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9.11 테러 - 그 당시 기억 몇 가지

마셜 2023. 11. 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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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백과사전>

 
 기억이 더 사라져버리기 전에 몇 가지 적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 글을 남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9.11테러에 대한 글을 읽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참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때 나도 참 특이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편적인 기억이나 느낌이라도 몇 가지 남겨두고자 한다. 
 
 열심히 읽었던, 최근 읽었던 것 중 그래도 가장 이해가 쉬웠던 논문은 김연진 교수의 '9/11은 전환점이었는가?' 이었다. 내용은 생각보다 직관적으로 9/11 전후의 이민정책 변화를 풀어서 설명하면서, 결론적으로 이민정책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신중한 결론을 내린다. 
 

9/11은 전환점이었는가? | DBpia

김연진 | 미국사연구 | 2012.05

www.dbpia.co.kr

 
 이민정책에 있어서는 기존의 기조가 크게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그 후 미국의 사회/문화는 크게 변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의 범위 안에 9/11도 당연히 포함되지만, 당장은 더 이상 이것저것 고민해볼 여유가 없는지라... 그리고 사실 9/11과 같은 거대한 사건에 수반되는 변화는 분야에 따라 양태가 다르고,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다른 것은 극히 당연한 지라... 일단은 이민정책은 이리 볼 수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데 특이하게 김 교수님은 9.11을 9/11로 표기하고 있다. 날짜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인듯 한데, 일단 나는 백과사전에 나온 표기에 따라 그대로 적어본다.)
 
 그보다는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9/11을 몇 줄이라도 적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다.  
 
 그 때 나는 군인이었다. 한국인으로서 병역을 이행중이었지만 당시 나는 미군 부대에서 미군과 함께 복무중이었다. 이미 20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것이, 그 때 난 휴가중이었다.  꽤나 취했던 술자리에서 뉴스를 전해온 친구들을 통해 소식을 들었지만, 그 테러의 규모나 후폭풍은 미처 몰랐다. 
 그 다음날 비상소집령을 듣고, 부대로 복귀하면서야.. 아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술이 깨면서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부대에 복귀해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은 당연하고... 실탄이 지급되고, 넓은 범위의 강화된 부대 경비가 거의 비상시국처럼 이루어졌다. 기한은 무제한...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미군 병사들 사이에서도 격앙된 분위기는 종종 느껴질 정도로... 분노가 많이 올라와있었다. 
 
 특이한 점 한 가지, 당시 한국 미군부대에는 아랍인이 없었다. 
 그 당시 내가 복무했던 부대가 크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인이 복무 중이었음에도 아랍인이 없었다. 한 명 혹시 아랍인이었나 헷갈리는 친구도, 기억을 더듬어보면 하와이 쪽 폴리네시안이었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이 남아있다. 
 정말 다양한 출신이 모여있고, 스쳐지나갔던 걸 생각해보면, 전쟁위험성이 어디보다 높았던 한국에는 의도를 가지고 아랍인들은 파견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물론 전체 미군 장병 중 아랍인 비중이 얼마나 차지하는지 등은 검증해볼 능력이 없다. ㅠㅠ
 
 두번째, 9/11테러 직후에 미군 장병들이 중동국가들을 적으로 인식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 분노가 차올랐던 직후 며칠 간, 아니 한 두달 동안의 기간... 테러 범인들 얘기를 나누는 걸 수도 없이 들었지만, 테러 직후부터 중동국가들에게 분노가 향했던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오사마 빈 라덴과, 미치광이 테러리스트 들에 대한 분노가 직접적으로 대화에 나타났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라 이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저 말단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에게까지 테러의 주범과 원흉이 지목되어 회자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 것이겠지만, 애초에 테러 직후 미국사람들에게 9.11이 누구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비춰졌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순간이다. 
 
 세번째, 9/11테러 직후에 이라크-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치루며, 미국은 많은 부대를 한국에서 타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이는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대인지는 당연히 말할 수 없고, 기억에 잘 남아있지도 않지만, 이라크-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의 끝난 후에도 위험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에 그 부대들이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미국의 전 세계 부대 재편계획이 9/11테러를 계기로 급히 가동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참으로 오래되어, 이제 단편적인 순간순간 기억밖에 없지만, 그 때 내가 참 역사의 한 순간을 겪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당시 함께 했었던 친구들도 이제 전부 아재가 되었고, 연락하는 사람들도 이제 9.11 얘기 같은 것은 나누기에 너무나 바쁘지만, 다음에 만나면 한 번 물어봐야겠다. 그때 너도 전쟁 파견될까봐 무서웠냐고. 그 때 우리 전쟁파견될까봐 걱정했던 거 기억나냐고... 
 
 진심으로.. 다시는 이런 테러가 인류 역사에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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