인 영상으로 속단할 수는 없고, 실제로 플로터 서브는 연마하기에 따라 단시간에 좋아질 수도 있으니.. 일단 서브는 넘어가자. 블로킹은 짐작할만한 자료영상 자체가 거의 없다. 블로킹에 걸리는 영상만 엄청 많다.... 일단 외국인 OP 치고는 키가 작은 편이니, 이제 블로킹에서만이라도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도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장점은 당연히 엄청난 파워다. 후위공격에는 힘을 그다지 잘 싣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이게 페퍼에는 별 의미 없는 단점일 수 있다. 페퍼 세터들은 어차피 후위공격 토스 잘 못 올린다. 아니 안 올린다. 리그 최악 리시브 팀 페퍼는 그냥 하이볼로 올려주면 제자리 점프로 강하게 때릴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지, 잘 세팅된 후위공격은 애초에 페퍼 실전에서 몇 번 써먹지도 못할 스킬인지도 모르겠다. 팔길이가 꽤 길어 보여서, 웬만큼 높은 토스는 강타로 연결하기는 유리해 보인다. 연타능력이 떨어지는 건 명확해 보이지만... 뭐 페퍼가 연타는 많이 먹었지... 이제 그만 먹고 싶다. 지금 페퍼에 필요한 외국인은 블로킹에 자주 걸리더라도 힘을 믿고 정면으로 때리는 선수다.
정리하자면, 어차피 리시브도 세터도 엉망인 팀에서 빈번하게 올라갈 하이볼을 지치지 않고 강하게 때려줄 적임자로 보인다. 작은 키, 단조로운 공격 패턴, 평범한 서브와 블로킹 모두 페퍼의 고질적인 문제를 더 부각할 것들은 아니다. 물론 이런 단점들이 명확하지만, 지금 페퍼는 한계가 뚜렷하더라도 어쨌든 엉망으로 올린 공도 힘으로 때려줄 수 있는 선수가 간절한 팀이다.
게다가 아직은 어린 나이... 올해 부키리치가 KOVO에서 습득한 리시브&디그 능력을 바탕으로 유럽리그 도전에 나섰듯이 외국인을 극진히 모시는 리그에서 세밀한 지도를 받으면 기량이 성장할 여지는 그 어떤 선수보다도 크다. 대학리그에서도 최고득점이 19점에 일반인 체형이었던 선수가 불과 몇 년 후에 어쨌든 그리스리그에서 OP 포지션으로 리그를 소화하고, 어느 정도 몸관리가 된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희망적이다. 외국인에 대한 주문이 복잡하고, 많은 공격을 기대하는 KOVO에서 성장하기엔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젊은 언더독을 뽑았으니, 이제 기량을 향상시켜서 리그에 선보이는 건 장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뒤집어 말하면 기량 향상이 없으면 지금 모습으로는 리그 외국인 중 하위권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혹시 OH 전향 가능성은?
확실한 건 아니지만, 조 웨더링턴이 리시브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가끔 나오고 있다. 여전히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박정아의 포지션 변경 소문이 계속되는 있는 상황에서 신장이 다소 아쉽더라도 OH 한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선수를 고른 것이라면 장 감독 나름으로는 합리적 선택이라 하겠다. 아직은 상위리그를 욕심낼 나이, 경기가 많은 KOVO 리그에서 리시브 경험을 쌓는 것도 웨더링턴에게는 선수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 도박이 현실화된다면, 조 웨더링턴이 고예림과 함께 리시브를 책임져주고, 박정아는 부담 없이 (공격 부담은 가중되겠지만) OP에 서보는... KOVO에서는 보기 드문 색다른 삼각편대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러려면 아쿼에서 MB 빈자리를 메워야겠지만, 뭐 뚜이라도 데려오면... 하혜진-임주은은 MB로서는 스승으로 모셔야 할 격이니.... 특별히 문제 될 건 없다. 결국 박정아와 코칭스태프의 결단이겠지만, 이런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선수다.
아무쪼록 리그가 시작되면 재미있는 가능성을 넘어서,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길... 페퍼는 흥국생명처럼 외국인 선수를 기다려주거나. 정관장처럼 공격을 분산시켜 줄 수 있는 팀이 아니다. 부족하든 어떻든 간에 무조건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하는 이 젊은 팀에서 이 젊은 선수가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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