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 20] 두둥~ 2024년에는 모두 갈매기의 꿈을!!
한국은 오늘 12월 31일이겠네요~ 저는 오늘 애들을 데리고 치과에 왔습니다. 젊은 한인 치과 의사분인데 정말 친절하세요. 항상 미소를 머금고 귀찮은 표정 전혀없이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주십니다... 애들이 갓난아기 때부터 다닌 치과이니 저희에겐 참 오래되었죠. 생각해보니 이사를 하고서도 새로운 치과를 찾지 않고 굳이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려 여기까지 오네요~ 단골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매사에 친절할 수 있는 능력, 변함없이 일관된 모습... 정말 본받고 싶은데요, 별일이 없는 한 계속 이곳으로 오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달만에 방문한 이 치과의 벽에 아래의 사진과 같이 재미난 액자가 새로 걸려 있더라구요. 세계지도인데 아이들 대상이라 각 대륙과 나라의 특성을 재미난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애들 진료를 기다리며 찬찬히 바라다봅니다... 2023년엔 특히 전세계적으로 안타까운 일들도 많았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도 끝이 없어 보입니다. 크고 작은 재해도 참 많았어요. 특히 터키와 시리아에서 올 연초에 대지진이 있었죠. 2000년도 초반 터키애서 배낭여행할 때 정말 좋았던 추억이 많이 떠오르는데... 가는 곳마다 만났던 사람들이 저와 같은 이방인에게 얼마나 친절하던지요~ 길거리 장사하는 사람들도 제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서는 원래 가격보다 더 많이 제 손에 쥐어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순박한 사람들이 이번에 매우 큰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부디 2024년에는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평화와 행복 가득한 일들이 올해보다는 조금 더 많아지길 기도해봅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도를 직접 그리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요, 하루종일 지도만 그렸던 적도 있었지요. 조선후기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완성했다는 걸 알고 나도 해보겠다며 따라 했었던 일, 그리고 세계지도를 안 보고 완벽히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연습했던 일들... 그래서 그런지 다 큰 지금도 지도를 보는 것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평소에도 제 미국 일상글에 유난히 지도 사진이 많이 첨부되어 있다는 것을 아마 눈치채셨을 거에요.ㅎㅎ
지도를 감상하는 김에 각 나라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한번 자세히 볼까요? 먼저 한국입니다... 그런데 왠 돌무더기 뿐이 없는지?? 고인돌은 아닌 것 같은데요, 요즘 케이팝과 케이컬쳐가 전세계를 흔들고 있는 마당에 한국을 이리 표현하다니... 그린 사람 나와!!! ㅋㅋㅋ 은근한 속상함을 달래면서 중국과 일본을 보니 그 나라들은 나름 자세하게 특징을 잘 표현했어요...
유럽으로 눈길을 돌려봅니다. 역시나 큰 영토를 자랑하는 러시아는 지역마다 특징을 잘 잡아서 그렸네요. 저 쭉뻗은 러시아 횡단 철도로 언젠가 신나게 달려보고 싶네요! 유럽의 각 나라들도 그 나름의 대표적인 특성을 잘 그려놓았어요.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유럽에서 나름 제일 큰 영토를 자랑하는 나라인데... 안타깝게도 활주로 아스팔트에 가려서 아무 것도 없네요. 역시 국력이 중요함을 느낍니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도 있을 것은 다 있어보이네요. 다만 콜롬비아, 베네수엘라는 밀림 그림으로 퉁쳐버렸어요. 그쪽 나라 사람들이 이 지도를 보면 욱~ 하겠어요. ㅎㅎ
작가가 유명 지역들은 그래도 잘 표현했어요~ 중국의 만리장성, 인도의 타지마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터키의 아야소피아, 프랑스의 에펠탑... 그런데 제가 직접 가본 곳은 손에 꼽네요... 더 나이먹기 전에 다 가봐야 할텐데요. ㅎㅎ
부디 2024년에는... 올해보다 덥지 않고, 전쟁과 분쟁도 적은 좀더 평화로운 세계를 꿈꿔봅니다. 외국에 거주하는 지극히 평범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마는... 찾아보면 세계의 평화를 위해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진 않겠죠~ !!
아이들의 치과 진료가 이제 끝나가나 봅니다. 밖에 나가 테라스에서 먼 풍경을 쳐다봅니다. 구름과 해 사이로 새 한마리가 날아오르네요. 자세히 보니 갈매기입니다. 이곳이 바다와 한참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갈매기는 여기 내륙까지 한참을 날아왔네요. 자신의 영역에 경계를 두지 않고, 이곳 도심지까지 와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저 갈매기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소설 "갈매기의 꿈"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요, 평범하지 않은 갈매기 주인공 조나단을 마음 속으로 많이 응원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원래 알던 그 방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반 갈매기들과는 달리, 조나단은 더 높이 더 멀리 날고 싶은 열정으로 매일 스스로 비행 연습을 거듭했어요. 자신의 꿈과 이상을 향해 무던히 노력하는 그 모습이 저는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마음을 정리해봅니다~ 2024년에는 나도 좀더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기꺼이 찾아주는 그런 한결같은 매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또한 내 스스로 정해둔 경계에서 허우적대지 말고 그것을 넘어서 꾸준히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내 자신, 내 가족만이 아닌 세계를 위해서 무언가 조그만 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면 아마도 성공한 2024년이 되지 않을까해요.
2023년의 마지막 날...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시간을 돌릴 수 없는 우리, 올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속상한 마음으로 후회하기보단, 무언가 단순하지만 기분좋은 목표를 생각하며 2024년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치과에서의 일들이 저에겐 새해의 다짐을 준비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나름 뿌듯합니다. ㅎㅎ 그러면 여러분 모두 오늘 하루 좋아하는 일들 마음껏 즐기며 행복하게 보내시고, 2024년에는 한껏 그리고 더 자유롭게 날아오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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