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미지 출처: 티빙 프로야구 홈)
티빙(TVing)이 야구를 모르는 게 이렇게 죽을 죄로 내몰릴 일인가?
이런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한 기사는 길고, 자극적이다. 이제 기자 이름까지 기억할 정도의 애정은 없는 스포츠판, 김원익 기자라는 분이 쓴 기사를 보면, 야구에 대한 애정도 넘쳐나고, 걱정도 공감할 수 있고, 나름 논리 정연해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게 하나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팬들의 심한 질타가 있었는데, 그 질타가 '죽을 죄로 내몰린' 정도로 심했는지 설명이 없다.
야구팬으로서 중계유료화는 일면 당황스럽지만, 사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약 25년 전, IMF로 한국이 망했을 때, 야구로 희망을 줬던 박찬호 경기도... 최초에는 누구나 볼 수 있게 공중파에서 중계했지만, 콘텐츠 인기가 급등하자 케이블채널로 이동했었다. 당면한 유료화와 완전히 같지 않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유료화인 셈.. 티빙의 거액입찰이 예상 밖이긴 하나, 언젠가는 올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세상 못 받아들일 일도 아니다.
하지만, 티빙의 엉망진창 일처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KBO와 티빙의 중계권 계약은 일반 상거래에 해당하는 계약... (갑)인 KBO가 발주한 일을 (을)인 티빙이 제대로 못했다고 해서, '죽을 죄'라는 식의 비난은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어쨌든 어마어마한 돈이 오고 간 계약이므로,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계약해지하고 다른 회사와 계약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정도 자막 실수는 독점중계권자가 저지른 큰 잘못이다.
기자가 본문에서 지적한 대로 이제는 유료화가 대세라는 것도 아마 맞을 거다. 그리고 티빙도 예상보다 더 큰 금액을 KBO에 안겨준 고마운 회사라는 것도 아마 맞을 거다. 마지막으로 티빙의 큰 금액 지불로 인해 각 구단이 더 큰 수입을 올리게 된 것도 아마 맞을 거다.
그런데 말이다.
무료로 공공재처럼 이용하던 '프로야구'라는 콘텐츠를 돈 내고 사용할 소비자는 비판을 할 권리가 있다. 그 과정에서 감정적인 비난이 난무하는 건 맞지만, 중계권료에 450억 원을 들인 OTT회사가 야구 자막 처리에 투자가 인색하여 엉망진창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면, 이에 대해 (예비) 소비자가 가차 없이 비판을 가하는 것은 오히려 야구발전에 도움이 될 열성 넘치는 행동이 아닌가?
그렇기에 티빙은 이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자막 처리 관련 인력을 채용공고한 것이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채용공고상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이었던 것은 일단 넘어가자...) 열성팬들이 있기에 이 모든 것들이 지적되고, KBO가 지적하기도 전에, 그리고 미디어에서 비판하기도 전에 티빙이 개선에 나선 걸 보면, 오히려 KBO와 미디어는 열성팬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결국 KBO와 미디어는 앞으로도 이런 열성팬에게 의지해야 한다.
세상 모든 일 이해타산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예상보다 빨리 KBO에 거액을 지불하고 유료화를 선도한 티빙이 높이 평가받을 날이 올 테고, 그런 걸 알리는 것도 미디어 역할이지만.... 잠시만 숨을 고르자. 이 정도 자막 실력이라면, 티빙 일 처리를 꼼꼼하게 지적해서, 돈을 내고 야구를 보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콘텐츠가 전달되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김원익 기자가 우려할 정도의 원색적 비난은 잦아들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 기자 분들께서 티빙의 올바른 일처리를 감시하고 개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티빙의 유료화 요금이 지금 발표된 금액보다 더 인상되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LG팬으로서 LG경기만 보고 금액을 낮춰주는 상품 등 다양한 요금제도 출시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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